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회향(廻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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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회향(廻向)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1.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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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대기자가 새로 쓰는 ‘불교통신’ <28>

치성을 드리던 어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려본다. 
살림이 어려워 많은 재물을 들이지 않고도 작은 사발에 정성껏 담은 물 한 그릇에다 올리는 기도, 초 한 자루와 쌀 한 움큼 올리고, 두 손 정성껏 모아 간절한 마음으로 올릴 수 있는 민초들의 기도방법이었을 것이다.  
동네의 안녕을 비는 큰 행사가 끝나면 음식을 나누는 아름다운 회향도 있었다. 여명에 길어 올린 물을 받아 장독대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치성을 올렸던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가 마음속의 한 장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스쳐지나가 버리고 있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이 세상에는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 귀한 사랑은 없다. 가족을 사랑하는 희생적인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어느 동화책의 한 토막이다. 마을 뒷산에 산불이 났을 때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뜻밖에 불타 죽은 어미 닭의 품속에서 병아리들이 고스란히 살아있었다는 이야기다. 어미 닭의 헌신적인 사랑에서 깊은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의 교육환경을 바꾸려고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어머니상은 어떤가. 조선시대에 현모양처로 빛난 얼을 남긴  율곡 선생의 어머니 신사임당과 같은 훌륭한 어머니상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식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잠을 설친 텃밭에서 거두어 온 풋성귀를 싸들고 걸어서 오일 시장을 다녀오시던 어머니의 지친 얼굴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제 그 자리엔 어머니의 백일기도가 서 있었다. 어제 대학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수험생들이 공부에 몰입하는 동안 자식들의 좋은 성과를 기대하며 간절한 기원을 모았다. 사찰과 암자에서 애틋한 모정은 향을 피우며 오체투지로 땀이 비 내리듯 적셨다. 수험생만큼이나 마음고생을 겪는 어머니의 바람은 오직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지극한 노력을 이루는 것은 간절한 바람에서 이뤄진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고사성어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으니, 하늘의 뜻에 따르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일을 충실히 다해야 한다는 것.
불자로서의 선근공덕(善根功德)을 쌓을 일은 바로 아름다운 회향 길에 오른 것이다. 반드시 수능시험의 좋은 성적이 행복 순이 아니듯이, 또 다른 시작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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