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서구의 여성불자) - 미란다 쇼 '지혜롭고 열정적인 미국의 다키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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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서구의 여성불자) - 미란다 쇼 '지혜롭고 열정적인 미국의 다키니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2.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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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주 현 _ 스토니부룩대학 불교학 교수

주현 교수는 메리안 드레서 (Marianne Dresser)가 삼십 명의 서구 여성 불교 수행자들이 쓴 글을 모아 엮은 책“가장자리에 서 있는 서구 여성 불자들의 현대적 시각들”에 소개된 삼십명의 여성 불자들을 중심으로 서구의 여성불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서구 여성 불자들은 본래의 여성성 안에서는 불교가 어떻게 이해되고 수행되었으며, 또한, 그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불교의 가르침, 철학, 윤리, 심리, 종교성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전통적 관점을 넘어 불교의 세계적 현상으로서의 폭넓은 이해를 위해 미주현대불교(발행인 김형근)와의 기사제휴로 이 글을 소개한다. 

미란다 쇼
미란다 쇼

미란다 쇼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리치먼드 대학의 종교학과에서 “불교와 여신 전통들”을 가르치고 있다. 히말라야 지역으로 여행하면서, 그녀의 주요 연구 분야는 신성한 춤, 여신들, 그리고 그곳에 존재하고 있는 여성들의 고대 영적 전통 등에 관한 내용이다. 쇼는 티베트 불교로 잘 알려진 바즈라야나 불교(Vajrayana Buddhism) 전통의 기원과 내용을 소개하고, 여성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탄트라(Tantra, 좌도 밀교)는 인도의 선사시대부터 뿌리를 내려온 원시 신앙으로, 7세기경에 불교와 합류하면서 오늘날 탄트라 불교(Tantric Buddhism, 밀교) 또는 “금강승”을 의미하는 바즈라야나 불교라고 불리고 있다. 가장 초기 문서들에 의하면, 탄트라 활동의 기원은 한적한 외딴 시골의 숲, 화장터, 또는 요가 수행 절에서 함께 수행하는 여성들의 집단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비 위계적 체계 안에서 함께 축제를 베풀고, 서로 영적 교류를 했다; 서로에게 참선과 요가를 가르쳤고, 그들을 궁극적인 현실로 이끄는 성스러운 춤과 비밀스러운 노래들을 통해 서로 영감을 나누었다.
초기 여성 탄트라 수행자들을 “요기니(yogini)” 또는 “다키니(dakini)” 라고 부른다. “요기니”는 여성 요가 수행자, 또는 영적으로 뛰어난 여성을 의미하고, “나른다”(to fly)는 의미에서 유래된 “다키니”는 문자 그대로 “나르는 여성”이라고 번역된다. 이는 자유의 날아다님; 즉 사회적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또는 궁극적인 현실을 알게 됨으로써 오는 자유, 그 자유가 날아다닌다는 의미이다. 문헌에는 이러한 여성들은 말과 행동, 아무것에도 제약받는 바가 없기 때문에 자부심과 교만성이 강하고, 공격적이고 지배적이며, 겁이 없고 자신들의 표독함에 도취하여있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들의 목표는 남성의 독선주의를 주저하지 않고 비판하는 것이었고, 남성들도 그들의 제자로 받아들여 탄트라 전통을 전수했다.
마침내는 성별, 감각들, 성적 취향에 대한 획기적이고 새로운 이해로 불교를 변혁시켰고, 그들의 가르침들과 수행들은 오늘날 살아있는 전통으로서 티베트와 네팔 불교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탄트라에서 시작되어 티베트 금강승 불교 전통 안에서 지켜온 여성의 개척적인 역할과 지속적인 지도력은 미국 내에서 많은 형태로 이어졌고, 따라서, 오늘날 여성의 어떠한 권위도 서구 페미니즘에 의해 새롭게 개발된 것이 아니라, 이 전통을 일으킨 원동력의 회복으로 이해되고 있다. 여성 수행자들에게 종교적 행위나 예술적 창조, 또는 학문적 방법으로 남성 중심의 편견으로 손상된 탄트라 전통을 복구하는 것은 고귀한 도전이고 필수적인 일이다. 이 전통을 영속시키기 위해서, 미국 금강승 여성 불자들은 요기니 또는 다키니들의 기본적인 종교 의식인 주문, 명상, 염불, 기도, 암송 등의 수행을 지속하며, 여성들 모두가 함께 모여 서로 나눌 수 있는 통찰력과 능숙한 기량이 있음을 인식함으로써 자신들의 강한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쇼는 우리 문화 속에서, 여러모로 여성의 정체성이 비하되고, 병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러한 비하의 많은 형태가 종교적 뿌리를 가지고 있고, 그러한 여성들의 산산 조각난 자부심은 반드시 자발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확신은 자아의 왜곡이고 깨달음으로 가는 장애일 뿐이라고 한다. 탄트라 수행 방법에서 말하는 신성한 자부심은 특수한 형태의 자부심으로서, 이것은 교만과는 질적으로 다른 자존감으로서, 여성 안에 있는 신성한 여성성을 발견할 때 생기는 견고하고, 흔들림이 없는 자부심이다.
오랫동안 여성의 강한 존경 대상으로, 명상의 객관적 실체로 역할을 하는 바즈라요기니(Vajrayogini), 바즈라바라히(Vajravarahi), 나이라트미야(Nairatmya)와 같은 금강승의 원형적인 여성 신들은 여성성에 대한 긍정적 이해를 성장시키는 힘의 근원이다. 이들은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성적으로 활발하면서, 동시에 잘 단련이 되어 영적으로는 깨달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 여성 신들은 일반 통념의 이분법적인 범주로서 인간의 모든 면을 통합하는 남성들의 부적절한 해석의 틀 안에서 이해되어 왔기 때문에, 그들 여성성의 완전함이나 진위성에 대한 통찰이 전달되지 못했다. 이 여성 신들의 형상은 모든 여성의 신적인 잠재력을 묘사하고 있고, 그들의 내적인 신성을 인식한 여성들은 깨달음을 성취하여, 살아있는 여신 또는 붓다 들로 드러난다. 이와 같은 형상들을 떠올리며 하는 선 수행은 여성의 육체와 영혼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그녀의 신적인 잠재력을 자각시키며, 영적 수행과 삶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금강승 여성 수행승(guru)의 지도에 따라 입문 의식(initiation ceremony)을 치른 여성은 여신의 에너지를 받고 그 여신이 그들 안에서 구현되는데, 이것은 곧, 성공적인 수행을 시작함으로써 그 여성의 내면에서 여신의 깨달은 성품을 자각하게 되어 능력과 에너지, 그리고 진리의 궁극적 근원으로 다가가게 됨을 의미한다.
옛적부터 단련된 전통 수행 방법으로서, 여성의 몸을 다시 인식시키고, 양성시키는 탄트라의 성스러운 춤은 티베트와 네팔에서 보존되어왔고, 미국에서도 그 비밀스러운 형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서 발전되고 있다. 미란다 쇼는 네팔에서의 자신의 체험을 통해, 탄트라 춤을 “변혁을 일으키는 요가(yoga of transformation)”로 소개하고 있다. 쇼는 직접 춤을 배우면서, 그녀의 특별한 연구 대상인 푸른색 몸의 여성 붓다, 나이라트미아의 모습 하나하나가 더 이상 이차원적인 평면상의 그림이나 조각이 아니라, 그녀의 몸의 일부가 되어 살아서 움직이고 있음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 모습들은 하늘에서도, 구름 속 에서도, 또는 높은 산 위에서도 그 빛을 발하며, 쇼에게 평온함, 무아(無我), 그리고 공(空)의 경지들을 느끼게 했다. 쇼는 “춤은 여성의 정신, 마음, 그리고 몸을 해방시키고, 신성불가침의 감각을 강화시키어, 변화를 일으키는 강력한 매개체임을 인식했다”고 서술하며 다음과 같이 결론 맺는다.
미국 여성 불자들은, 탄트라 전통의 여성 선지자들이 지혜와 자비, 행복과 자유로서 닦아놓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더욱 자유롭고, 영향력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여성들로 나아갈 것이다. 그들은, 미국의 다키니로서, 금강승 바즈라야나 불교가 미국 땅에서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행복을 증진시켜,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불교의 참 목적을 수행해 낼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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