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 수기-내 인생의 음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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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 수기-내 인생의 음악 여행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2.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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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순법화사마야합창단 단원

고요한 아침 알람이 잠든 나를 깨운다. 눈을 비비며 설레는 마음으로 단장을 하고 잠든 남편을 깨워 버스 이동장소까지 태워다 달라고 부탁했다. 
모처럼 일요일인데 늦잠을 즐겨야하는 남편을 깨워서 한편으로는 미안했지만, 이미 들뜨고 설레는 내 맘을 어쩔 수는 없었다. 모이는 곳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 단원님들이 많이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움과 설레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온다고 몸은 힘들었지만 행복한 에너지가 뿜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또한 남달랐다. 
2년 전인 지난 2017년 11월 27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아트홀에서 불교음악축제인 ‘2017 불교합창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친정아버님께서 위독하셔서 예약해 놓은 비행기 편을 취소하고 못 갈 듯싶었다. 가기 전날 밤 고비를 넘기셨던 아버지가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마침 남편도, “그동안 그렇게 연습했는데 장인어른이 조금은 더 기다려주시겠지. 새벽 비행기로 서울에 갔다가 저녁 마지막 비행기로 와도 아버님께서 기다려 주실거다”라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잠시 나는 망설였다. 만약 서울에 갔다가 혹여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그런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페스티벌에 꼭 가고 싶다는 나의 생각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즈음 지휘자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무조건 첫 비행기에 맞춰 공항으로 가서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보게. 그렇게 해서 비행기 표가 나오면 바로 출발해 오라”는 전화였다. 나는 또 한 번 망설였다. 단체 표에서 이미 취소를 해서 지워진 내 비행기 표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아버지께서 “걱정말고 갔다와”라는 소리 같았다. 
나는 공연 당일 새벽 4시30분에 미리 꾸려놓았던 가방을 들고 무작정 택시에 올랐다. 마침 첫 일정에 참가하지 못하고 페스티벌 날짜에 맞춰 첫 비행기로 가는 또 다른 단원이 있다는 반가운 소리에 나는 더욱 기뻤다. 그런데 그 단원은 비행기 표가 있는데 나는 대기표였다. 만약에 비행기 표가 안 되면 나는 다시 드레스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피인지, 드디어 대기 번호와 함께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감사하고 또한 감사했다. 
그렇게 나는 부푼 마음으로 동료단원과 김포로 날아갔다. 길도 잘 모르는데 같이 가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정말 굉장한 행운이었다. 
페스티벌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모든 단원들은 행사 참가 준비에 꽃단장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 또한 정신없이 페스티벌 일정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덧 우리 법화사마야합창단의 차례가 되었다. 마음이 텅 비어버린 느낌을 무엇으론가 채워줘야만 하는 전율이 몸 구석구석에서 느껴졌다. 
드디어 전국 페스티벌 무대에서 ‘참 좋다’ 그리고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리라’ 2곡을 멋지게 불렀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그 환호소리를 들으며 살며시 나와 바삐 드레스를 벗고 또 가방을 챙겨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달려야했다. 전국페스티벌 무대에 섰다는 영광의 인증 샷도 남기지 못하고, 끝까지 단원들과 일정도 같이 하지 못하는 미안함과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렇게 황망하게 자리를 떠났다. 
혹시나 아버지가 나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는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 비행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가방을 끌고 뛰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중에 단원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휴대폰 저편의 목소리는 꽤나 흥분되어 있었다. 
“법화사마야합창단이 대상이야” 
아! 이 감격! 정말 기뻤다. 무엇이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대상의 무대에 내가 일조를 했다는 뿌듯함과 기쁨의 감정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흘렀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만약에 내가 그때 페스티벌에 가지 못했더라면 얼마나 많이 아쉬웠을까 감회가 새롭다. 아버지는 내가 페스티벌에 갔다 와서 한 달을 더 사시고 돌아가셨다. 


2년 전의 이런 아련한 추억을 안고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해 앙코르 송 공연을 하는 것은 감회가 사뭇 다르다. 이번 공연은 더케이아트홀에서 전국불교합창제 앙코르 송 공연으로 열리는 자리였으며,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간 일정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참가는 2년 전에 비하면 마음도 가볍고, 또 편한 마음으로 앙코르송도 부르고 단원님들과 성지도 돌아보고 늦가을의 정취 가득한 서울의 여러 명소도 함께 돌아보는 자못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삶이란 혼자의 힘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알게 모르게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모든 것은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 단원님들도 너무도 좋은 분들이다. 내가 합창단원의 한사람이라는 것은 정말 내 생애의 기쁨이요 환희이다. 특히 음성공양을 하고나면 몸에서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마음 가득 희열을 느낄 수가 있다.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페스티벌의 앙코르 송 공연 또한 대상의 영예를 안은 합창단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2박3일의 바쁜 여정 속에서도 상도선원 미등사, 그리고 조계사 등의 사찰을 들러 부처님도 참배했다. 그리고 현대미술관 관람과 인사동거리를 거닐며 단원들과 수다도 떨고, 탑골공원에서 너무도 예쁜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을 때, 그 추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다.  
이번 앙코르 공연은 법화사마야합창단원들이 지금까지 갈고 닦았던 기량을 높이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이런 성취감 뒤에는 체계적이고 탁월하게 이끌어주신 지휘자 김희자 선생님의 끊임없는 노력과  충고와 격려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합창이란 한사람만 잘해서 되는 노래가 아니다.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와 베이스가 각각의 파트별로 음색을 고루 잘 맞춰야 진정한 화음이 되는 것이다. 노래도 삶도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역할분담을 잘 할 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2박3일의 음악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합창단원들은 더욱 돈독해지고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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