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환경위기, 불교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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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환경위기, 불교가 희망이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2.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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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현 _ 환경운동가, 출판인

생태.환경 문제는 작금에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사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늘날 환경위기를 과연 극복할 대안은 있는가? 나는 불교가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붓다는 인류역사상 불평등과 억압으로 점철된 자연과 중생의 현실을 가장 올바로 직시하여 깨달은 분이다. 사회적으로는 카스트라는 계급불평등과 관념적으로는 신을 정점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해온 일체의 정신적 불평등을 걷어내고 지혜와 자비의 길을 통해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노예로부터 해방시켜 존재의 평등을 깨닫게 하셨다. 또 관념의 굴레를 벗어나게 하고 일방이 타방을 식민화하는 모든 억압을 해방시키고자 노력한 참다운 스승이었다. 붓다는 인간 개개인의 심층무의식을 밝히는것 뿐만 아니라 집단공동체의 역사와 사회적 형태의 구조적인 무의식도 꿰뚫고 존재와 존재간의 독립과 상호 의존에 대한 연기론을 깨달았다. 권력이 필요악이라는 것을 탐진치의 소산임을 단칼에 일갈했고 권력과 탐욕을 둘러싼 사회 구조의 모순과 그에 따라 파생하는 통치의 위선과, 소유와 이익을 둘러싼 허위의식을 명쾌하게 해부시켰다.   
그러면서 붓다는 인류의 역사속에서 자연 그 자체와 문명화과정에서 야기된 도시화, 자연계의 지배자가 된 인류의 평등과 평화공존의 길을 가장 명료하게 제시한 분이다. 그것은 붓다가 권력의 중심인 왕성을 떠나 자기중심적 삶을 버리고 모든 존재의 자유와 기쁨을 능동적으로 제시하고 그 길을 걸어간 참 사람이 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리와 통제가 아닌, 억압과 착취가 아닌 자유와 평등, 생동하는 상호 조화, 대지의 자연적 순리로 이끈 구도행 등이 바로 그가 걸은 길이었다.       
자연이란 글자 뜻 그대로 스스로 구속되지 않고 활기가 넘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에 인간의 지배적 간섭이 개입되면서 점차 생태계의 교란과 환경의 문제가 발생한다. 우열과 상하로 생태계를 분류하고 인간사회의 정복을 통한 지배계급의 출현과 경제적 불평등은 인간 상호간뿐만 아니라 똑같은 수평이동을 통해 자연에 대한 억압과 수탈이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붓다의 출현은 순수한 자연성과 야생성을 배경으로 한다. 붓다는 국가와 사회의 구속을 전면 거부하고 인간과 문명의 밖으로 걸어나왔다. 인간의 발길이 끊어지고 문명의 흔적조차 없는 야생의 세계가 불교의 고향이다. 문명과 야생의 경계조차 사라진, 인간과 야생의 구분이 무의미한 그곳이 불교의 출발지이다. 불교는 사회적으로 자신의 몸집을 불리는 가치관을 갖지 않았다. 배려와 보살핌은 인간사회의 존재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지닌 존재들, 그리고 무생물들에게도 자비를 품었다.   
그러나 이미 인류는 무한경쟁과 물질적 풍요를 위한 환경파괴로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 방대한 자연수림의 파괴, 화석연료의 고갈, 기후변화에 따른 온갖 자연재해의 엄습은 전 지구가 대재앙으로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다. 인공적 에너지를 줄이고 보다 자연적으로 사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자연과 인류는 공멸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지구 육지의 대부분을 탈자연화로 만들었다. 해양도 머잖아 문명의 각종 확장 개발에 따라 어떻게 변화될지 모른다. 이제 붓다가 걸어갔던 자연으로의 길, 불교적 출가의 길이 불가능한 때가 올지도 모른다. 
자연이 없는 인공구조물들이 가득한 지구의 대륙들을 상상해보자. 집을 떠나 야생의 숲에서 진리와 생멸의 순수한 수행의 터전을 찾을 길이 없다면 불교는 소멸해 갈 것이다. 오늘날 불교의 위기는 바로 지구의 위기다. 불교가 갈 곳이 없는 자연과 야생은 이 땅에 수행자도 사라지게 할 따름이다. 반대로 불교가 살아나면 자연도 야생도 지구도 다 살아난다. 환경운동가 붓다의 제자로서 이 땅에 불교가 융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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