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경전 독송으로 가을을 풍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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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경전 독송으로 가을을 풍성하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0.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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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법정 스님은 이 가을에 몇 권의 책을 읽겠다고 말했다. 술술 읽히는 책 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어지는 그런 책을 골라 읽겠다고.
독서를 통하여 간접경험을 쌓고 지식을 넓힘으로 창의력과 사고력, 그리고 문제해결력을 증진시키는 책이 아니라 우주의 실상을 통찰할 수 있는 진짜 양서良書를 읽겠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불교 경전을 통해서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부처님과 법담을 나누고 안이해지려는 일상의 삶에서 홀연히 깨어날 수 있다. 
한역 고려대장경이 완성된 지 700년 만에 드디어 우리말로 번역된 한글대장경이 완역되어 누구나 쉽게 불교의 경전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우리말로 번역된 팔리어 경전, 4부 ‘니까야’까지 완간되었으니 우리 불교계의 경사이다.  
하지만 독서의 장애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절집 의례는 한문 경전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독서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종이책대신 스마트 폰과 태블릿으로 전자책(e-book)을 읽는 독자층도 늘어가고 있다. 2017년 문화부 발표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40명은 1년 내내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며, 책을 읽는 60명 중에서도 주 1회 이상 읽는 사람은 15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신심을 증장하는 방편으로 금강경 또는 법화경을 수지 독송하는 사찰과 신행단체가 매해 증가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이다. 문聞·사思·수修의 삼혜三慧의 초발심이 경전 읽기나 법문 듣기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세상이다. 방구석에 나 홀로 앉아 독경하거나 명상하면서 궁극적 진리를 터득하기란 매우 힘들다. 최근 재가불자들이 함께 모여 초기경전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는 작은 모임들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런 독서습관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부처님 말씀을 받아 지니고 읽는다는 의미의 수지·독송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마음속으로 음미함으로써 저마다의 마음에 본래부터 자리 잡고 있는 불성佛性을 다시 일깨우는 일이다.   
이처럼 절 안팎에서 경전 읽기를 통해 수행·정진하는 불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자신을 청정하게 하는 것일 뿐 아니라 가족, 더 나아가 주변 환경을 정화시켜 궁극적으로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경전과 불서를 가까이함으로써 양심과 수치심을 풍요케 하는 가을을 맞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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