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를 보며 / 이 용 상 (1935 ~ 2016)
홍시를 보며
이 용 상 (1935 ~ 2016)
내 몸도
내 맘대로
이끌지 못하는 날
살아온
정렬보다
죄 값이
더
무거워
아직도
남은 목숨이
한천에도 식지 않네.
이용상 시인은 제주시 조천읍 신촌 출신이다. 1976년 「현대시학」 및 「시조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문인협회장을 맡을 때인 1996년 제주문학전집 7권을 발간하여 제주문학 역사를 세워놓았다. 한라식품을 창업하였는데, 지금은 그 아들들이 운영하고 있다. 말년엔 4대 째 내려온 신촌 고택에서 여생을 보냈다. 여기에 오래된 토종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오랫동안 병환으로 있으면서도 쉬지 않고 시를 썼다. 위 시도 그 중에 하나다. 시적 화자는 자기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날 감나무에 남아 있는 홍시에 감정을 이입해서 자기의 처한 아픈 생을 노래하고 있다. 젊었던 시절 열정적으로 좌충우돌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죄 값이 더 무거운가 보다. 그래도 남아 있는 홍시처럼 식지 않은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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