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말과 생각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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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말과 생각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5.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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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님

계는 불교의 해탈법인 계정혜 삼학 가운데 하나이고,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로 나누어지는 육바라밀의 하나이며, 경율론 삼장 중 율장에 해당하는 불교 도덕의 총칭이다. 
이 계를 한마다로 풀이하면 ‘조심한다’는 말이 된다. 무엇을 조심하라는 것인가? 첫째는 이 몸으로 손을 한 번 들고 발을 한 번 놓는 것이 죄짓는 일이 아니면 복을 짓는 일이 되기 때문에 몸조심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한 마디 내뱉는 말로 복을 짓기도 하고 죄를 짓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한 생각 머금은 마음이 복을 짓는 생각이 아니면 죄를 짓는 생각이요, 한 생각 머금은 마음에 따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계가 바뀌게 되기 때문에 생각을 잘 다스리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몸과 말과 생각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계의 근본 뜻은 ‘계(戒)’라는 한문 글자에도 잘 나타나 있다. 두 개의 말뚝을 견고하게 박아 놓고〔┃┃〕, 그 위에 간짓대를 걸었으니 〔十十〕울타리‧바리케이트를 형성한 것이요, 그 위에 창〔戈〕을 설치한 것이다.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창을 쥐고 서서, “접근 금지! 이 선을 넘어가지도 말고 넘어오지도 말라. 선을 잘 지켜라.”하는 뜻이  ‘계   (戒)’라는 글자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 불자들은 이와 같은 계율의 기본 의미를 명심하여 잘 지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불자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삼귀의계와 5계에 대해 거듭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삼귀의계(三歸依戒)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
귀의법이욕존(歸依法離欲尊)
귀의승중중존(歸依僧衆中尊)

불자가 처음으로 의지하는 계는 부처님〔佛〕과 진리〔法〕와 진리에 의지하여 부처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승가〔僧〕에 귀의하는 삼귀의계이다. 이 삼귀의계를 인도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붇담 사라남 가차미 (Buddham Saranam gacchaami)
담맘 사라남 가차미 (Dhammam Saranam gacchaami)
상감 사라남 가차미 (Sangham Saranam gacchaami)
이와 같은 삼귀의가 단순한 귀의가 아니라 ‘계’가 되는 까닭은 그 속에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맹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
“부처님께서는 복덕과 지혜, 이 두 가지를 다 구족(具足)하신 만고의 광명이기 때문에, 오직 부처님만을 의지하고 부처님 밖의 천마외도(天魔外道)는 의지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천마외도를 의지하지 않겠습니다.”
귀의법이욕존(歸依法離欲尊)
“오직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설하는 부처님의 법문에만 의지할 뿐 외도의 전적은 따르지 않겠습니다.”
귀의승중중존(歸依僧衆中尊)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는 청정한 승가에 의지할 뿐, 외도의 무당, 점쟁이, 역술가 등 사(邪)스러운 무리를 따르지 않겠습니다.”
이와 같이 삼보에 의지함과 동시에 외도의 것을 따르지 않겠다는 맹세가 뒤따르기 때문에 ‘삼귀의계’가 되는 것이다. 이 삼귀의계와 함께 불자의 가장 근본이 되는 계는 5계이다. 

5계(五戒)
살생하지 말아라〔不殺生〕
도둑질하지 말아라〔不偸盜〕
사음.간음하지 말아라〔不邪淫〕
망언하지 말아라〔不忘語〕
술을 먹지 말아라〔不飮酒〕
이상의 다섯 가지가 불자의 기본 계율인 5계이다. 이들 계의 앞에 붙어 있는 ‘불(不)’은 “…을 하지 않고 …이 되겠습니다.”하는 뜻이 담겨 있다. 
인도의 팔리어로는 불살생계를 ‘파안나티파타 베라마니(Pānatipātā veramanī)’라고 한다. 
‘안나티파타(ānatipāta)’의 ‘안(ān)’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나티(nati)’는 정신적인 것, ‘파타(pāta)’는 육체적인 것을 뜻한다. 곧 “정신을 상해하지 않고 육체를 상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맹세하는 것이다. 
남의 속을 상하게 하는 사람은 필경 자기 속도 상할 날이 오는 것이고, 남의 몸을 때린 사람은 필경 내 몸에도 상처를 받게 마련이기 때문에, “언제나 자비심으로 모든 중생을 돕는 사람이 되겠습니다.”하는 것이 불살생계의 뜻이다. 
불투도계는 ‘아딘나다나 베라마니(Adinnādāna veramanī)’라고 한다. 
‘딘나(dinnā)’는 ‘가진다, 취한다’는 뜻이고, ‘다나(dāna)’는 ‘준다’는 뜻이니 ‘아딘나다나’는 ‘주지 않은 것을 갖는 것’으로, 이를 도둑질이라고 한다. 
“주지 않은 것을 가지지 아니하고 항상 복을 지어, 모든 중생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하는 것이 불투도계의 뜻이다. 
불사음계는 ‘아브라흐마차리야 베라마니(Abrahmacariyā veramanī)’라고 한다. 
‘브라흐마차리야(brahmacariya)’는 ‘지극히 맑고 깨끗한 행동〔梵行〕’이라는 뜻이다. “불성실한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겉으로만 사음과 간음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참으로 마음 속으로 맑고 깨끗함을 호지(護持)하겠습니다.”하는 것이 불사음계이다. 
불망어계는 ‘무사바다 베라마니(Musāvādā veramanī)’라고 한다. 
아닌 말, 그릇된 말, 옳지 못한 말로 풀이되는 이 망어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아닌 것을 맞다 하고 맞는 것을 아니라고 하는 망어(妄語), 비단쪽같이 꾸며서 하는 말인 기어(綺語), 여기에서는 이 말을 하고 저기 가서는 저 말을 하는 양설(兩舌), 흉측하게 꾸짖고 욕하는 악구 (惡口) 등이다. 
“이러한 말들이 모두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하지 않겠습니다.”하고 맹세하는 것이 불망어계이다. 
불음주계는 ‘술라메라야마자 파마다티타나 베라마니 (Suramerayamajja pāmādātthānā  veramanī)’라고 한다. 
이상한 것은 인도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술〔酒〕을 ‘술(Sur)’이라고 발음한다. 술술 마시기 때문에 술이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술라메라야’라고 할 때는 술을 먹고 취한 것을 못마땅하게 보는 것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외운다. 
“술을 먹고 취하여 정신을 못 차리는 행위는 불자의 기본자세가 아니기 때문에 마시지 않겠습니다.”이렇게 맹세하는 것이다. 
이상의 기본 5계는 모든 불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불자라면 술을 먹고 정신을 못 차리거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거나, 사음‧간음을 하고 바람을 피우며 다니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자비심 없이 살생을 하거나 남의 속을 상하게 하는 일을 함부로 저질러서는 안 된다. 
만약 5계를 지키지 못하면 참선도 올바로 할 수 없고 지혜도 생겨나지 않으며, 해탈 또한 영원히 얻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다섯 가지 계 중 불음주계를 제외한 네 가지를 성계(性戒)라고 한다. ‘성(性)’은 마음 심방(忄)변에 날 생(生)자를 써서 마음이 나는 곳, 곧 ‘마음의 바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성계는 그와 같은 행위를 범하는 자체가 바로 죄가 되는 계이다. 따라서 이 성계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 
이에 비해 불음주계는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술을 먹음으로 해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기 때문에 반성반차계(半性半遮戒)라고 한다. 불음주계는 다소나마 융통성이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의 5계 뒤에는 자비․ 복덕․ 청정․ 진실․ 지혜라는 적극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다. 
중생을 죽이지 않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자비심으로 뭇 생명 있는 이를 구원하고 도둑질을 하지 않음은 물론 남에게 두루 베풀어 복덕을 키워 나가야 하며, 사음을 하지 않음은 물론 청정을 이루어 모든 중생이 그 속에 들어와 맑게 깨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헛된 말을 떠나 진실을 이루고, 술을 먹지 않는다는 차원을 벗어나서 지혜를 더욱 발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나는 신도들이 모인 법회를 주관할 때 언제나 다음과 같은 5계의 노래를 부르도록 가르치고 있다. 

살생하지 아니하고 자비심을 가지리다
투도하지 아니하고 복덕을 지으리다
사음 간음하지 않고 청정행을 지키리다
망어를 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리다
음주를 아니하고 지혜를 키우리다

우리 불자들은 단순히 몸조심을 하고 말조심을 하고 행동을 조심하여 신구의 삼업을 잘 다스린다고 하는 계율의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서야 한다. 그리하여 마음으로 자비와 지혜를 기르고, 입으로 진실을 가꾸며, 행동을 통하여 복덕과 청정행을 쌓아가야 한다. 이것이 근본 5계 속에 담겨 있는 참 정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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