완전무결한 중도실상의 무상대도를 성취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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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무결한 중도실상의 무상대도를 성취하신 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4.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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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 스님

자기 신명을 내 걸고 진리를 구해 보지 않은 분들은 진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또 진리를 모르기 때문에 무명으로 헤매다가 그 무명 때문에 인간이 가지가지의 죄업을 지어서 심각한 인생고를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처절한 인생고를 맛보지 않은 사람들은 진리가 또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릅니다. 
진리를 모르기에 우리 마음이나 이 세계는 항시 어두운 암흑 가운데 싸여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길을 몰라서, 신구의身口意로 가지가지의 많은 악업惡業을 행합니다. 악업을 행하면 그에 상응한 고苦를 받습니다. 
무명으로 인해서 업을 짓고 그 업으로 인해서 고를 받습니다. 무명은 혹惑이라고 하는데, 그런 미혹한 무명과 미혹으로 해서 짓는 여러 가지의 번뇌, 그리고 번뇌로 인해서 행하는 신구의 삼업三業, 즉 몸으로 짓는 행동, 입으로 짓는 망어, 뜻으로 짓는 무명업,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인생의 온갖 고뇌를 초래합니다. 
이러한 혹업고惑業苦는 전전무변해서 끝도 가도 없이 영원히 인류를 윤회의 수레바퀴 가운데 몰아넣고 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혹업고 삼업을 벗어나는 길이 비로소 부처님의 ‘성도’로부터 열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안이하게 깨달으신 것이 아니라 육년 고행이라는 심각한 고행을 거쳐서 깨달으셨습니다. 또 육년 고행만 하신 것이 아니라, 무수 세월 동안, 불교용어로 말하면 이른바 삼아승지겁이라 하는 과거에 헤아릴 수도 없는 여러 생을 거듭하면서 선행을 쌓고 자기 몸을 희생하여 깨달으신 것입니다. 
부처님은 어느 생에서는 굶주린 범 새끼를 구제하기 위해서 당신 몸을 던지기도 하셨고, 또 어느 생에서는 중생의 고뇌를 구제하기 위해서, 중생의 빈곤을 구제하기 위해서, 바다 속의 용왕이 간직하고 있는 마니보주를 찾아내기 위해 바닷물을 품는 것과 같은 무한한 노력을 하신 적도 있습니다. 하여튼 부처님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생 동안 몇천 번 몸을 바치셨는데, 도를 얻기 위해서 눈을 바치는 등 사지를 바치는 희생적인 삶을 무수히 지내 왔습니다. 이러한 과거 무량 세월의 보살행 뒤에 금생에서는 영화로운 왕자로 태어나서도 육년 고행이라는 심각한 고행 과정을 거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도를 구하실 때는 어느 한 가지에 치우침이 없었습니다. 어떤 때는 고행외도한테 가서 무시무시한 고행을 다했습니다. 고행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처님은 피골이 상접해서 단지 앙상한 뼈만 남아 있을 정도로 고행을 많이 했습니다. 잡수시는 것은 하루에 일마척맥, 즉 한 조각의 피마자와 한 조각의 보리 알만 자시고 공부하셨습니다. 
불교에서는 고행을 위한 고행은 지양하며, 또한 안일을 지양하지만 부처님께서 당초에 하긴 것은 그야말로 고행을 위한 고행이라 할 정도로 심각한 고행이었던 것입니다. 부처님은 위없는 길(無上大道)를 위해서 당신 몸을 불사르고 희생을 하셨던 겁니다. 
부처님은 초기에 고행외도에게 가서 배웠으나 고행외도가 올라가는 길은 역시 기껏해야 욕계를 초월해서 범천에 가는 길밖에는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바라신 바는 삼계를 해탈하고 오직 참다운 자유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욕계를 초월하는 길도 허무한 것은 아닙니다. 욕계마저도 초월하지 못하면 참다운 진리의 빛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욕계만을 초월해서는 아니 되겠지요. 
그 다음에 부처님께서 방문한 외도는 아라라가란이라는 육사외도였는데 이분한테 가서 길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무소유처, 즉 무색계의 세 번째 경계까지 올라가는 선법을 공부한 분이었습니다. 
우리 중생이 생사윤회하는 경계가 세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제일 밑에 욕계, 즉 음욕, 식욕, 수면욕 등의 욕심이 주가 되는 세계가 있습니다. 욕계 다음에는 색계가 있습니다. 색계는 일체 물질의 미묘한 색만 존재하는 경계입니다. 색계 위에는 다만 인간의 심식心識만 존재하는 무색계가 있습니다. 
우리 중생은 이러한 욕계, 색계, 무색계를 생사윤회합니다. 그런데 아라라가란이라는 외도는 욕계와 색계를 떠나서 무색계, 무색계에서도 세 번째 경계인 무소유처까지 올라가는 공부를 한 분입니다. 무색계에는 네 개의 천계, 즉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가 있습니다. 
부처님은 아라라가란에게 가서 무소유처까지 올라가는 선법을 배웠습니다. 이 경계 역시 사실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욕계를 초월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과거 전생에 무수한 세월동안 선근을 심어서 거기에서 나온 선근공덕으로 해서 얼마 안 가서 아라라가란이 올라간 선법인 무소유처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나는 해탈의 길을 구하니 여기에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하시고 아라라가란에게 가서 “당신보다 더 깊은 도를 아는 분이 어디에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때 아라라가란이 “내 아들이지만 나보다 더 높이 올라간 분이 우다카이다. 우다카한테 가보아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다카한테 가서 법을 물으니 우다카는 중생이 생사 윤회하는 삼계 하늘 중 가장 높은 하늘인 비상비비상처에 있었습니다. 이 하늘이 삼계에서는 가장 높은 하늘입니다. 부처님은 여기에 올라가 선법을 공부하셨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무색계의 세 번째 하늘인 무소유처까지 올라가셨으니 거기서 한 발짝 위인 비상비비상처까지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삼매에 드셔서 그냥 올라가셨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은 삼계에서 가장 높은 하늘인 비상비비상처에 올라가는 법, 즉 삼계에서 가장 높은 하늘인 동시에 수명이 팔만대겁인 천상에 올라가는 법을 배우셨습니다. 겁이라는 것은 무량세월 아닙니까? 그런 팔만대겁까지 살 수 있는 처가 비상비비상처입니다. 
그렇게 오래 산다 하더라도 역시 인연이 다하면 그 천상에서도 미끄러져야 합니다. 죽어야 한다는 겁니다. 중생계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에는 욕계에 있으나 색계에 있으나 무색계에 있으나 어느 하늘에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제아무리 안락해서 모든 것이 어느 하늘에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무리 안락해서 모든 것이 다 풍족해도 결국 인연이 다하면 다시 죽어야 합니다. 
한데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구하시는 길은 죽음이 없는, 생사가 없는 영원한 해탈의 길이었습니다. 죽음이 있다든지 번뇌가 있으면 해탈의 길이 못 됩니다. 해탈의 길은 영생불멸의 길입니다. 오직 영생불멸의 길을 구하는 것만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구도심이었으므로 이러한 무색계의 가장 높은 하늘, 중생계 가운데서는 가장 최상천인 비상비비상처까지 올라갔다 하더라도 부처님은 만족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비단 부처님뿐만 아니라 우리 중생도 참다운 도를 구하는 분들은 어느 하늘에도 머물러 있을 수가 없습니다. 광명이 빛나는 색계에도 머물러 있을 수가 없는 것이고, 또는 모든 것을 거의 다 갖추고 있는 안락한 하늘, 팔만대겁 동안 지속되는 그런 하늘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 유위 상대인 곳에는 머물러 있을 수가 없습니다. 무위 적적한 영생해탈의 길이 아니고서는 머물러 있을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처음에 비상비비상처, 즉 삼계에서 가장 높은 하늘인 찬란하고 황홀한 세계에서, 내가 이만큼 공부했으니 이제는 거의 됐겠구나 해서 자만심을 좀 품었습니다. 
그런 때에 삼계제천의 삼세제불이 가만히 와서 수행자 싯다르타에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가는 곳은 아직은 유위상대인 천상에 불과하니 다시 경각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 진정한 해탈을 구해야 하느니라.” 싯다르타의 아만심을 일깨워 준 것입니다. 이에 싯다르타는 삼세제불에게서 오상성신 법문을 듣게 되고, 그 법문을 가지고 다시 깊은 삼매에 들어 그때야말로 비로소 참으로 최상안온한 수능엄삼매에 들었습니다. 무상정변지 대도를 성취하셨습니다. 
제가 뒤에 보탠 말은 밀교에 있는 말이므로 참고로 할 뿐입니다만, 아무튼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무상대도,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셨습니다. 완전무결한 중도실상의 무상대도를 성취하신 분은 석가모니 부처님 외에는 아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 정통 조사 모두가 이와 같은 무상대도를 성취하신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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