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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성년을 맞는 한라산 영산대재

지난 5일 한라산 관음사 미륵대불 도량에서 스무 번째 영산대재가 열렸다. 미륵부처님 앞의 야단법석에는 가을빛이 곱게 내려 앉아 어머님 품처럼 아늑한 아미봉의 능선과 어울려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영산재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의 모습인 영산회상을 상징화한 의식절차이다. 즉 시방세계의 모든 성현들과 스님들을 청하여 봉양하며 법문을 듣고 시방의 외로운 혼령들을 천도하고, 장엄한 의식을 베풀어 극락왕생하게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영산재는 오늘날 그 장엄한 의식 때문에 국가무형문화재(제50호)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 봉원사의 영산재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는 영예를 얻었다. 불교인 모두가 경하할 일이다.
영산재의 의식은 시대와 지역 특수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큰 틀에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불교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왔다고 보여 진다. 올해의 영산재 주제가 ‘도민화합과 한반도 평화 발원’이라는 점에서 그 궤적을 같이 한다. 
영산대재의 본 행사는 제주도무형문화재 제15호 제주불교의식보존회의 권공의식과 천수바라 등 불교의식공연으로 시작됐다. 서양예술은 흔히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반면, 영산의식은 깨달음이나 실재의 본질을 꿰뚫는데 그 참뜻이 있다.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들의 고향인 제주에서 총 재관인 도의회 의장과 부 재관인 제주시와 서귀포 시장이 경신공양재를 봉행함으로써 민관民官이 하나가 되어 일체 신들의 가피로 온 누리의 평화와 안녕을 발원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불자들은 평화의 비, 행복의 비가 갈등과 대립으로 불타고 있는 이 땅을 흠뻑 젖게 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구름 한 점이 비를 불러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행복의 비구름을 만들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이 사부대중에겐 아직도 턱 없이 부족한 것 같다. 각자의 생각이 너무 다르고 에고ego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바세계의 참모습은 해와 달과 같고 청명한 것인데, 범부 중생들은 사랑하고 미워하고, 취하고 버림의 마음으로 온갖 괴로움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기중심적 삶을 살면 자기에겐 고통의 원인이 되고 남에게는 불행을 가져올 뿐이다. 
한라산 영산재도 이제 스물 살의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지난날의 미흡함과 허물을 성찰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대중들 앞에 지금보다 더 자애롭게 다가가고, 더 자주 행복을 노래하는 해맑은 얼굴이 되기 바란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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