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州廻山(출주회산)-경한(景閑)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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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州廻山(출주회산)-경한(景閑)선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9.12.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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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의 향기

去時一溪流水送 (거시일계류수송)    갈 때는 어느 개울물이 보내 주더니
來時滿谷白雲迎 (내시만곡백운영)    올 때는 골 가득 흰 구름이 맞아주네
一身去來本無意 (일신거래본무의)    이 몸 가고 옴에 본래 뜻이 없건만
二物無情却有情 (이물무정각유정)    무정한 두 물건은 도리어 뜻이 있네.
 
流水出山無戀志 (유수출산무연지)    흐르는 물은 산에서 흘러도 그리워하지 않고
白雲歸洞亦無心 (백운귀동역무심)    흰구름은 산골짜기를 감돌아도 또한 무심하구나
一身去來如雲水 (일신거래여운수)    이 몸이 가고 옴도 물이나 구름 같아
身是重行眼是初 (신시중행안시초)    몸은 거듭 다니지만 눈에는 처음 같네.


‘出州廻山(출주회산)’의 ‘州’자는 경한(景閑)선사(1299~1374)가 법을 물었던 원나라의 석옥 청공선사가 40년 가까이 머물던 ‘湖州(호주)’를 가리킨다. 스승의 곁을 한동안 떠나서 여러 산에 주석하고 있던 선지식들을 두루 순방하려고 호주를 벗어나면서 지은 시다. 경한 선사는 백운화상(白雲和尙)이라고도 한다.
시에서 ‘흰구름’은 일반적 의미도 있지만, 백운화상의 호로서 자기 자신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렇게 시냇물과 구름이 묘한 대조를 이룬 채, 의인화하여 선사의 시심과 교감하면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돌아가야 한다는 인생의 도리에 투철한 선사들의 정신 세계에서는 흐르는 물이나 흰구름의 처지와 인생행로가 특별히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 시에 쓰인 ‘백운’은 자성(自性)의 공(空)함과 자재함을 나타내면서, 백운선사가 도달한 무심의 경지에서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닌 물아일여(物我一如)의 경지를 보여주는 명작이다. 
경한 선사는 선(禪)과 교(敎)는 이름만 다를 뿐 평등한 한 몸이라는 선교일체를 주장했고, 나옹·보우 등과 함께 임제선의 맥을 이었으며, 선가문학가(禪家文學家)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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