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칼럼 - 국정교과서에 쏙 빠진‘한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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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칼럼 - 국정교과서에 쏙 빠진‘한강의 기적’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7.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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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준<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1950-60년대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에는 구두닦이 넝마주이 지게꾼과 같은 극빈층이나, 거지가 넘실거렸다. 끼니를 굶는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 서울시 청계천, 시 외곽지역과 부산 등의 산자락엔 판자집이 다닥다닥 붙어 거대한 난민촌을 이뤘다. 이런 사정은 제주지역에서도 비슷했다. 깡통을 찬 거지들이 가가호호를 찾아다니며 구걸행각을 벌였다. 대부분의 집안구조가 초가집인데 비해 우리 집은 제주시내에서도 몇 안 되는 기와집이었다. 아버지는 법원 과장급 공무원이었다. 이에 거지들이 부잣집인 줄 알고 우리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필자의 어머니께서는 구걸객들이 들고 온 깡통에 밥과 반찬을 조금이라도 채워줬다. 밥이 없을 경우엔 돈 몇푼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농촌에선 봄만 되면 춘궁민(春窮民)이 넘쳐흘렀고 절량(絶糧)농가가 급증했다. 배고픈 농민들은 심지어 산으로 가 흙을 파내 나무뿌리를 캐고 열매를 따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보릿고개’ ‘초근목피’(草根木皮)란 말도 이 때 생겨났다. 1953년엔 절량농가가 60만 가구를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었다. 
이런 현상은 1960년대 말부터 줄기 시작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정권은 미국. 독일. 일본 등으로부터 외화(차관)를 얻어와 중화학 산업의 근간이 되는 각종 공장을 짓고 전력산업을 일으키고 고속도로를 개통하는 등 산업분야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박 정권이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개설하려고 하자 당시 야당이 망국(亡國)이라며 이를 극력 반대했지만 박 정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 붙였다. 고속도로가 있어야 각종 화물이나 물자 같은 것이 보다 수월하게 유통돼 수출 길도 그만큼 쉽고 빨라진다는 신념에서였다. 각종 사화간접자본(SOC) 시설이 이 시기에 급속도로 건설됐다 이 당시 수출할만한 것은 모두 수출했다. 심지어 가발을 수출하는 것도 큰 뉴스가 되기도 했다. ‘수출입국  (輸出立國)’으로 경제발전의 기치를 내건 당시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또한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수립, 박정희 대통령이 매월 직접 각료회의를 열어 경제상황을 일일이 체크하며 개선점과 앞으로의 추진 대책을 논의한 점은 경제발전에 가속도를 붙였다. 박 정권은 오늘의 포항제철 같은 중화학 공업을 일으키는데 힘을 써 경제발전의 토대를 두텁게 쌓아갔다. 가난의 대명사였던 농어촌에선 자조·자주·자립의 기치 아래 정부는 ‘다함께 잘 사는’ 새마을 운동을 줄기차게 벌여나갔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50년대엔 70달러였으나 지금은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이 얼마나 괄목할만한 발전인가. 박 정권이 유신헌법, 긴급조치 등으로 민주화에 역행하는 잘못을 벌였으나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성공한 나라를 만들었다.
1970-8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에 경이로움을 나타낸 세계는 한국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며 부러워했다. 6.25 전쟁 이후 온 국토가 잿더미 속에 초토화됐던 한국이 30여년 만에 기적적으로 경제발전을 거듭하자 세계가 놀란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은 단기간에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고 경제 성장을 이뤄냈는데, 이 놀라운 상황을 세계인들은 ‘라인 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라인 강은 독일 동서부를 관통한다.  
그런데 최근 국정 사회 교과서에 실렸던 이런 ‘한강의 기적’을 지워버려 논란이다. 올 3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들은 일부 개정된 ‘사회’ 국정 교과서로 수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고도의 경제성장을 가리키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내용이 온대간데 없이 쏙 빠져버렸다. 이전 교과서에서는 우리의 경제발전. 산업화 과정을 매우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 기간(산업화 기간)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는 세계로부터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는 말을 듣게 됐다’(150 –151쪽)고 적고 있다. 좌경친화적인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국정 교과서에 실렸던 역사적 내용·사실까지 슬그머니 지워버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한국교육과정학회 홍후조 회장(고려대 사범대 교수)은 최근 열린 포럼에서 “외국에서는 한강의 기적을 부러워하는데 우리 교과서에서는 도리어 왜 이를 숨기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부는 ‘적폐청산’ 이름 아래 과거사를 줄줄이 훌터내리고 있다.  ‘잘 된’ 과거를 부정하는 것도 청산해야 할 신(新)적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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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2019-07-08 18:21:33
예를들어 희대의 살인마가 평소에 이웃에게 온갖 친절을 배풀었다해도 결국 살인을 정당화할순 없듯이...받아먹은 떡을 정당하게 평가하자?? 불교신문 제발 이런 글 자제해주세요 !!

이유진 2019-07-08 16:59:11
잘한것 언급하면서 지적했으면 진정성에 의심없을텐데 출신 어디안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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