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선원, 2019 대만 국제공승법회 참가·성지순례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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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등선원, 2019 대만 국제공승법회 참가·성지순례기②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09.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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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보현행 <오등선원 보리수회>

지지 않는 불빛!
내 마음의 불광을 찾아서

 

 

순례자의 이튿날!

중태선사에서 키운 각자의 원력과 신심을 마음에 깊이 간직한 채 이튿날은 이번 순례일정의 백미인 불광사로 가기 위해 일행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대만 남쪽 끝 항구도시인 가오슝으로 향했다. 우리 순례단의 입재는 원래 불광사에서 하려고 하였으나 태풍이 남부지역을 강타한다는 예보가 있어 이동하는 버스에서 간략하게나마 봉행하게 되었다. 비록 움직이는 버스 안이지만 삼귀의례와 반야심경을 합송하고, 석가모니불 정근에 이어 스님의 간절한 축원을 듣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친다. 이러저러 세간에 매인 일들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탁 떠나오길 참 잘했다는 소소한 상념에서부터 평생에 불법을 만난 일보다 더 잘 한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일념에 이르기까지 한 마음으로 간절하고, 부모님과 사랑하는 가족들,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소중한 마음이 절로 든다.  
스님께서는 축원에 이어 달라이라마의 기원문을 낭독하시면서 ‘지금 내 안의 평화와 마음의 평화에 닿기를 바라며, 관계의 습에 얽매이지 말고 평온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새롭게 보고, 비록 태풍이 온다지만 불편함도 평화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를’  당부하셨다. 
바야흐로 태풍이 시작되는지 남부로 내려갈수록 하늘이 잔뜩 흐리고 강가와 저수지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라 풍부한 열대림들 사이로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지면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름속의 산책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내 인생의 앞길에 비구름바람이 몰아친다 해도 의연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가슴 속 저 밑바닥에서 차오르는 것 같았다. 적정(寂靜)에 휩싸인 버스 안...다른 순례자들의 마음도 다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들어서 있는 불광사(佛光寺)는 불광산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0만명 이상 불자들의 수행공간인 불광사는 대만은 물론 세계 불교계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성운대사가 1,967년 창건한 이래 현재 세계 각처에 200여개의 분원과 170여개의 국제불광지회를 갖고 있는 명실공히 대만불교의 총본산지로 손꼽히고 있으며, 중국·인도와 함께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모신 3대 유적지이기도 하다. 불광사는 성운선사의 원력에 의해 불광산 전체를 사원으로 만들었는데 건축양식들이 모두 부처님 교리에 따라 설계되고 조성되어 가람배치만 보아도 불법을 공부할 수 있을 정도이다. 
불광사를 대표하는 상징인 480존의 아미타불로 둘러싸인 36m의 황금빛 대불상(大佛像)은 물론이거니와, 환희심·신심·희망·평안함의 4비심(悲心)과 8정도(正道), 7계(戒)(오계에 마약과 도박금지 추가)와 6바라밀을 상징하는 불탑과 곳곳에 전시 또는 조각되어 있는 성운대사의 글씨가 마치 살아있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예술혼을 보는 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성운선사님은 지금 93세로서 지병으로 인해 실명위기에 이르렀다시는데 해마다 신년휘호를 쓰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원 입구며 곳곳에 걸려있는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올해 신년휘호 ‘제사길상(諸事吉祥)’은 식견이 좁은 순례자의 눈에도 예술의 세계도 글씨의 그것도 벗어난 깨달음 그 자체로 보였다. 
1만 오천의 관음보살이 모셔진 만대비전(萬大悲殿)의 웅장함을 보고 들른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진 불타기념관 옥불전에는 열반상이 희고도 깊은 옥으로 조성되어 있다. 원래 발이 포개지지 않은 불상은 휴식상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서는 열반상으로 모셨다고 한다. 옥불상의 왼쪽에는 아미타경이 오른쪽에는 약사경이 함께 모셔져 있으며 이는 전 세계인들의 옥 보시로 이루어졌지만 공덕주들이나 일반 재가 신도들이나 모두 평등하게 예우를 한다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소박한 일상에서도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정신은 공사현장에서도 잘 드러나 성운선사님은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고, 특히 800칸이나 되는 화장실은 8순 어르신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일일이 직접 확인하셨다고 한다. 
불광사는 멀리서 보면 높아보이는데 실제로 걸어보면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고 계단이 없어 걷기에 부담이 없다. 게다가 사이사이에 배수틈새와 미끄럼 방지시설이 되어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참배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그 마음이 전해진다.   
옥불전에서 참배를 드리고 우리가 안내된 곳은 영상실! 부처님의 일생을 15분짜리 영상으로 소개한다면서 3D안경을 하나씩 건넨다. 이 영상 또한 극본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광사에서 자체 해결했다고 하니 불광사가 50년 이상 법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회라는 안내자의 말이 실감난다. 영상은 3D로 제작되었으며 영문자막서비스가 제공되어 글로벌 포교의 원력과 의지가 느껴진다. 
싯다르타 태자의 탄생에서부터 출가·고행·깨달음·전법, 그리고 열반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일생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마지막 장면인 열반장면에 이르러서는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듯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뭉클한 감동이 순례자들 마음에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다 아는 부처님 생애지만 성운선사가 어린아이들에게 전해주는 형식으로 열어가는 전개며 장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남녀노소를 섬세하게 배려한 구성이 참 탄탄할 뿐만 아니라 작품성이 빼어나 정말 감동적이고 부럽기 짝이 없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성운선사의 말씀이. 
   ‘He is not a god, he is human!’
그렇다. 그는 우리 곁에 살다가 간,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만날 사람이리라.
12만평에 달하는 불광사를 다 보려면 이박삼일도 부족하겠지만 일행은 다음 날 있을 공승재 참가를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우리는 비록 불광산을 떠나지만 마음의 불광(佛光)만은 떠나지 말아야 하고, 나중에 다시 오게 된다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올 수 있어야 한다’는 스님 말씀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일행은 타이뻬이로 향했다. 태풍예보와는 달리 더위를 식혀준 고마운 비와 흐린 하늘에 오히려 감사하다. 성운선사의 휘호 제사길상, 하는 일마다 원만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그 뜻이 그대로 이루어졌음일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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