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론 - 사섭법(四攝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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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 사섭법(四攝法)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5.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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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김승석<편집인>

5월 12일은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불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주요 곳곳에서 행복 빠라미(pāramī, 바라밀) 축제가 열리고 있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현재의 삶속에 함께한다. 사람마다 가치평가가 다르겠지만 행·불행의 희비쌍곡선은 변화무쌍하다. 최근의 각종 사회경제지수에서 보듯이 삶의 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인 것 같다.  
나 자신에게도 몸과 마음의 병이 있어 고통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누구를 도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야말로 그 고통을 치유하고 행복으로 가는 바라밀이 아닐까 반조해본다.  
내 생각과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좋으면 좋은 방향으로, 나쁘면 나쁜 방향으로 자신과 이웃, 그리고 사회와 국가, 나아가 일체 유정(有情)들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반드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불교의 인과법칙이다.
보시바라밀은 금생의 행복을 가져오고 내생에는 천상에 태어나게 하는 원인의 조건이 된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비심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남을 돕는 행위에서 어떤 보답이나 자신에게 돌아올 어떤 것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거니와 그 도왔다는 생각조차도 내 마음에 담아 두어서는 안 된다. 이를 무주상(無住相) 보시라 한다.
「핫타까 경」 (A8:24)에서 부처님은 청신사의 모범이고 표준으로 알라위의 핫타까 왕자를 칭찬하신 적이 있다. 한 때 세존께서 알라위에서 악갈라와 탑묘에 머무셨을 때 핫타까 왕자가 500명의 재가신도들에 둘러싸여 세존께 다가가서 문안 인사를 올리자
세존께서 이렇게 묻는다. “핫타까여, 그대의 회중은 크구나. 그런데 그대는 어떻게 이 큰 회중을 섭수하는가?”
왕자는 세존께서 가르치신 보시, 사랑스런 말[愛語], 이로운 행위[利行], 함께 함[同事] 네 가지 섭수하는 행위[四攝事]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대승 불교에서는 이를 사섭법(四攝法)이라 부르는데,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과연 제주사회에서 이런 선법들이 실현되고 있는지 성찰해 본다.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한 소통과 경청이 부족하고 질투와 거친 말들이 오고간다. 이로운 행위라 함은 보호자 없는 이들의 보호자가 되고, 길 잃은 이들의 안내자가 되고, 강을 건너려는 이들에게 건네줄 배와 다리가 되겠다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독교나 천주교에 비할 바 못된다.  
 ‘함께 함’이란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퇴직 교직자들을 중심으로 한 청소년교화 단체가 앞장서서 청소년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인격체로  성숙할 수 있도록 선도하고 있음은 참으로 아름다운 동행일 것이다.
제주에서 보시바라밀 행자를 꼽으라면 역사적으로는 18세기 조선 때 거상  (巨商) 김만덕 보살이다.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 비문에 새겨진 ‘은광연세(恩光衍世)’의 네 글자가 만덕의 보시공덕을 잊지 말라고 한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병원 부지를 기증한 서암 김려종 선생이 있고, 또 평생 베풂에 앞장섰던 광덕 강덕주 거사가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도 보시바라밀을 실천한다. 장애인들을 위해 몸으로 봉사하는 사람들, 불음 합창단을 만들어 찬불 공양을 하거나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무재칠시(無財七施)의 실천이다. 
승가가 청정하면 그 법의 향기가 티끌세상을 정화시키므로 법 보시가 가장 으뜸가는 보시바라밀이다. 제주사회에 법향(法香)이 두루 퍼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재가에 있으면서 명상 바라밀을 행하는 수행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부처님께서 정신적, 물질적으로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고 불행을 생기게 한다고 설하시며 진정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사섭법의 실천에 있다고 가르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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