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세이-명상수행의 탑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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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세이-명상수행의 탑 쌓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5.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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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오랜 봄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빗물에 흠뻑 젖은 초록생명들이 움츠리고 있던 몸을 세우고 기지개를 켜려 한다. 하늘은 비를 내리고 대지는 철마다 과일을 열게 하고 암소는 젖을 주며 재가자는 스님께 공양을 올린다. 
오월은 명상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걷기 명상이 그러하고 산사나 고요한 숲속에서 좌선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불교명상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중요한 지침과 기능을 하여 왔고, 그만큼 역사 속에서 존재가치를 인정 받아온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사마타(samatha, 止)와 위빳사나(vipassanā, 觀)는 불교명상을 대표하는 핵심적 술어이다. 하지만 새내기 출가자로부터 아라한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행자들이 이 두 가지 명상 수행에 앞서 실천한 것은 호흡에 대한 사띠 명상(sati-meditation)이다.     
부처님께서 자기를 찾아온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을 집중하는 여러 가지 수행법을 고안했다. 그 가운데 몸과 마음의 활동을 탐색하는 가장 좋은 기법은 정각을 이루기 전이나 후에 단절 없이 몸소 실천한 호흡관법이었다. 부처님을 비롯한 출가 수행자들이 깨달은 이후에도 주로 ‘아나빠나사띠(出入息念)’로 수행했다는 사실은 「웨살리 경(S54:9)」, 「아난다 경(S54:13)」에서 기록되어 있는데, 이 교법에 따라 나는 10년 이상 매일 아침 호흡명상을 한다. 
호흡은 들숨날숨[아나빠나]이고, 지금 여기(코끝)에 현전하는 호흡을 잊지 않고 그곳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나가는 의도가 빠알리 어(語)로 사띠(sati)이다. 우리말로 ‘마음챙김’, ‘알아차림’, ‘새김’으로 번역되고 있다.
가부좌하고 코끝에서 일어나는 호흡에 마음을 집중해 나갈 때 분별적인 사유나 숙고에 휩싸이지 않고 대상을 알아차리고, 관찰하는 지혜로운 마음이 일어남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세존께서 탐욕, 애착과 같은 번뇌에 사로잡힌 상태를 일종의 심통心痛으로 간주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띠(念, sati)의 확립이라는 명상 기법을 계발하였는데, 20세기에 이르러 이런 불교명상을 스트레스 완화나 심리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곳은 서양, 특히 미국이다. 최근 미국의 유수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는 물론 사원들까지 호흡명상에 심취하고 있다. 의학적·과학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의 가장 강력한 도구임이 증명되자 실용주의 사고를 가진 서양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일상에서 명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남방불교에서도 아나빠나사띠 수행은 사념처 내지 위빳사나 수행의 핵심주류이다. 요가나 단전호흡의 호흡법에는 호흡을 인위적으로 길게 늘어뜨리거나 심호흡을 하게 하거나 호흡을 오래 멈추게 함으로써 몸에 기를 모으게 하지만 붓다의 호흡관법은 자의적으로 호흡을 조정하는 훈련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들숨과 날숨이 반복되는 과정에 그 호흡의 흐름이 ‘짧든 길든 무겁든 가볍든 거칠든 부드럽든’ 이를 인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호흡을 의식하고,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어떤 혼란도 없이 호흡에 주의 집중하는 명상법이다.
산스크리트어로 ‘프라나’라고 불리는 숨결은 ‘마음을 실어 나르는 수레’와 같아서 몸과 마음의 상호 작용을 확인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악하고 불건전한 마음이 일어나면 호흡은 무겁고 거칠고 빠르고,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일어나면 호흡은 솜털처럼 가볍고 고요하고 느리다. 
숨결을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마음은 자동적으로 길들어져 다스릴 수 있게 된다. 힘든 일에 직면하였을 때 혼자서 몇 분 동안 숨을 길게 조용히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늘 바쁘고 뭔가에 쫓기는 듯 나 자신을 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른 아침에 5∼10분만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붓다의 호흡법을 공부해 나간다면 지혜로운 이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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