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곧 수행이다 (Every Moment is a Moment of Prac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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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이 곧 수행이다 (Every Moment is a Moment of Practice)”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1.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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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주 ‘게리슨 인스티튜트 명상센터’에서 열린 ‘실비아 부어스타인’의 명상수련회 참관기 ㊦

글 | 홍성미 _ 컬럼비아 대학 아동미술 박사과정

<제주불교>는 <미주현대불교>(발행인 김형근)와의 기사제휴를 통해 미국불교의 현재 모습을 소개한다. 이 글은 필자가 명망높은 미국의 대표적 명상가인 실비아 부어스타인의 명상수련회 참가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불교적 수행이 어떻게 삶 속에서 구체적인 행복을 만날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다. 전통 불교를 실용적으로 발전시켜가고 있는 현대 불교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 편집자 주

 

실비아 부어스타인
실비아 부어스타인

 

매 순간이 곧 수행이다

게리슨 인스티튜트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경계를 나누지 않습니다. 불교든 기독교든 혹은 유대교든 그 안에 담긴 지혜를 배우고, 그것을 생활을 통해 실천하는 것이 명상 수행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에는 게리슨 인스티튜트처럼 종교색을 뺀 명상 센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체적인 명상 수련원이 없는 작은 사찰이나 교회, 다양한 명상 단체들도 게리슨 인스티튜트와 같은 명상 수련원을 빌려서 명상 워크샵을 열 수 있습니다.
명상 지도자로서 실비아 부어스타인(Sylvia Boorstein)의 인지도는 대단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참가비도 조금 높은 편이었지만, 그녀의 명상 수련회에는 약 2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였고,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이미 그녀의 명상 리트릿에 참가했던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1936년생인 그녀는 올해84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이를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있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었고, 컬러플한 장신구와 화려한 패션감각은 여전히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동유럽에서 건너온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대학에서 화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며 졸업 후에는 심리치료사로 활동했습니다.
그녀 나이 40세가 되었을 때, 우연히 위빠사나 명상 리트릿에 참가하며 불교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는 그녀는 불교를 만난 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말합니다. 스피릿 록 명상센터(Spirit Rock Meditation Center)의 공동 설립자이자 통찰명상회(Insight Meditation Socisty)의 선임 명상 지도자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불교 명상지도자 조셉 골드스타인, 잭 콘필드, 샤론 살즈버그와 함께 불교를 공부하며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의 남방 불교와 위빠사나 명상, 그리고 인도의 자비 명상을 가르칩니다.

유머가 넘치는 유쾌하고 
지혜로운 이야기 할머니

실비아 부어스타인의 가르침은 철저하게 “생활 불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불교의 가르침을 생활 언어로 해석하고, 일상을 불교적 관점과 연결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고, 심리치료사로서 경험과 지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다양한 접근 방법과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녀의 명상 수련회는 묵언 수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오후, 그리고 저녁 식사 후 모이는 밤 모임, 이렇게 세 번의 모임을 갖는 동안, 필자는 마치 학교 강의실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질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많은 시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며, 참가자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습니다. 젊은 명상 지도자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 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습니다. 그녀의 모든 가르침은 자신이 일상에서 실재로 겪었던 에피소드들로 시작됩니다. 참가자들은 마치 할머니가 조근 조근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러다 보면 자신들도 모르게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그녀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에 스며들게 됩니다. 실비아 부어스타인은 네 아이의 엄마였고, 할머니였고, 또 한 사람의 아내였습니다. 그녀에겐 일상을 통해 깨달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었고, 살아 있는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그녀의 가르침은 너무 분명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백의 미를 강조하며 그 여백이 주는 가치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또 많은 현대 예술 역시 관람자의 참여를 통한 예술적 완성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 엄마의 세심한 배려가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실비아 부어스타인 의 가르침은 미리 복사해 온 팔정도와 자비명상 기도문을 나눠 주며 냉장고 문에 붙이고 수시로 읽으라고 마치 엄마처럼 꼼꼼하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그녀의 유머감각 역시 정말 탁월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아무리 무거운 이야기를 하더라고 곧 웃음이 터져 나왔고, 가르침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앞서 그냥 함께하는 그 시간이 무척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명상홀에서의 수업장면
명상홀에서의 수업장면

 

명상 지도자와 명상 참가자들의 
문화적 연결성

명상 수련회 중간에 주위를 한 번 둘러 보았습니다. 약 200명이 넘는 참가자들 중 99.8%가 백인 참가자들이었습니다.
연령대의 폭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지만 대부분은 50대에서 70대 사이의 여성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필자가 참가자들의 연령대를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실비아 부어스타인이 수련회 중간에 질문을 던졌고, 나이별로 손을 한 번 들어 보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그녀는 참가자들을 수동적인 위치에 오래 남겨 두지 않습니다. 간간히 질문을 던지거나, 대답을 요구하기도 하고, 유머를 통해 웃음이 터지게 만들며 끊임없이 수련회장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불교의 가르침과 명상에 대해 말하면서도,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유대교와 유대 문화에 대한 사랑을 당당하게 표현합니다.
실비아 부어스타인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자녀의 엄마, 할머니, 그리고 아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그녀는 삶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증명했고, 이제 언어를 통해 그 가르침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냅니다. 그래서 그녀의 말에는 힘이 있고,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2박 3일동안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그녀의 명상 수련회에 참가하며 의문이 생겼습니다. 문화와 연배가 비슷한 실비아 부어스타인과 백인 참가자들이 공유하는 부분과 문화가 다른 동양인으로서 필자가 공유하는 정도에는 어떤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불교라는 큰 뼈대에서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본다면 동양이나 서양이라는 문화적 차이는 별로 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한다면 분명 문화에서 오는 차이는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불교의 사성제와 팔정도의 교리를 말하며, 자비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 속에 친절함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함을 베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음 수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친절함”이 늘 마음속에 흐르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살이 완성되어 가는 대승의 정밀하고 체계적인 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약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보살도 역시 “친절함과 선함”을 말하지만 그 “선함”이란 전후좌우를 꼼꼼히 따진 “선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란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계에서 어떤 이해 충돌이 생겼을 때,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내 마음만을 평온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 사이에 있을지 모를 커다란 틈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또 들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내 마음만 먼저 평온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당장 마음이 너무 괴로운 사람에게 응급처치는 될 수 있지만, 필자에게는 왠지 깔끔한 해결 방법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어쩌면 소승적 관점의 남방 불교와 인도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국 불자 1세대들이 가진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 미국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소승 불교적인 처방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명상 리트릿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명상 지도자 실비아 부어 스타인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실비아 부어스타인은 명상 지도자로서, 여자로서, 또 한 인격체로서 닮고 싶은 점이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유쾌함, 유머감각, 이야기를 만드는 탁월한 재능, 그리고 삶을 대하는 성실함. 리트릿에서 돌아 온 후,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필자는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실비아 부어스타인의 마법은 그 효과가 확실히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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