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위대한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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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위대한 스승
  • 안종국 기자
  • 승인 2020.02.12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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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인문학① 죽음을 앵글에 담는 사진작가- 클라우스 보(Klaus Bo)의 죽음 연작
죽음- 마다가스카르
죽음-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이 모두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순서가 되면 사람들은 차례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어떤 이는 먼저 죽음을 당하고 남은 사람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이것이 인간의 모습이다. -파스칼-

우리는 죽음을 전면으로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거나 연초의례로 가끔 안부를 확인하면서 마치 죽음은 다른 세상의 일로 미루어 놓는다. 그러다 갑자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접하면 두려움과 상실의 중간 지점에서 감정의 생소한 부분이 튀어나온다. 죽음은 일상인데, 인간은 왜 이리도 어리석게 딴 세상의 일처럼 인식의 정면 돌파를 하지 않는 걸까?  

죽음-하이티
죽음-하이티

 

‘데스 마스크(death mask)’는 사람이 죽은 직후에 밀랍이나 석고로 그 얼굴을 본떠서 만든 안면상이다.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데스 마스크는 죽은 사람의 생전 모습을 남기거나 초상화를 만들기 위해 쓰였다. 
미이라나 밀랍, 석고, 청동으로 죽음의 순간을 남기는 것은 죽음을 맞아 삶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멕시코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날’이 있어 축제로 승화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죽음의 공포를 완화하고 정신적 충격인 슬픔을 치료하는 효율성이 있다. 죽음의 그 다른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털고 다시 현세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평온을 장례의식은 담고 있다.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는 ‘존재의 멈춤’이라는 용어를 썼다. 즉 태어남 이전에 존재가 없었으므로, 죽음은 그저 그 존재가 멈춘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맞는 말일까? 불교에서는 태어남 이전의 연기와 사후의 연기 모두 존재의 멈춤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죽음- 덴마크
죽음- 덴마크

 

모든 것은 상호 인연지어 일어나고 인연이 흩어져 멸하는 연속의 흐름이다. 이러한 관점을 놓치면 한쪽의 시선으로만 죽음을 해석할 수 있다. 즉 죽음은 불행하고 슬픈 ‘상실’이라는 관점이다. 
한정된 수명을 지닌 생명의 존재는 태어남과 함께 죽음의 시계톱니가 시작된다. 지구상에서 인간은 매시간 6,300명씩 그리고 하루에 15만명, 1년에 5천5백만 명이 죽어서 이승을 떠난다. 오늘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도 백년 이내에 거의 대부분이 죽을 것이며, 아무리 과학기술에 의존해도 150년 이내에는 100퍼센트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수명연장을 위한 보양식습관의 여러 형태중 야생에 대한 무리한 간섭으로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끝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망자 숫자를 들어야 할지 두렵기도 하다. 

죽음-인도네시아
죽음-인도네시아

죽음은 불교에서 위대한 스승으로 삼는다. 부처님의 사문유관이나 뛰어난 스승들의 명상은 죽음이 깨달음에 중요한 모티프라는 것을 암시한다.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면 삶의 공포로부터도 해방된다. 불교는 생멸의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길을 제시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종지로 삼는다.

여기 ‘죽음’에 대해 오랜 의문을 던지며 작업을 하는 클라우스 보(Klaus Bo)라는 덴마크출신 사진작가가 있다. 그는 평소에 난민문제나 여성인권, 자연재해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앵글에 담아 소개해 왔다. 국경없는 의사회와 덴마크난민협의회 활동에도 동참하면서 2010년부터 죽음에 대해 탐구하는 ‘Dead and Alive Project’를 시작했다. 그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그린란드, 아이티, 과테말라, 필리핀, 네팔, 인도, 가나, 마다가스카르, 덴마크 등에서 현지인들의 죽음의식과 죽음을 바라보는 그들의 생각을 소개하고 있다.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deadandalive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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