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유르 곰파와 알치 곰파 순례 그리고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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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유르 곰파와 알치 곰파 순례 그리고 휴식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8.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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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행스님과 함께 한 국제의료봉사 북인도 라다크 방문기③ / 글.일심각 (제주포교사단 21기)
라다크 국제의료봉사에 참여한 일행이 자리를 함께했다.

성지(라마유르, 알치 곰파)순례, 그리고 휴식
 아침6시,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산책을 나섰다. 9시에 숙소에서 출발인데, 시장구경을 하다 보니 시간이 임박했다.  숙소까지는 차로 20분 거리이다. 로터리에 가면 택시가 대기하고 있다고 하나 워낙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진행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손을 들어 세운 차량은 야채를 배달하는 차다. 게스트하우스 명함을 보여주니 알았다고 하여 타려고하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한다. 마음이 바쁘던 차에 아파트에서 나오는 차가 있어 택시인줄 알고 세우니 출근하는 군인장교의 차였다. 명함을 보여주고 급하다고 하니 ‘OK!’ 타라고 한다. 모르는 길을 헤매며 숙소 앞에 도착하여 100루피짜리 새 돈을 내미니 ‘NO!’라며 사양한다. 고마운 마음에 몸에 지니고 있던 악세사리와 펜을 건네고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일행들이 식사를 마치고 출발하기 직전이어서 급히 식당에서 토스트와 삶은 계란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오늘 일정은 어제와는 다른 반대방향에 있는 라마유르 곰파와 알치 곰파다. 레에서 3시간을 걸쳐 가야하기 때문에 버스의 앞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인더스 강의 굽이치는 물결을 따라 계곡을 향해 달린다. 인더스 강의 강줄기가 한쪽은 파키스탄으로 흐르고, 다른 한쪽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중간 중간 넓은 바위 위에는 대포가 설치 되어있고, 군인들이 상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 앉은 티베트 스님이 사진을 보여 주시며 겨울에는 이 강이 정말 맑고 깨끗했다고 설명해 주신다.
라마유르 곰파는 레에서 125Km 떨어진 해발 3510미터의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라마유르로 향하는 ‘잘레비Jalebi’라는 고갯길은 우리나라의 한계령처럼 구불구불하다. 마침내 도착한 ‘달의 계곡’이라는 곳에 라마유르 곰파가 자리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전승에 의하면 붇다 생존 시에는 맑은 호수였는데, ‘먼 미래에는 호수가 사라지고 절이 들어 설 것이다’고 한 아라한이 예언하였다고 한다.


 라마유르 곰파는 10세기경 라다크 왕의 명령으로 린첸 잔포Rinchen Zanpo스님이 창건했다. 그 후 16세기에 이르러 나병에 걸린 라다크 왕이 스님들의 도움으로 병을 치료하고 고마움의 뜻으로 곰파를 스님들에게 보시했다고 한다. 왕은 사원을 보시하면서 세금을 면제해 주고 곰파 주변을 성역화 하여 범죄자라 할지라도 곰파 안에서는 절대 잡아 갈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때문에 라다크 사람들은 지금도 이곳을 ‘자유의 장소’라고 부른다. 곰파를 둘러싼 구석구석에는 마니차가 설치되어 있어서 계속하여 ‘옴 마니 반메훔’을 염송하며 거닐게 된다. 
전성기 때 이곳 라마유르 곰파에는 400여명의 스님들이 생활했지만 지금은 20~30여명의 스님들만이 기거하고 있다. 그러나 3월과 7월경에는 100여명이 넘는 스님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며 가면 춤을 추는 축제가 열린다. 3월은 지루한 겨울의 끝자락이고, 7월은 짧은 여름의 한복판이다. 혹독한 자연환경을 이겨내며 묵묵히 겨울을 보내고 있는 라다키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짧은 여름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레에서 스리나가르 쪽으로 70Km떨어진 오지마을이다. 인더스 강변과 맞닿아 있는 이곳에 10세기 말 린첸 잔포 스님이 건립한 알치 곰파가 숨어 있다. 이곳은 법당 6개중 대웅전 격인 두캉과 숨첵, 만주리라캉, 로트사바라캉 만을 개방하고 있다. 좁은 실내에는 5.18미터의 관세음보살 입상이 한 면을 높이 차지하고 있었고, 맞은편에 문수보살 입상, 그 곁에 미륵불 입상이 모셔져 있다. 우리들의 개념과는 달리 법당이라고 하지만 불상들이 모셔진 방이었다. 그 옆의 법당에 가서야 우리는 간단한 법회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처음 보게 된 건물은 숨첵이라는 목조기둥의 3층 건물로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섬세한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건물 입구 위에 삼각 틀에 조각 된 문양들은 법당의 불상보다 훨씬 더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린첸 잔포 스님은 인도와 카슈미르의 17년간 유학파로 티베트에 돌아와 왕의 후원을 받아 많은 경전을 번역하고, 카슈미르 예술가 32명을 초청해 이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건물뿐만 아니라 내부 벽면에도 천문도와 불보살상 등 각종 신장상 등이 그림으로 표현되어있고, 입상의 법의에 그려진 그림들 역시 그 섬세함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린첸 잔포 스님은 알치 곰파 외에도 라다크와 서티벳에 108개의 사원을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치 곰파의 벽화들은 카슈미르와 간다라 미술의 절묘한 만남으로 아잔타 석굴 벽화와도 종종 비교되고 있다. 대웅전격인 두캉은 알치 곰파의 보석 격으로 알치 곰파 중 그 규모가 가장 크다. 목조불상인 비로자나불(Vairocana)을 모시고 있는데, 이것은 1000년동안 살아남은 현란한 세부묘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벽화 6개중 만다라(Mandara)와 ‘왕과 왕비’라는 제목의 벽화도 있다. 라다크의 다른 곰파들과는 달리 알치 곰파는 잔스카르 지역 오지의 평지에 위치하여 이슬람교도들의 침입 때도 눈에 띄지 않고 무사히 지켜졌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흙벽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벽들이 추운 겨울에는 꽁꽁 얼었다가 여름 한철 해동되니 자연스레 금이 가고 약해진다는 것이다. 한 쪽 벽의 벽화가 유실되어 보수를 하여 비슷하게 그림을 덧 씌워 놓은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만약 라다크를 방문하게 된다면 최우선으로 가 보아야 할 천년고찰이라 생각된다. 4개의 법당을 모두 둘러보고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에 그림엽서를 사들고 나섰다. 마당의 낮은 담장 너머로 멀리 작은 수력 발전소가 보인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눈이 녹아내리는 물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인도의 수도인 델리보다 물 사정이 넉넉했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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