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향 에세이 - 더불어 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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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향 에세이 - 더불어 사는 사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6.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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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시인.혜향문학회 회원>

매년 봄이 되면 따뜻한 공기를 타고 향기가 들어와 마음을 마구 간지럽힌다. 이 향기에 대한 유일한 추억은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갔던 섬에서 맡은 향기라는 것뿐이었다. “고향” 듣기만 해도 가슴이 떨려오는 단어다. 모씨는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해오다 정년퇴직을 하고 퇴직 후 꿈꾸었던 고향에서의 삶을 영위하고자 섬 속의 섬으로 갔다. 아직 준비 중이기에 집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살이를 시작하였는데 예기치 못한 문제에 부딪쳤다. 주민들이 반기기는커녕 집이 없으니 주민자격이 없고 각종 마을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따라서 주소를 두고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집의 소유와 상관없이 국적 ·성별 ·연령, 행위능력 등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주민으로서 자격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있다. 직장을 퇴직한터라 특별한 재주도 없고 고향에서 소일을 하며 공공시설물 이용과 정부에서 보조하는 사업을 찾아서 노후 일거리로 개발을 해보려고 하는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새로 들어오는 사람을 반기지 않는다면 향후 작은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심히 걱정스럽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섬의 인구변화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8만1296명이던 섬 지역 인구가 20년 후인 2036년에는 14만4618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66년에는 절반 가까이 줄어 9만3692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고 있다. 섬에 살던 젊은 청년들도 직장을 따라 어린이를 데리고 고향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고 섬지역을 지키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며 노령화가 되어가고 있어 섬마을 관리와 주산업인 어장 보존이 위태롭고 초등학생이 모자라 분교였던 학교도 최근에 폐교가 되었다. 이처럼 섬 소멸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다가오는데 섬에 들어오는 사람을 배타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섬의 활성화는 요원할 것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줄어가는 지역 인구를 늘이기 위하여 유치운동본부가 만들어져 고향으로 불러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소 갖기 운동, 귀농. 귀어. 귀촌기반 마련을 위해 전입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모두가 힘을 합쳐서 사활을 걸고 이 운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집을 꼭 가져야만 섬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유입이 어려울 것이다. 정착 이전에 적응 기간도 필요하니 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이타적인 마음으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조상들이 힘들게 지키며 살아온 삶이 터전, 섬의 모습을 보전하며 남은 삶을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모씨는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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