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시인의 마음을 젖게 하는 한 편의 詩
한빛 황토(黃土)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萬)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박재삼 시인은 1946년 삼천포여자중학교에 사환으로 있을 때 교사로 있던 감상옥 시조시인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55년 등단 후 한국의 전통적 가락에 향토적 서정과 서민생활의 고단함을 실은 시와 시조를 많이 썼다. 또한 슬픔의 연금술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김소월, 김영랑, 서정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시의 맥을 이은 시인으로 불려진다. 윗 시는 한국의 사랑시 중에 절창 중에 절창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한 사내의 절절한 사랑의 아픔을 참아내는 마음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수에는 임이 저물녘까지 종일 기다려도 오지 않아 속이 탔는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여울에 비춰 본다. 한밤중으로 시간이 흐르자 들기름불이 지지지 앓으며 타는 소리로 울고 달빛도 시름으로 느낀다. 셋째 수에서 불면의 지난밤을 잊으려는 듯 잠을 못잔 조약돌을 건져 햇빛을 비쳐 주며 눈물을 적셔 주겠다고 한다. 눈물을 재료로 하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시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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