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약초꾼 이야기 - 콩 밭 매는 아주머니
상태바
제주 약초꾼 이야기 - 콩 밭 매는 아주머니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5.02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청미래

제주 한림에서 살던 때의 이야기다. 당시 나는 산에서 공부한답시고 조그만 오두막집을 짓고 혼자 살며 약초를 캐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생활비라고 하지만 한 달에 20만원이면 넉넉하게 쓰고도 남을 정도였고 다른 데도 돈 쓸 일이 없어 산에 자주 오르지는 않았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오갈피를 하러 월림 근처 숲속을 지날 때였다. 작은 숲 옆으로 2천평쯤 되는 콩밭에 아주머니 한 분이 밭을 매고 있었다. 제주도 말로는 이것을 검질 맨다고 표현한다. 제주도가 아열대 기후이다 보니 여름에 습하고 온도가 높아 풀이 무성하게 잘 자란다. 그 더운 땡볕 아래 혼자서 풀을 매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나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보니 아직도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오갈피 주문량이 조금 남아 다음 날 작업하러 지나며 보니 또 땡볕에 혼자서 일하고 계셨다. 
그 순간 저분은 어떤 생각으로 저렇게 열심히 하실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 때문에? 아니면 돈 욕심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산속에서 인생 공부한다고 앉아 있는 내게 2천여 평 되는 밭을 혼자서 맬 기회가 온다면 비록 아주 큰 대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못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속에서 수련한다고 혹은 앉아서 명상한다고 열심히들 하지만 농촌이나 공장에서 묵묵히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분들이 진짜 도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 조용한 곳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결국에는 속세에서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닦아 나가는 것이 진짜 공부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