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死 구분없는 보살행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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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死 구분없는 보살행 실천”
  • 강석훈 기자
  • 승인 2004.10.07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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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무주영가 극락왕생 발원, 2일 공설공원묘지서

   
 
  무연분묘·고혼 위령천도제가 지난 2일 제주범음범패연구회 성천스님의 집전으로 봉행됐다.  
 


‘극락왕생 발원하는 모든 영가님들, 모든 번뇌를 끊고 본래의 청정한 세계로 가십시오.’

지난 2일 오전 10시 한라산 공설공원묘지 관리사무소 광장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사회복지법인 춘강(이사장 이동한)이 주최한 ‘제2회 무연분묘·고혼 위령천도재’가 그것이다. 꽤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는 일붕선교종 종정 연종스님·전 태고종 제주종무원장 수열스님·춘강정사 주지 현파스님을 비롯, 태고보현봉사단(단장 김옥산)·법륜불자회(회장 이기홍)·제주운불련(회장 송동기)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무연분묘 위령천도재는 지난 92년 9월 한라불교신문(현 제주불교신문) 주최로 봉행된 것이 그 시초다.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조인석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어울림 터’ 원장을 중심으로 매해 봉행되던 위령천도재는 지난해부터 추석을 맞아 춘강 주최로 봉행되고 있다.

제주범음범패연구회(회장 성천스님)가 집전한 이날 위령천도재에는 종교의 구분이 따로 없었다. 춘강 직원들 중에는 타종교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지만, 영가를 불러 모시는 ‘청혼(請魂)의식’에 동참하는 등 고혼들을 위로하는 마음만은 하나였다.

또한 춘강 장애인들을 위해 매달 국수를 보시하고 있는 ‘한울타리회(회장 김신생)’ 회원들도 이날 행사를 위해 점심공양을 정성껏 준비했다.

“부처님께서는 한 무더기 마른 뼈를 향해 예배를 하시며 ‘저 마른 뼈가 전생에 내 조상이나 부모일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듯 내 부모와 조상만을 위하지 않고, 나와 남을 차별두지 않는 오늘의 위령천도재는 삶과 죽음을 초월해 동체대비의 보살행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수열스님은 이날 법문에서 “고혼천도는 팔복전 중 하나를 짓는 일이며, 성불의 길로 한발 더 나아가는 뜻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위령천도재를 마련한 이동한 춘강 이사장은 “살아있는 사람들만의 복지가 아닌, 영가들을 위해 여법히 천도재를 봉행하는 것도 ‘복지 수행’의 실천이라고 여기며, 앞으로도 매년 정성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무연분묘’란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는 유주무주영혼. 인연 없이 떠도는 영가를 천도하는 이들의 자비행은 참다운 ‘보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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