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세이 - 낚시 바늘에 꿰이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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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세이 - 낚시 바늘에 꿰이지 않으려면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6.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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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산과 들에는 신록이 우거지고 제주 연안에는 한치와 갈치 낚시가 시작된다. 한치는 6월부터 9월까지가 제철로 이맘때 제주 밤바다는 환하게 불을 밝힌 어선들의 집어등集魚燈으로 온통 불야성을 이룬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도두항에서 선상 한치 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나 자신도 젊은 시절 동네 형들을 따라 낚시를 한 추억이 있듯이 바닷가 마을에 살았던 어르신네들도 다 그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낚시가 여가 선용을 넘어서 가족 간의 자연학습장으로 변해 가기도 하고 또 자연과 삶을 관조하기 위하여 절해고도로 낚시 여행을 떠나는 이도 있다.
꼭 고기를 잡아야 하는 생계 유지형의 어부와 달리 즐기는 낚시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절대 적은 수는 아니다. 그들이 무심코 낚시터에 남긴  낚시 바늘 및 줄의 쓰레기가 야생동물들의 삶을 옥죄기도 한다. 
낚시의 즐김 뒤에는 반드시 물고기의 죽음이 뒤따른다. 불자들이 방생放生을 외치면서 낚시를 한다면 뭇 생명에 자비심이 없음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나도 40대에 들어서서 낚시 대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낚시 바늘에 꿴 미끼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이다. 
「낚싯바늘 경」(S17:2)에서 부처님께서는 ‘낚싯바늘’의 비유를 통해 불교의 인생 철리(哲理)를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낚시꾼이 미끼가 달린 낚싯바늘을 깊은 물속에 던지면 미끼를 발견한 물고기가 그것을 삼킨다. 그러면 그 물고기는 곤경에 처하고 재난에 처하게 되며, 낚시꾼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된다. 비구들이여, 여기서 낚시꾼은 마라 빠삐만을 두고 한 말이요, 낚싯바늘은 이득과 존경과 명성을 두고 한 말이다. 비구들이여, 어떤 비구든지 이득과 존경과 명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즐기고 그것을 탐착하면 그 비구를 일러 ‘마라의 낚싯바늘을 삼켰다. 곤경에 처했다. 재앙에 처했다. 빠삐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한다.”
인간을 외부의 대상 또는 사물에 묶어놓는 족쇄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탐욕이다. 즉 외부세계가 인간의 족쇄도 아니고 인간이 외부세계에 대해 족쇄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감을 통한 쾌락 추구의 밧줄이 강해지면 밧줄 그 자체는 더욱 짧아지고 이에 비례하여 행동의 자유는 더욱 제한된다. 탐욕이라는 밧줄의 성질이 이와 같기 때문에 누군가가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를 비난하였다면 그 사람에게 크게 화를 내게 되고, 반면에 이득이나 호의나 아첨에는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각종 수상受賞이나 승진 또는 출판물의 출간, 고시합격, 박사학위의 취득, 조합장 및 마을이장의 당선 등을 공개적으로 과시하기 위하여 신문에 축하광고를 하는 제주 특유의 관례가 있다. 물론 그분들의 명예와 존경을 받을 만한 일을 성취하셨기에 명예와 존경을 기리는 것을 탓할 수는 없겠으나 이런 축하광고문화가 도를 넘고 있다.  
이와 같은 ‘뽐내기 문화’는 그 개인 또는 가족, 소속 집단이 남들보다 잘났다고 여기는 데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더욱 위대해지기를 바라지만 그럴수록 자아관념을 없애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반면에 우리가 남을 좀 더 많이 인정할수록 자기에 대한 애착은 점점 줄어들 수 있다.
불교는 긍정·수용·배려의 아름다운 마음작용을 포괄하는 관용의 문화를 강조한다. 비록 이득이나 명예나 칭찬이 영원한 것이 아니며 그것들은 생겨날 인연이 있을 때라야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가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갈애는 그칠 새 없다. 
칠흑같이 어둡고 고요한 밤 하늘정원에서, 제주의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는 집어등 불빛을 바라보며 생사윤회의 낚시 바늘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내려놓기 힘든 애착을 버려야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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