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낮은 자리 찾아 흐른다.
패인 자국 아픔에
새살을 돋게 하고
휘진 곳 고픈 자리
가득 채우고 나서
길을 떠난다.
흐름 길 막히면
돌아서 가고
벼랑길 낭떠러지에서도
제 몸 사리지 않는다.
목마름의 땅
낮은 자리 찾아 흐르는 물.
물 흐름의 길은
우리 살아가는 길이다.
심향 김종두 시인은 제주시 출신이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1976년 「소년」으로 등단하여 주로 동시를 썼다. 말년에 제주어로 ‘사는 게 뭤산디’란 시집을 상재하여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기도 했다. 위 시는 난해한 현대시를 비웃기나 하듯 흐르는 물처럼 조용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독자의 가슴에 흐르도록 하고 있다. 김 시인의 시 세계를 굳이 한 마디로 얘기 한다면 삶의 일상성을 외향적인 시각에서 즐기는 시적 흔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도 받고 있다.
우리는 물처럼 살라는 말을 한다. 위 시에서 물의 철학을 느끼게 한다. 즉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을 성찰하게 하는 이미지가 짙게 깔려 있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지나친 수식으로 인하여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쏭달쏭한 표현으로 혼란에 빠지게 하는 시들도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삶의 고통이나 내적 갈등의 세계보다 인생의 경륜을 자연의 흐름에서 시적 발상을 구성해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물은 생명이다’ 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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