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불교의 최고성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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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불교의 최고성지를 가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6.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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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성지순례기 ③ / 글.보현수

지난 5월 자연 스님의 안내로 불자 20여명과 함께 티베트 성지순례를 마친 보현수 불자가 티베트 성지순례기를 본지로 보내왔다. 이번 호에는 셋째 날에 가 본 티베트불교의 총 본산인 조캉사원을 참배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편집자주>

 

석가모니 8세(世)불상. 철망으로 보호되고 있다.

고산병 증상에 대한 처방으로 한결 가벼워진 몸과 부담 없는 마음으로 순례길에 나섰다. 성지순례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시련을 주어 자신을 성찰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고산병으로 인한 고통도 순례의 한 과정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너무 호들갑을 떨었구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 순례의 하이라이트는‘부처님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조캉사원 이다. 황금지붕으로 장엄된 조캉사원은 티베트불교의 총본산이고 제1의 성지이며, 티베트의 심장으로 티베트인들이 죽기 전에 반드시 순례해야 하는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지방에서 라싸로 들어온 순례객들이 가장 먼저 참배하는 곳인 종교적 구심점이다.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오체투지 수행의 종착지도 역시 조캉사원이다. 조캉사원을 빼고는 티베트의 불교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신성한 땅, 신들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라싸는 거대한 마녀가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 마녀의 심장에 해당하는 곳에 세워진 곳이다. 1,400년의 역사를 가진 조캉사원은 티베트를 최초로 통일한 송짼감뽀 왕이 네팔의 브리코티 공주를 위하여 지었다는 설과 당나라 태종의 딸 문성공주를 위해 지었다는 설이 있으나 어느 말이 맞는지 그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본당(한국의 대웅전)에는 문성공주가 당나라에서 올 때 가져왔다는 석가모니부처님의 8세(世) 불상이 모셔져 있으며 내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도촬(?)에 성공했다. 이 불상은 기록상으로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인 2,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되어 있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불상인 만큼 엄중한 보호 속에 관리되고 있는데, 공안들이 상시 배치되어 외국인 참배객들의 근접을 금지하는 반면에 티베트인들의 접근은 공안들의 통제 하에 불단 앞까지 가서 공양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저녁예불 시간이라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리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우리도 공양 올리고 싶은 간절한 눈빛을 읽었는지 다행스럽게도 마음 착한 공안의 배려로 다른 참배객들에게는 금지된 친견 참배를 우리스님들께 특별히 허락하여 준비한 공양물을 올리고 삼배의 예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벅찬 환희심에 나도 모르게 서툰 오체투지로 예를 올리니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필자가 라마승의 특별 허락으로 야크버터 촛불공양을 올리는 모습.


지금은 순례자들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티베트인들이 최고의 성지로 신성시 하는 조캉사원이었지만 한 때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중국이 문화혁명기간 중에 티베트의 사원 6천 여 개를 폐쇄시켰는데 이 사원도 폐쇄되면서 한 때 돼지우리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당 태종의 딸인 문성공주가 가져온 불상이 봉안되어 있어서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티베트인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1979년부터 조금씩 개축 보수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조캉사원은 현 14대 달라이 라마인 ‘탠진갸쵸’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신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어린아이가 선발되면 여기서 행하는 의식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최종 결정된 아이는 18세가 될 때까지 비밀리에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18세가 되면 정식으로 달라이 라마로 인정되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한다. 사원을 한 바퀴 참배하고 나서려고 하는데 일련의 어린 학승(라마)들이 사원 안 마당같은 광장에 모여 들더니 2인 1조가 되어 낮에 배운 내용을 묻고 답하는 토론의 장을 열고 있었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토론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티베트 불교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여겨졌고, 티베트 불교가 보리심과 공성(空性)이라는 두 축에 의해 지탱된다는 말이 이런 공부의 열기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원내부를 참배하고 나오면 바로 바코로 광장이다. 조캉사원을 향해 오체투지 하는 라마 및 티베트 순례객들,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대는 곳이지만 남녀노소 구별 없이 행해지는 오체투지 수행의 열기가 광장에 넘치고 있으며, 나이 많은 노인네들이 마니차를 손에 들고“옴 마니 반매 훔”진언을 외며 조캉사원의 둘레를 돌고 도는 꼬라순례자 들의 끊이지 않는 행렬은 감동적이었다. 비록 남루한 옷차림이지만 순박한 눈동자에 비치는 깊은 불심을 보면 숭고한 경외감마저 느끼게 했다. 설명에 의하면 농업과 목축업이 주 산업인 티베트에서 농한기를 이용하여 전국 곳곳에서 마차나 차량에 먹을 것과 입을 것, 잠자리용 물건 등을 싣고 몇 주, 몇 달이 걸리는 그 길을 걷고 또 걸어 조캉사원을 찾아 순례하는 참배객이 하루 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태생적으로 불교적 세계관, 불교적 가치관 속에서 살아가고 대물림 되면서 이어져 오고 이어져 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부처님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불교 속에 삶이 있고 삶 속에 불교가 녹아 들어간 티베트인들의 신앙심을 거울삼아 나 자신을 비추어 보면 부끄러운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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