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세이 - 먼지의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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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세이 - 먼지의 공덕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1.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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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유 현

정초부터 수도권에는 올해 첫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 저감조치가, 내륙 일부에는 초미세먼지특보가 내려졌다. 유난히 온화하고 눈 없는 겨울 날씨가 미세먼지의 경고음을 울린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 이런 생태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자연은 정복되어 인간의 무한 탐욕에 철저히 봉사해야 한다는 지혜롭지 못한 중생들의 인식에서 나온다는 게 불교의 자연관이다.
이제 인간의 건강마저 위협받게 되자 국가 차원에서 대기오염을 극복할 길을 모색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실내에 공기청정기를 켜거나, 운전할 때는 창문 열지 않고 자동차 에어필터를 자주 교체하는 등으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먼지를 때라고 말하지만, 불교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세 가지를 정신적 오염원(때)이라고 한다. 몸의 때는 목욕으로 벗겨낼 수 있으나, 오래 묶은 마음의 때는 참으로 씻어내기 어렵고 힘들다. 큰스님은 불자拂子를 높이 쳐들어 번뇌·망상을 쓸어내라고 교시敎示한다.
바보성자, ‘쭐라빤타까’의 일화를 기억하는 재가불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는 아라한인 ‘마하빤따까’의 친동생이다. 이 장로가 아라한이 된 후 동생을 출가시키고 부처님의 수승한 가르침(게송)을 외우도록 했다. 하지만 그는 넉 달이 다 가도록 게송을 외울 수가 없었다. 이를 빌미로 형인 아라한이 ‘너는 이 교단에 있을 자격이 없다’라고 하면서 절 밖으로 쫓아버렸다.   
세존께서 절 입구에서 울고 있는 쭐라빤타까를 천안으로 보시고 그를 찾아가서 ‘무슨 이유로 울고 있는가?’라고 물으셨다. 그는 세존께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외우는 것을 못한다고 해서 나의 교단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고, 쭐라빤타까에게 신통으로 아주 깨끗한 천 조각을 만들어 주면서 비구여, 이것을 문지르면서 ‘먼지 닦기, 먼지 닦기’라고 반복해서 외워야 한다고 하셨다. 
이처럼 거듭해서 되풀이 하자 천은 더러워졌다. 그 비구는 ‘천은 깨끗하다. 여기에는 허물(때, 오염원)이 없고 허물은 이 몸에 있다.’라는 지혜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세존께서 이를 아시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때일 뿐 먼지를 때라 하지 않네.’라고 그를 위해 광명의 게송을 읊으셨다고 한다.
하하, 그렇군. “업 덩어리가 나임을”
어디에도 쓸모없을 것 같던 작은 먼지에도 공덕이 있는 법이다. 고린내 나는 연못에서 고결한 연꽃이 피어나듯 명상수행만이 번뇌에 물들지 않게 한다.
명상수행은 계戒·정定·혜慧 삼학을 순차적으로 닦으면서 사다리를 타고 정상을 향하는 것이다. 계행이 흔들리지 아니할 때 오롯이 집중하는 마음이 일어나기에 지계 없이는 교법에 발판을 얻지 못한다. 
7세기경 인도의 날란다 대학에서 보살의 길을 가르치신 ‘산띠데바’ 스승께서도 마음이 티끌(번뇌)에 오염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팔정도의 일곱 번째인 정념正念(sati)을 잘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중한 인간의 몸을 받고서도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탐·진·치 삼독에 물들어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지은 셀 수 없는 업보만 창고에 가득하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먼지가 아직 먼지로 남겨져 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물 없는 목욕으로 씻고 또 씻으며 그 먼지를 뜯어보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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