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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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1.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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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교 _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대표이사
박은교 _ [사]서귀포룸비니청소년선도봉사자회 대표이사

늘 그 자리에 계실줄 알았다. 항상 “어머니~” 하고 부르면 “응~~왜? 왔니?” 라는 응답이 있을 줄 알았다. 항상 늘~어머니는 그 자리에 계실줄만 알았다.
또다시 투정이 그리워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나 항상 계시던 그 자리에는 나의 어머니는  안계신다. 지금 나의 어머니는  항상 계시던 그 자리가 아닌 병원 침상에 누워 계신다.
그날이 있기 몇 일 전부터 어머니가 문득 문득 떠올라서 찾아 뵈야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랬음에도 “내일가자. 내일 가지 뭐~.” 하루하루 미루며 그다지 급하지도 않은 일들을 먼저 처리한다고 어머니 찾아뵙는 일을 소홀히 하였었다.
그날도 잠시 잠깐 스치듯 어머니가 생각났다. 오늘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를 찾아뵙고 와야겠다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섰다. 어머니가 좋아 하는 족발과 수박 한 덩이를 사서 차 뒷 자석에 실어놓고 목적지를 향했다.
출발한지 채 5분도 되기 전 평소에 전화를 잘하지 않던 남동생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누나~ 큰일 났어 어머니가 쓰러져서 119로 서귀포의료원으로 가고 있대. 어떡하지? 난 지금 서울방금 도착한 상태라.. 나도 바로 내려갈게 누나 빨리 병원으로 가 봐”
‘쿵’ 하니 가슴이 내려 앉았다. 서둘러 서귀포의료원으로 차를 돌렸다. 어머니를 태운 119응급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도대체 어느 정도지? 어떤 상태인거지? 어머니! 제발 아무 일 없기를 ...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기를... 1분 2분 5분 10분... 기다리는 순간 1분1초가 속이 타 들어갔다.
삐뽀 삐뽀~~ 응급차는 내 앞에 세워졌고 다급하게 구급대원들의 손에 의해 내려지는 나의 어머니의 모습에 또다시 내 심장은 사정없이 방망이질을 하였다. 어머니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소리소리 지르고 온몸으로 발악을하며 어딘가로 가고자 했고 누군가가 제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며 나를 봐주기를 바라고 나를 보고 안정을 찾기를 바라면서 어머니를 불러댔지만 어머니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내가 옆에 있으니 안심하라고 어머니를 부르고 부르며 매달려 보았지만 어머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이미 정신이 어딘가로 도망가고 만 상태였다.
어머니! 제발 나를 알아보기를 ...  내가 어머니를 부르면 다시 나를 쳐다봐 주기를...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상태는 이미 아닌 것을... 심장이 떨리고 손이 떨렸다.겁이 났고 무서웠다.
아~ 제발 이런 모습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면, 병원 치료 받으면 바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말을 듣고 싶어서 의사선생님을 붙잡고 묻고 또 물었다.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어떤 상태인 거냐고?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은 똑 같다.최악의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1분 1초의 다급함속에서 골든타임은 이미 지난 거 같다고...
나의 어머니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듯  잠시 누워 계신다. 병원에서는 제주대학병원으로 이동하라고 한다. 이순간이 한순간의 내가 꿈꾸고 있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머니에게 달려 갈 텐데...
지금 나의 어머니는 제주대학 병원침대에 누워 계신다. 나를 알아보는지 못 알아보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말도 못하고 표현도 안되는 모습으로 어머니는 지금 누워 계신다. 우리는 어머니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날마다 이야기 한다.
평소 나의 어머니는 우리 자식들이 가면 맛 있은 음식을 만들어서 먹이는 걸 좋아 했었다.
“어머니 ,어머니가 해준 들깨죽 먹고 싶어요”
“어머니 , 어머니가 해준 자리 물회를 먹고 싶어요.”
“어머니. 어머니가 한얀 콩가루로 끓여준 콩국이 먹고 싶어요.  
약 잘 드시고 재활 치료 잘 받고 얼른 집에 가요~ 얼른 집에 가서 자리 물회 만들어 먹어요  어머니“
우리 자식들의 간절한 이 소리를 제발 듣고 계시기를... 그 소리를 듣고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다시 일어날 김순아 여사임을 알고 있다. 반드시 나의 어머니 김순아 여사는 일어날 것이라 믿고 있음이다.
된장 담가 나눠주고, 참기를 뽑아 자식들마다 나눠주고 고구마, 감자, 마늘, 고추, 깻잎... 친정집 갈 때마다 바리바리 한보따리씩 지고이고 돌아오는 길... 친정집 가는 길...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하늘이었고 땅이었고 우주이자 이 세상 내가 살아가는데 든든한 힘이고 나의 기십(기세)이고 나의 기둥이고 보이지 않은 길의 빛이었음을...
지금 나의 어머니는 어제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신다.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당신이 원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표현도 못하신다. 그저 나를 바라보고 눈빛을 맞추고 ‘우 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와 뭔가 힘들고 불편한지 끙끙 거리고 앓는 소리만 하고 있을 뿐이다.
어제 바로 찾아뵙지 못함에 수많은 자책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날마다 잠들기 전까지 ‘내일 아침이면 어머니가 나를 알아볼 수 있기를 ...뭐가 필요한지 뭐가 불편한지 서로 소통이라도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하며 눈물의 잠에 취해본다. 부모님께 안부 전화나 찾아뵙기는 내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바로 해야 되는 것임을... 부모님은 언제까지나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날마다 가는 곳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어머니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자리한다. 어쩌면 내 살아 있는 동안 비울 수 없는 자리가 어머니의 자리가 아닌가 싶다. 오늘도 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린 가슴을 달랜다.
어머니는 나의 이런 모습을 원하지 않으실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련다. 이제 나의 몫인 내 삶을 충실히 살아 가야겠다. 나의 어머니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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