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영화‘기생충’과 미성숙한 우리 사회
상태바
기고 - 영화‘기생충’과 미성숙한 우리 사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2.19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_ 강현정 _ 블루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영화 ‘기생충’에서 마지막 장면, 기약없이 지하실에 갇힌 기택(송강호)을 보면서 절망적인 우리 사회의 그늘을 보는듯해 마음 한 켠에 무언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 영화에서는 결국 사회적 계급의 선은 허물어지지 못하고 있다.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젊은이들, 비정규직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 스스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가난의 되물림, 독과점은 자본이 자본을 증식하고, 땅은 투기로 인한 부의 편취대상이며, 평범한 샐러리맨의 노동에 의한 근로소득으로는 평생 강남 집 한 채 장만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파트 평수와 고급차가 위세를 대변하는 우리 사회는 미성숙한 사회다.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면서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거머쥐었지만, 그 뒤에는 배급사의 거대한 독과점이 뒷받침되었다. 세계는 스크린을 보지만, 정작 지하에 갇힌 기택의 미래보다는 영화의 성공에 힘입은 마케팅을 찬탄할 뿐이다. 
공공매체인 텔레비전의 예능프로그램도 한 예능인의 빌딩소유를 부각하면서 미화하는 듯한 컨셉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잊혀질만하면 경제적 비관으로 일가족이 동반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는데 말이다. 
한 경제잡지에는 임대수익 17억 원을 올리는 건물주의 하루일과가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분노와 체념의 댓글이 달리더니 점차 부러워하는 글도 눈에 자주 띈다. 그는 강남에 20층대 빌딩을 소유하고 있고, 서초구에도 10층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마포구에도 빌딩이 있으며, 제주도에도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 월 임대수익은 17억원이다. 그의 하루일과는 아침에 일어나 골프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특급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집에 가서 쉰다. 저녁 시간은 주로 건물관리자들이 집을 방문해 임대수입을 계산한다.  
영화 ‘기생충’에서의 ‘기택(송강호분)’네 가족과 ‘17억’ 임대수익자의 삶 중, 누가 기생충에 더 가까운 것일까?
한국영화는 충무로에서 다져진 내공과 사회계급에 무언가 흥미를 깊게 느낀 특유의 상상력과 연출력을 지닌 봉준호라는 감독에 의해 한국인들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크게 안겨주었다. 그렇지만 지하에 갇혀 기약없는 기생적 삶을 살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인간군상을 위한 고민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