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조계산 선암사(仙巖寺)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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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조계산 선암사(仙巖寺) (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5.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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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사찰순례(83)

인터넷 사이트에서 선암사를 찾으려고 사찰 이름을 치면 두 곳이 나와 당황하게 된다. 한 곳은 태고종 태고총림이 있는 선암사요, 다른 한 곳은 대한불교 조계종단의 선암사이다. 이렇게 두 종단이 서로 선암사의 소유권을 주장하게 된 데는 일제강점기의 혼란한 상황 때문으로, 이후 여러 번에 걸쳐 소유권 분쟁이 있었다. 비록 2011년 공동 관리하기로 합의하여 지금까지 왔는데, 실제 점유하고 있는 곳은 태고종이고 태고총림이 있는 곳이니 양보할 리 없을 것이고, 조계종단에서도 마찬가지일 테니 언제고 분쟁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선암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 더욱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1765년 쾌윤(쾌윤)을 중심으로 총 12명의 화원이 참가하여 그린 <영산회상도>


 외부적으로 두 종단 간 분쟁이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다. 아무래도 관리가 소홀해지다 보니 2001년 성보박물관이 개관되기 이전 여러 차례에 걸쳐 선암사에 전해 내려오고 있던 사찰 문화재가 도난당한 것이다. 최근에는 도난당한 사찰 문화재를 책자로 발간하여 공개적으로 도난 문화재를 환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니 경매 등을 통해 도난품이 거래되는 경우가 적어졌고, 각 사찰마다 성보박물관을 지어 보관해서 이전에 비해 도난 사례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박물관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의 사찰은 여전히 도굴범들이 노리는 대상이고, 성보박물관이 지어지기 전인 선암사도 도굴범들(일부에서는 내부자가 연관되었다는 주장이 있다)의 범행 대상이 되었다. 

1780년 그려진 팔상도의 여덟 번째 장면인 열반 전후의 상황을 그린 <쌍림열반상>


 현재 선암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14점이 있다. 지정된 보물의 수만 해도 적지 않지만 도난당한 문화재의 수는 훨씬 많고 그 중에는 보물급도 여러 점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선암사 사이트, 조계종 도난 문화재 백서, 문화재청 도난문화재 정보 및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69년 실시한 선암사 조사 기록을 종합해서 보면, 그간 총 14종 50점이 도난당했다. 도난 시기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차 조사했던 1969년 이후에 일어났고, 가장 최근에 일어난 도난은 1999년 3월에 일어난 대웅전 영산회상도와 팔상전 화엄경변상도의 도난이다. 두 불화 모두 18세기 중후반 조계산 지역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화승 쾌윤(快允)이 중심이 되어 그린 불화로 보물로 지정되어도 모자라지 않는다. 사찰 문화재 도난 사건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에서 선암사에서 도난당한 문화재를 목록으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중 팔상도는 1969년 박물관 1차 조사 시 있었으나 1994-5년 조사 시에는 없어져서 그 사이 기간 중에 도난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2006년 서울옥션이 경매도록에 선암사에서 도난된 팔상도 여덟 폭 중 ‘사문유관상’과 ‘설상수도상’ 두 점을 실었고, 이에 선암사성보박물관측의 신고로 극적으로 회수하게 되었다. 서울옥션 측에서는 2004년 문화재청이 발간한 도난 문화재 도록에 실리지 않았고, 소장자가 믿을만한 수집가여서 출처를 따져 묻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때 삼십삼조사도(한 폭에 3, 4명의 조사를 그린 불화) 3점도 함께 회수되었는데, 경매사에서 해당 문화재에 대해 조금만 주의했어도 도난품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는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문화재를 단순히 사고파는 상품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상업주의와 도난에 취약한 사찰의 문화재 관리 시스템 때문이다.     

1780년 그려진 팔상도의 두 번째 장면인 탄생 전후의 상황을 그린 <비람강생상>


 2015년에는 미국의 경매소에 매물로 나온 선암사에서 그려진 ‘동악당 재인대선사 진영(18세기)’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모니터링 중에 발견해 문화재청에 신고, 문화재청에서 미국 경매소에 도난품임을 통보하고 경매 중지를 요청했고, 미국인 출품자와 2개월 간 협상 끝에 기증 형식으로 돌려받았다.
 문화재는 상품이 아니다. 과거 극히 일부지만 사찰 승려들이 불상이나 불화를 자신들 소유로 생각하여 외부로 유출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지금은 웬만한 문화재는 대부분 신고 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얼마 없으면 석탄일이 돌아오는데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선암사 영산회상도와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선암사 팔상도 중 탄생 장면을 그린 ‘비람강생상’과 열반장면을 그린 ‘쌍림열반상’을 보면서 도난당한 이 보물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주변에서 본 일이 있으면 문화재청이나 선암사 종무소, 불교신문사로 연락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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