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부인과 성모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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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부인과 성모 마리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0.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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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부주(南贍浮洲)
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마야부인은 정반왕의 왕비로서 고타마 싯달타 태자를 낳았고, 마리아는 남편 요셉 사이에서 태어난 예수의 어머니다. 불교에서 마야부인에 대한 설화를 비교적 간단하게 서술되어 있다. 일생보처보살인 호명보살이 도솔궁에서 내려와 선정에 들어 마야부인의 태에 들어갔으며, 마야부인은 6개의 어금니를 가진 하얀 코끼리가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고, 해산하기 위해 친정으로 가던 중 룸비니 동산에서 무우수 나무 가지를 붙잡자 산기를 느껴 옆구리에서 아기가 태어난 일과 7일 만에 운명을 달리 하고 도리천에 태어났다는 단순한 기록이 있을 뿐이다. 도리천은 사왕천 위의 하늘로 여기에 태어난 존재의 수명은 1천세이며 도리천의 1주야는 인간세상의 백년에 해당한다.
반면에 기독교에서는 마리아에 대한 존경심은 신앙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대단하여 초기 기독교 이래 교회의 가장 위대한 성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복음서 내용에는 마리아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으며, 마리아가 어떻게 살았는지 언제 생을 마감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음에도 성모(聖母) 마리아, 동정녀(童貞女)마리아 라고 호칭하며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가톨릭 교회는 성모마리아에 대한 5가지의 교리를 확정하여 반포했는데, 첫 번째는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포한 것이다. 431년 에페소 공의회는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포하고 마리아에게 신성(神性)을 부여했다. 두 번째는 “ 평생 동정녀이신 마리아”를 선포한 것으로 서기 553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는 마리아가 예수를 출산한 이후에도 평생 동정으로 살았음을 교리로 확정하였다. 세 번째는 마리아가 어머니 “안나”의 태 속에 잉태될 때부터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성모 무염시태(無染始胎)를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선포하여 “마리아는 잉태되어 죽기까지 원죄와 모든 죄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분이다”는 교리를 확정했다. 네 번째는 성모 승천설로서 1950년 교황 비오 12세는 성모 마리아는 영혼과 육신이 동시에 천국으로 갔다는 교리를 선포하였다. 다섯 번째는 마리아를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분으로 여겨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를 “구원의 중개자”라는 교리를 선포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이와 같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교리가 복음서의 내용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에 있다. 먼저 동정녀 마리아에 대한 내용을 보면, 히브리어 성경원본에는 젊은 여자를 뜻하는 alma(알마)라는 표현이 나오는 데 마태복음의 저자가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젊은 여자를 처녀로 번역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버렸다. 또한 성경에는 예수의 형제들로 야고보, 요새, 유다, 시몬, 누이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마리아와 요셉의 자식들은 예수를 포함하여 7명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성령으로 잉태하여 예수를 낳았다는 동정녀 탄생 신화는 예수라는 역사적 인물에게 신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신학적 요청에 의한 것이며 종교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역사적 존재인 예수가 시간과 공간의 인과성에 제약을 받는 존재의 한계성을 넘어서기위해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의 신성을 이어받은 분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문제는 마리아에게 신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신성, 즉 신이 가지고 있는 성품과 권능은 신이 본래부터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이지 누가 누구에게 부여 한다고 해서 신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마리아에게 신성을 부여한 것은 교황이 소집한 공의회, 즉 주교들의 모임에서 “마리아는 신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결정을 하고 선포한 것은 인간이 필요에 의해 신을 발명했다는 어느 철학자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하겠다. 신앙의 세계가 합리적인 분석을 넘어서 초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벗어나는 탈이성적이라 해도 그 믿음을 이끌어내는 밑바탕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유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인간예수가 공식적으로 신이 된 것도 예수가 죽은 후 서기 325년 니케아 공의회의 결정에 의해 선포된 것이며, 예수의 탄생일인 성탄절이 12월 25일이 된 것도 4세기 중반 교황 둘리오 1세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 처형을 받을 때 나이가 33살인 것을 고려해 보면 예수가 죽은 후 300여년이 지나서 비로소 신이 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필요에 의해 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예수의 어머니에게 신성을 부여한 기독교의 성모(聖母)라는 단어에 비견될 수 있는 불교 용어로는 불모(佛母)를 들 수 있다. 불모는 부처를 낳고 부처를 기르는 어머니라는 뜻으로 곧 반야지혜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반야의 지혜를 바탕으로 깨달음을 성취하게 되고 반야의 지혜가 있어야 깨달음을 성취하여 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며, 지도론에서도 “반야바라밀은 제불의 어머니이며 모든 부처님은 반야를 어머니로 삼는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절에서 불상을 제작하는 사람과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불모로 보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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