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화경법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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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경법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1.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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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 칼럼
유 현
유 현

세상이 불타고 있다. 지역갈등·노사갈등·세대갈등·빈부격차의 구조가 심화되고,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과 관련된 찬·반 여론이 진영의 세(勢) 대결로 전개되면서 서로 입에 칼을 물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상대 궤멸하기에 쉴 틈 없다.
최근 북핵(北核)의 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남북평화의 분위기가 깨지고 전쟁의 화마가 한반도에 덮칠지도 모른다는 근심과 불안의 파도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전이 이상기류를 타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비현실적 환상과 과거 지향적 역사관이 안보와 외교의 바른 길을 이탈하고, 국가경제의 지나친 시장 개입은 공짜 복지 심리를 부추겨 정부 의존형 사회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 개혁이란 미명 아래 전체주의로 흐르는 불길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촛불’의 신탁에 의해 탄생한 정부를 내세워 사법, 검찰, 언론, 교육 등의 개혁정책에 저항하는 세력이나 단체들을 이단(異端)으로 내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자신들에 영합하는 세력들에겐 봄바람처럼 따사롭게, 그 반대자들에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고 있어서 수치심도 없다.
한 해를 보내며 우리 불자들은 한탄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근심까지 겹쳐 참으로 우울한 기해년인 것 같다. 촛불광장의 광풍에 휩쓸려 광복 70여 년간 축적한 얼과 국부가 상당 부분 소실되거나 훼손된 느낌이 들어서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갈등과 분열은 바로 우리 자신이 지은 악업과 그릇된 욕망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격(國格)이 땅에 떨어지고, 사회의 금도(襟度)와 윤리가 크게 흔들리면서 사부대중의 마음은 공분(公憤)으로 채워지고 있다. 법화경에서는 이를 비유하여 화택火宅이라 말한다. 
불타는 집에는 의지처가 없다. 기독교 민주주의 세력들은 거리로 나가 아우성친다. 서로 대립된 광장 민주주의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부채질하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의 지혜를 빌려 소방수 역할을 해야겠다. 침묵하거나 방관한다면 자칫 우리도 갈등을 확산하는 분쟁의 공범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싸마가마 마을의 경」(M104)에서 니간타 교도들이 두 파로 분열되어 논쟁하고 싸우자, 여섯 가지 다툼의 뿌리(六爭根)로서 분노와 앙심, 격분과 원한, 질투와 인색, 기만, 사견, 자만을 예시하며 평화 공동체의 윤리 덕목으로 여섯 가지 원리를 말씀하셨는데, 이를 육화경(六和敬)이라 한다.
공적이나 사적으로 자애로운 신체적 행위(身和同住), 자애로운 언어적 행위(口和無爭), 자애로운 정신적 행위(意和同事)의 세 가지를 유지한다. 여법하게 얻은 어떠한 것이든 계행을 지키는 도반과 함께 수용하여 남김없이 나누고(利和同均), 계행을 갖춘 도반과 함께 지내며(戒和同修), 정견을 갖추고 도반과 함께 지내야 한다(見和同解)고 나머지 세 가지를 설법하셨다. 
이것이 사랑과 존경을 만들어내어 협조, 평화, 조화, 일치로 이끄는 기억할 만한 법이다. 권력과 자만심은 인간을 악마로 타락시킨다. 진리로 가는 길과 권력으로 가는 길은 서로 다르나, 보살은 시비의 수풀을 품은 땅이요 애증의 골짜기를 흘러 적셔주는 개울이기에 중생의 고통을 앓을 수밖에 없다. 
혼자 있을 땐 문(聞)·사(思)·수(修)하고, 둘이 만나면 유익한 법담을 나누며 전법을 이야기하고, 셋이 모이면 자비를 행해야 한다. 자비의 바탕에는 불이성(不二性)이 있어서 나와 너를 둘로 나누지 않는다. 
경자년 새해에 우리 불자의 마음을 이렇게 포맷(format)해야 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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