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공부, 몸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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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공부, 몸 공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0.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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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진의 ‘길 위에서’ (30)

내가 요즈음 수심결 강의를 들으러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그거 재미있어?” 
그러면 ‘음~ 뭐, 즐겁지!’ 쯤으로 대답해 준다. 똑똑한 분들은 나의 대답이 ‘배우고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 한가?’ 의 줄임말인 줄 눈치챘을 줄 안다. 
삼계의 뜨거운 번뇌가 불타는 집과 같다느니 어쩌니 하는데 재미는 뭐가 재미가 있겠는가? 아침밥도 맛나게 먹었고, 친구 만나 하하 호호 수다도 떨고, 거울 앞에서 꾸미고, 통장을 찍어보니 임대료도 딱딱 때맞추어 들어와 있고, 이번에 발표한 작품이 좋다는 립 서비스도 듣고…
이 좋은 가을날에 내가 불타는 집에서 놀고 있다는 말을 믿으란 말인가? 진실은 불편하다. 
한 달 전부터 목과 어깨가 불편했다. 마침 전문가에게 보여줄 기회가 있어 들어보니 내 목과 어깨의 통증은 자세가 잘못되어 생겼다고 한다. 처음에는 몹시 불편했고, 속으로는 발끈했다.
아니 나처럼 바른 자세로 생활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가끔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기는 하지만 남들처럼 많이 보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과도 친하지 않고, 컴퓨터를 하기는 하지만 산문보다 운문을 쓰는 사람이라 장시간 타이핑을 하지도 않고….
그런데 전문가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은 이랬다. 
 “몸 중심이 약간 왼쪽으로 틀어졌으니 가방은 오른쪽 어깨에 메시고, 다리를 꼬고 앉지 마시고, 가슴은 펴고 발뒤꿈치부터 바닥에 닿도록 걸으시고 그리고 스마트폰도 고개를 들어서 볼 수 있는 높이에서 사용하시고….”
이런 저런 내 몸에 관한 진실을 듣고 나서 내 몸을 관찰하니 정말 웃겼다. 잘 보니 내가 늘 가방을 왼쪽 어깨에다만 메는 것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아니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왼쪽 어깨, 넌 별 하는 일이 없으니 가방이라도 메라! 물건이라도 들어라!” 이렇게 모든 세밀한 일을 처리하는 오른손에 대한 보상으로 무거운 짐을 몽땅 왼쪽 어깨에다 몰아주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내가 대부분 시간을 고개를 숙이고 살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틈만 나면 책에다 고개를 파묻었던 것이다. 걸을 때도 시선을 위로 두지 않는 다는 것도 알았다. 내 고개는 늘 밑으로 떨어져 있었다.
내 몸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나니 가관이구나 싶어 스스로 바로 잡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우선 가슴을 쫙 펴고 발뒤꿈치부터 닿도록 주의 깊게 걷는다. 덕분에 이제는 제법 걸음걸음 발바닥이 땅에 닿고 드는 느낌을 놓치지 않게 되었다. 
 고개를 들고 하늘도 자주 올려다본다. 어제는 수제비를 떼어놓은 구름이었는데 오늘은 솜사탕 구름이다. 새로운 하늘을 선물로 받는 것은 즐겁다. 늘 걷던 동네인데 가슴을 펴고 시선을 조금 위로 두고 돌다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들도 꽤 보인다. 집안에서는 고개를 뒤로 젖혀서 벽을 볼 때도 있다. 그러면 액자 속에 그림도, 시계바늘도 다 새롭다.
어차피 객진번뇌가 내 행세를 하고 있는지라 재미있으려면 그 친구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내일에 대한 미련도 없다. 어찌 보면 쿨한 녀석이다. 그런 녀석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온전히 지키려면 나는 늘 깨어있어야 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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