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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애먼 돈’그리고 수오지심(羞惡之心)임창준 (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제주도가 작년부터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연간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가운데 버스업체의 ‘도덕적 해이(解弛- (Moral Hazard)’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맘이 착잡하다. 일을 하고 있지도 않은 버스업체 사장 모친에게 일반 직장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월급이 꼬박꼬박 지급되는 등 도민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최근 ‘대중교통체계(버스준공영제) 개편 운영실태 성과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감사결과 버스준공영제 운영에 따른 문제점들이 대거 드러나면서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도가 보조해주는 일부 버스업체 임원 인건비의 경우 버스준공영제 운영 직전인 2017년 9월에 비해 2018년 같은 달(月) 인건비가 최대 33.3% 인상됐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대중교통개선 대책으로 중점 추진하는 버스 준공영제(準公營制)가 운수업계를 사실상 먹여 살린 셈이다. 특히 한 버스업체에서는 근로활동을 하지도 않는 대표이사의 90세난 노모에게 그럴듯한 임원 직책을 만들고 부여해 적게는 월 700만원, 많게는 월 884만원을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파도가 넘실거렸다. 이런 일이 과연 말이나 될 법 한가. 이런 수준의 높은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들이 제주도내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심지어 버스업체 대표들의 월급은 적게는 700만원에서 많게는 1600만원을 넘어 표준급여액을 크게 넘어섰다. 일부업체는 표준운송원가가 반영된 임원 임금인상률 2.6% 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높게 인상해 급여가 과도하게 지급된 사실이 속속 확인됐다. 제주지역에서 이런 월급 규모는 상상하기 어렵다. 여기에 들어간 대부분의 경비는 도민이 낸 세금에서 충당된 건 물론이다. 과도한 돈을 타먹은 업체도 문제지만, 이런 헛돈을 마구 지원한 도 당국의 책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뒤늦게 도가 엉터리로 지원된 경비를 내뱉으라고 운수업체에 지시했다.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다.
서울에선 100억 원대에 달하는 재산을 신고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모친의 기초연금 수령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기초연금은 정부나 지자체가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있어도 변변치 못한 노인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돈이다. 최 장관 후보 청문회 당시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최 후보자의 모친은 현재 강남에 후보자 소유의 15억 원을 초과하는 45평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데도 최 후보자의 모친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1325만 원의 기초연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 장관 직계존속에 대한 기초연금 수령 내역 자료에서 나온 게다. 100억원대 재산가의 모친이 이런 기초연금 지급을 신청하고, 이를 받았다면 정상적인 가정이랄 수 있겠나. 
앞의 두 가지 사례는 우리 사회의 양심이 얼마나 도탑게 무뎌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가진 자(있는 자)가 더 한다’더니 바로 이런 일을 두고 말하는 걸까.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가장 큰 다른 점은 한마디로 양식(양심)을 갖고 있다는 게다. 동물은 이게 없다. 인간에겐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속성이 있다. 이는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이른다. 어떤 행동을 잘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워져 얼굴이 빨개지거나 양심에 마찰·갈등의 파도를 일으킨다. 이런 마음의 원천은 인의예지(仁義禮智) 가운데 의(義)에서 우러나온다. 
앞서 얘기한 두 가지 사례의 큰 물줄기는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먼저 따먹는 놈이 임자인 애먼 돈(세금), 몰상식이 상식을 뛰어넘는 오묘한 대한민국 세상에 오늘 우리가 헐떡이며 있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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