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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불빛! 내 마음의 불광(佛光)을 찾아서오등선원, 2019 대만 국제공승법회 참가·성지순례기① / 글·이금남 외도초등학교 교장
오등선원 주지 제용 스님을 지도법사로 모시고 함께 순례를 떠난 도반들.(글쓴이 이금남 불자는 앞 줄 제용 스님 바로 오른쪽에 서 있다)

순례, 그 첫날!

저마다의 간절함과 설렘으로 순례길에 오른 오등선원 도반님들의 얼굴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티 없이 맑고 곱다. 늘 조용하고 간곡하던 평소 모습과는 달리 절에서 만났던 그 분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쾌한 생기가 더해져 마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 제용 스님을 지도법사님으로 모시고 제아 스님, 견명 스님과 함께 한 33명의 오등선원 도반님들을 실은 비행기는 제주직항 덕에 1시간 30여분만에 대만 도원국제공항에 무사히 닿았다. 일행을 맨 처음 맞이한 것은 예보된 태풍으로 인한 덥고 습한 공기.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태풍이라는 소식에 비록 걱정은 되지만 순례단은 그 마음을 탁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중태선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너른 들판과 저수지들이 주변의 녹음들과 어우러져 풍요로운 경치를 보니 마음이 저절로 넉넉해지는 듯하다. 달리는 버스에서 스치는 풍경을 보노라니 비로소 멀리 떠나온 실감이 나고 지금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어디서부터 왔는가 하는 상념에 빠져든다. 
세계 3대 종교사원 중의 하나인 중태선사(中太禪寺)는 1993년 유각 스님이 설립하신 사원으로 3년 설계 7년 공사로 10여 년 만에 완공되었고, 공사비만 수 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규모와 건축양식이 웅장하고 신비로운데다 단 한 푼도 국고의 지원 없이 오로지 불자들의 보시에 의해서만 공사비를 충당했다니 실로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사원은 총 37층으로 높이는 108m, 거대한 돔 양식 황금빛 지붕은 시내 어디서도 보인다. 선사 내부에는 12m에 달하는 사천왕상이 든든하게 건물 전체를, 그리고 바로 위층 선방에서 수행하는 납자들을 굳건하게 받치고 있다. 터를 고를 때부터 선방의 위치를 가장 먼저 정해서 짓고 나서 전체의 건물을 착공하였다고 하니 이는 사원의 설립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처음 개산 당시에 20여명의 스님들이 방부를 들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500여명의 스님들이 선원을 가득 채워 구도의 정진을 하고 있고, 출가자 1,000여명, 재가자 수십 명의 수행처로 대만 불교는 물론 세계선불교의 자긍심으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중태선사는 교육기관으로서도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었는데 사원 내에 초·중·고교가 연계되어 있고, 2016년에는 세계최대불교박물관을 열어 수행·정진·교육·문화공간으로 총 집대성하여 종교를 초월한 전 세계인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중태선사의 대웅보전(大雄寶殿)으로 향하는 3門의 이름은 각각 해탈(解脫), 법신(法身), 반야(般若)!
청동 5.5t에 이르는 육중한 무게이지만 어린아이의 새끼손가락으로도 여닫을 수 있어 누구나 이 문을 통과할 수 있다니 초입에서부터 부처님 가르침이 녹아있는 설계에 놀라웠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육중한 문이 마침내 열리고 한 발자국 들어서니 숨막힐 듯 완벽하게 원만한 대 불상이 순례단을 맞이한다. 우리 절들과는 달리 좌우에는 달마상과 관우상이 협시하고 있다. 필시 이는 중국도교의 영향일 듯, 지혜와 용맹을 상징하고 있으니 근대중국불교의 특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주불인 석가모니불은 인도화강암으로 조성되어있는데 그 규모와 조형미가 너무나 웅장하면서도 완벽해 보는 사람의 심장을 멎게 한다. 중태선사를 다 둘러보기에는 하루 온 종일 있어도 어렵기에 우리는 안내자와 가이드를 따라 중요한(?) 곳만 보기로 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대만의 중태선사 앞에서 순례객들이 함께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역시 선방(禪房)!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이라 들어갈 수는 없어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지런히 높여진 좌복만 보아도 구도의 열기가 치열하게 느껴진다. 선방의 아래층은 방금 보았던 사천왕상이 네 귀퉁이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고, 선방 맞은편으로 눈을 들어보면 부처님 원만상호가 조성되어 있다. 열심히 수행정진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형상화했다고 하니 동선과 시선, 공간의 배치가 너무나 치밀하고 과학적이며 아름답다. 
몇 층씩 올라가다 보니 실내 주조색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3층은 회색지대로 번뇌와 장애에 끄달리는 중생계, 5층은 황금색으로 드러난 부처님 세계, 9층은 브라질산 백옥으로 장엄한 천상의 백색세계. 특히 백옥으로 조성된 부처님을 천불(千佛)로 장엄하고, 연꽃 좌대를 1,080불로 수놓듯 조각하여 그 화려함과 장엄함이 극치를 이루고 있으며 좌우에는 화염경상도와 법화경상도가 조각되어 있다. 아마도 문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하는 마음인 듯 그 마음은 부처님 당시에 이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천상인 듯 높은 천정에는 중국 돈황 비단으로 수를 놓았다고 하는 데 그 단청 수작업을 마칠 때까지 장인들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완성할 때까지 그리한 것처럼 말이다. 동서고금을 떠나 인간의 무한한 의지와 예술혼에 숙연해지고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든다. 
이어서 천상인 듯 극락인 듯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진 보현전과 문수전을 지나 만불층(萬佛層)에 이르니 베트남산 목재로 조성된 20,000불이 사방 어디에 눈을 두어도 우리를 굽어살피는 것 같다. 한 칸 한 칸 격자형 벽면 속에 조성된 이 불상들 또한 일일이 수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신심과 원력이 아니고서는 어느 것 하나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불상들에는 보시한 불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인도네시아 티크목으로 전혀 못을 쓰지 않고 끼워 맞추면서 올렸다는 7층 목탑은 너무나 정교하고도 아름다워 환희심이 절로 난다.  
만불층에서는 중태선사의 현대건축미를 자랑하듯 39m 높이의 통유리로 된 벽을 만날 수 있는데 안에서는 바깥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밖에서는 시내 어디서도 이 곳 만불층을 볼 수가 있다. 특히 밤에는 선사의 층층 곳곳에 조명을 밝히고 명절이나 축제에는 불꽃놀이로 8정도(八正道) 탑까지 밝혀 장관을 이룬다고 하니 제한된 참배 일정이 아쉽기만 하였다. 연꽃무늬로 디자인 된 이 통유리 외벽은 독일 건축가가 설계하였는데 조명과 채광, 에너지 절약은 물론 내진설계까지 완벽하게 되어 39층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시공, 아직까지 단 한 번의 피해도 없었다고 한다. 
마치 세계 유수의 종합대학캠퍼스와도 같은 사원의 규모와 시스템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간직한 채 아쉬운 마음으로 중태선사를 나서는데 세계최대 불교종합박물관이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내부의 부처님들은 중국에서 제작한 청동금불로 조성되었는데 그 양이 얼마나 많았는지 무기공장이던 공장들이 모두 불상공장이 되었다고 한다. 일정상 박물관 관람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 숙소가 있는 가의로 이동해야 했지만 버스 안에서도 좀처럼 첫 순례지인 중태선사의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너른 평야 뒤로는 겹쳐지는 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어느 산골짜기에선가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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