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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행스님과 함께 한 국제의료봉사 북인도 라다크 방문기①
일 심 각<제주포교사단 21기>

인도에 오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인도의 오지마을 라다크, 산과 산맥에 둘러싸여 뜨겁고 추운 마을이다.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만족하며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하며 살아가고 있다. 크게 동요하거나 남과 비교하지 않는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며, 편안해진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소박한 것들이다. 가족이 아프지 않고, 가족과 함께 하루 세끼를 해결하면 감사할 뿐이다. 더 편하고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하지 않기에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의료봉사’를 한다고 이곳을 찾았지만, 과연 우리가 얼마만큼의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신세를 질뿐이라는 미안함과 그들의 소박한 삶이 아름다울 뿐이다.
라다크 심장재단 병원에서의 의료봉사
  이른 아침 일출을 받으며 떠오르는 히말라야산맥은 인간의 오만을 나무라는 듯, 우리를 겸허하게 한다. 마치, 전체에 조명을 받는 듯한 황금빛 설산과 돌산의 조화! 누가 감히 그 앞에 토를 달겠는가?
어차피 흙이 되어 돌아갈 몸들...
영원한 어머니의 커다란 자궁과 같은 산들의 둥지 라다크. 교만할 것도, 아등바등할 것도 없는 땅.
 이틀간의 여정 끝에 ‘라다크 심장재단’에 도착했다. 방 배정이 될 때까지 로비 바닥에 주저  앉아 준비해 온 선글라스 수백 개를 케이스에 넣었다. 해발 3,500여 미터의 산악지대라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야 하는 주민들을 위한 선물이다.
고산증 약을 복용한 후 침대에 누워 고산증 적응을 위한 휴식을 한다. 말도 많이 하면 안되고 걷기도 천천히 우아하게 하라는 능행스님의 말씀이다.
 라다크는 파키스탄과의 정전이후 항상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 밖 외출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양쪽 코가 콱 막힐 정도로 날씨가 건조하고, 머리가 띵하며 심한 사람은 양 손발이 저리도록 고산 증세가 심하다. 신기한 것은 3일정도 고산증 약을 복용하고 나니 몸이 적응을 하는지 견딜만 했다.
 나는 한방 팀에 배정되었고, 다음날의 진료를 위해 몇 시간에 걸쳐 미팅을 하였다. 한방의사인 한의학박사, 의사를 보좌하는 현직 간호사분이 함께 배정되었고 간호사의 보조가 내 소임이었다. 시간을 맞춰 침을 뽑고, 부황 도구를 떼고 피를 닦아 냈으며, 파스를 붙이고 쓰담쓰담 하기까지 마음을 모아 집중해야 한다. 작은 침과 일반 침은 쉽게 뽑을 수 있었으나 한 뼘 길이의 장침은 쉽게 빠지질 않는다. 특히, 허리에 꽂힌 장침의 경우 환자가 긴장하여 힘을 주면 절대 뺄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며 부처님의 명호가 튀어 나온다.
 오전에 40명 오후에 40명, 하루80명의 환자들에게 침술을 행하고, 아픈 부위를 치료한다.  약제 처방만 해도 10여 가지로 구미강활탕, 오적산, 도인승기탕, 인삼패독산, 보증익기탕, 청심연자탕, 평위산 등이다.


 나와 한 팀이 된 룸메이트보살은 약제담당을 맡았다. 나이가 나보다 많은 보살은 안경을 쓰고 처방전대로 약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베드가 5개 놓인 좁은 방안은 환자들의 열기와 냄새로 가득하다. 창문을 열고 싶어도 침 맞는 환자들이 찬 기운을 느끼면 안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지시대로 열지 못한다. 그밖에도 치료부위 이외의 신체부위는 덮어 줄 것, 베개는 반드시 낮은 것을 사용할 것, 무릎을 치료할 환자는 무릎 밑을 받쳐 줄 것, 침 놓을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닦을 것, 침을 뺄 때는 직각으로 빼고 피가 날 경우 반드시 마른 솜으로 눌러줄 것 등 상당히 엄격한 규정을 지키며 진료는 진행되었다. 복도를 가득 메운 환자가 차례대로 진료실에 들어오면 티베트 스님 2~3분이 현지 언어로 문진을 하신다.  ‘식사는 했는지, 알러지는 없는지, 통증 부위가 어딘지 ...’ 그것을 한국에서 함께 간 비구니스님이 영어로 전해 듣고 진료팀에게 전달한다.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환자들의 옷을 벗기는 일이다. 추운지방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복을 두세 겹 껴입고 있다. 특히 유목민 보살들은 그 위에 두껍고 넓게 퍼지는 코트(?)까지 껴입고 긴 스카프 같은 천으로 허리를 꽁꽁 동여매고 있다. 그러한 복장을 해제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원활한 진료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
 언어가 안 통하니 벗는 제스처를 하면서 연신 ‘Open, open!’을 외칠 수밖에 없다. 치료를 마친 이에게는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줄레, 줄레~”하면, 고맙다는 표현을 하며 약제부 쪽으로 이동한다. 챠트에 기재된 처방 외에 스님들과 연로하신 분들에게는 오메가 쓰리 3개월분과 비타민제가 추가 되었다. 무릎과 발목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파스 대신 바르는 맨소래담 한 병이 주어졌다. 나와 약제부 보살이 짜고 하는 배려였지만 의사선생님께서는 모르는 척 눈 감아 주셨다. 첫날 약재준비부터 시작하여 3일 동안 204명의 환자를 치료하였고, 점심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밀린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급하게 돌아치느라 침대 모서리에 부딪친 곳이 멍으로 얼룩얼룩하다. 서로의 허리에 파스를 붙여주며 알 수 없는 행복감에 미소 짓는다. 
<다음호에 계속>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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