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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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풍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9.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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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진의 ‘길 위에서’ (28)

몇 년 전부터 부엉이가 유행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자들에게 유행이다. 초점을 더 가까이 잡으면 아줌마들에게 유행이다. 부엉이 가방에, 부엉이 열쇠고리, 부엉이 인형, 부엉이 모양 풍경, 어떤 소품이든 부엉이가 들어가기만 하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집들이 선물로도 단연 부엉이 소품이 최고다. 너무나 열풍이지만 ‘그래, 너 정말 잘났다!’ 소리를 들을지라도 나처럼 삐딱한 사람들은 한발 빼고 이렇게 바라 볼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아는 보살님을 만났다. 워낙에 부엉이를 좋아하시는 건 알았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좀 달랐다. 드디어 수십 마리 부엉이가 잔뜩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것이다. 장관은 장관이었다. 
 한때 그리스로마신화를 탐독한 탓에 나는 부엉이를 지혜의 신 아테나의 상징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 이 열풍이 시작되면서 부엉이가 재물을 불러들인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했다. 뭐 그런 얘기를 들어본 것도 같다. 부엉이는 자기 둥지에 무엇이든지 끌어 모아 두는 습성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부엉이를 지혜의 상징으로 대할 것이냐 재물의 상징으로 대할 것이냐 가 문제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중요하다. 부엉이를 미친 듯이 수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상의 인터뷰를 해 보았다.
 “지혜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수집하고 있어요.” 
“부엉이처럼 지혜로워지고 싶어서요.” 
안타깝게도 이런 인터뷰는 상상으로도 없었다. 
 내가 알기로 돈은 이렇다. 지혜로운 사람은 딱 자기 지혜로 부릴 만큼의 돈을 원하고 그만큼 얻는다. 그것은 진짜 재물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무조건 많이 원한다. 물론 어리석은 사람이 원한다고 다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적어도 재앙은 피해간 것 같으니까. 
 문제는 지혜는 없는데 돈이 꾸역꾸역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그 돈은 재물이 못 되고 재앙이 된다고 들었다. 정말 그렇다. 텔레비전에서 접하는 일부 재벌가 자녀들이 사는 모습을 보자. 문란한 성도덕에, 마약에, 갑질에, 너무도 쉽게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던가. 가깝게는 졸부들이 돈으로 인생을 질척이며 사는 것을 보기도 한다. 혹시 눈에 콩깍지가 끼여서 그들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면 그렇게 하시라. 하지만 눈 비비고 잘 보니 아니다 싶으면 이제라도 부처님의 지혜를 간절히 구하시라. 돈을 재물로 만들어 잘 부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지혜뿐이니.  
 새해 아침에 지인에게 덕담으로 받은 메시지가 다시 떠오른다.
 “밖의 황금을 쫓는 자는 그 빛에 눈이 멀고, 안의 황금을 쫓는 자는 그 빛에 눈을 뜬다.”
 부엉이를 지니되 지혜의 상징으로 바라보고 간절한 마음을 내시기를! 올해 유난히 크다는 보름달 보면서 지혜 또한 충만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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