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달관을 강요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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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달관을 강요하는 시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2.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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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청소년운동가)

일본의 경기침체가 절정에 오른 2천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젊은이들을 가리켜 ‘득도의 세대’라고 불렀다. 일본어로는 ‘사토리(さとり)’, 즉 ‘깨달음’이나 ‘득도’를 의미한다.
이 사토리 세대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에 태어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일본 젊은이들을 이르는데, 미래가 절망적이라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하게, ‘달관 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 세대는 저성장, 장기 불황 시대에 좌절해 자신을 ‘88만원 세대’, 그리고 ‘연애 · 결혼 ·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라고 자조하던 20 · 30대들로,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젊은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이들을 ‘달관 세대’로 불렀다. 그러면서 달관 세대는 “부의 양극화, 취업 전쟁, 주택난 등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절망적 미래에 대한 가능하지 않은 욕망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하게 사는 게 낫다”는 가치관을 지녔다고 말한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것을 하필이면 불교의 최고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는 ‘깨달음’에 빗댄 것이 적절한지는 논란꺼리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의 좌절과 절망감을 반어적인 ”깨달음“의 승화적 표현으로 끌어간 점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위한 시사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이탈하는 것은 ‘달관 세대’여서가 아니라 그러한 경쟁이 무의미하고, 또 진리를 향한 인류의 제자리 찾기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물질주의에 저당잡히고 돈의 노예로 살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또 다른 ‘가치’가 있음을 발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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