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산사에 있는 유물들 (7)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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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산사에 있는 유물들 (7) 선암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0.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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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사찰순례(93)

현재 선암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14점이 있다. 이것만으로도 다른 절에 비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원래 선암사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보물들이 있었다. 과거 산사의 경우 도둑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도둑질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선암사도 마찬가지였다. 문화재청 도난문화재 정보 및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969년 실시한 선암사 조사 기록을 바탕으로 해서 보면, 1969년 이후 총 14종 50점이 도난당했다. 가장 최근 신고는 1999년 3월이었다. 
 아래서 살펴볼 팔상도의 경우 1969년 조사 당시에 있었고, 필자가 박물관팀에 합류해 조사했던 1994년에는 없었으니 그 사이 기간에 도난당했다. 그런데 2006년 서울옥션의 경매도록에 선암사에서 도난당한 팔상도 여덟 폭 중 〈사문유관상〉과 〈설상수도상〉 두 점이 실려 있어서 선암사성보박물관측의 신고로 다른 불화 세 점과 함께 극적으로 회수하였다. 서울옥션 측에서는 2004년 문화재청이 발간한 도난 문화재 도록에 실리지 않았고, 소장자가 믿을만한 수집가여서 출처를 따져 묻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경매가 되면 한 폭 당 1억 이상 호가한다고 해도 도난품이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문화재인데 그것을 사고파는 상품으로만 생각하는 상업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도난에 취약한 사찰의 문화재 관리 시스템 역시 철저하게 보완되어야 한다. 도난당해 아직 제자리로 오지 못한 여섯 폭의 팔상도가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그림들을 살펴보자.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여덟 장면으로 압축하여 그린 그림을 말한다. 조선 초인 1447년 수양대군이 『석보상절』을 편찬하면서 서두에 팔상 판화를 실은 것이 우리나라 팔상도의 시작이다. 이후 팔상도는 판화와 비슷하게 그려지다가 18세기 초 중국에서 만들어진 『석씨원류』라는 판화집에 표현된 여러 장면들이 팔상도에 추가되면서 새로운 형식의 팔상도가 등장했다. 선암사 팔상도는 1725년에 제작된 인근의 송광사 팔상도와 표현 방식만 조금 다를 뿐 장면의 내용은 거의 유사하다. 첫 번째 장면 〈도솔래의상〉부터 여덟 번째 〈쌍림열반상〉까지 모습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도솔래의상


➀〈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 도솔천에 있던 보살이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하다
 도솔천에 머물던 호명보살이 인간 세상에 나갈 시기가 되자, 카필라바스투의 왕비인 마야부인의 몸에 의탁하여 세상에 나고자 결정하고, 흰코끼리를 타고 마야부인의 꿈으로 들어간다. 

비람강생상

➁〈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다
 산달이 된 마야부인이 친정으로 가다가 룸비니원에서 태자를 낳고 다시 궁으로 돌아간다. 오른쪽 하단이 룸비니원에서 탄생하는 장면이고 중앙은 ‘천상천하유아독존’를 외치는 장면이다. 구룡관정과 선인점상 장면도 표현되었다. 

사문유관상


➂〈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성 밖에서 생로병사를 보고 출가를 결심하다 (회수)
 태자는 동남서북의 순서로 성 밖으로 나갔다가 성문 밖에서 각각 노인, 병자, 시체와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를 만난다. 그리고 태자는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고 출가의 뜻을 굳힌다.

유성출가상

➃〈유성출가상(逾城出家相)〉: 위대한 가출, 출가를 하다
 부왕은 태자가 다른 생각을 못하게 매일 연회를 베풀지만 연회가 끝난 뒤 아름답던 여인들이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으로 자는 것을 보며 태자는 제석천과 사천왕의 호위를 받으며 성에서 출가한다. 온갖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위대한 순간이다.

설산수도상


➄〈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설산에서 고행을 한다 (회수)
 싯다르타는 출가한 후 6년 동안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처절한 고행을 한다. 하지만 고행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나이란자나강 근처의 피팔나무(보리수)숲으로 들어간다.

수하항마상


⑥〈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보리수나무 아래서 마구니를 물리치다
보리수나무 아래서 깊은 선정에 든 싯다르타는  온갖 방법으로 방해하는 마구니들을 항복시키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는다. 이로써 싯다르타는 ‘위대한 석가족의 성자’라는 석가모니부처님이 되셨다.

녹원전법상


⑦〈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 녹야원에서 최초의 설법을 하다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부처님은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하여 남들이 이해할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설법하기를 주저한다. 그때 범천과 제석천이 고통 받는 중생을 지혜의 길로 이끌어 달라고 간곡히 청해, 녹야원에서 수행하는 다섯 비구에게 처음으로 사제팔정도를 설법한다.  

쌍림열반상

⑧〈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 사라쌍수 나무 아래서 80세의 일기로 열반에 들다
 40여 년 간 여러 곳을 다니며 진리의 바퀴를 돌려 깨달음을 전파했던 석가모니부처님은 쿠시나가라에서 80세의 나이로 열반에 든다. 여덟 나라의 왕이 석가모니부처님을 화장하고 나온 사리를 나누어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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