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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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2.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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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찬(재가불자)

죽비소리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덮고 있다. 중국인에 이어 한국인도 입국을 기피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이웃끼리도 서로서로 담을 쌓고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으로 떠난 신혼부부가 여행은 커녕 격리조치되어 단꿈이 날아갔고, 이스라엘에서는 비행기에서 내린 한국인들을 바로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모두가 모두를 조심하는 담쌓기가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종교모임, 단체모임 등 각종모임이 취소되고, 사람들은 눈만 마주쳐도 바이러스에 걸릴 것처럼 두려움과 공포로 살아가고 있다. 
SNS에서는 온갖 얘기가 떠돌고 있다. 어떻게 하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것인가부터 괴담수준의 얘기도 많다. 가장 심각한 것은 마녀사냥식의 타자화(他者化)하는 것이다. 
대구와 청도에서 코로나19가 집단발병하자 신천지가 공격받고 있다. 신천지가 바이러스 유포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신천지는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신천지가 바이러스 온상이 됨에 따라 사람들은 신천지의 대응방식에 대하여 비난하고 있다. 신천지 교주에 대해서는 악마화 하고 있다. 신천지 전체를 타자화 하고 있는 것이다.
타자화란 한마디로 ‘악마화’ 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넘어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견해가 달라도 타자화 되고, 지역이 달라도 타자화 된다. 인종이나 종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상대방을 악마화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로를 불신하고, 극단적으로 상대를 악마로 봐버리면 자꾸 담장이 높아진다. 부자집들의 담장이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잣집은 높은 축대와 철조망도 두르고 CCTV와 함께 침입경보시스템도 설치한다. 그렇게 철옹성을 쌓는다고 안전한 것일까? 
우리는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중국을 타자화했다. 지금은 이스라엘이나 태국같은 나라가 한국을 타자화하고 있다. 사실 연기법적 관점으로 본다면 모두 영원주의라는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연기법적으로 조건소멸을 관찰하면 영원주의는 성립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담을 쌓지 않는다. 다만 연민으로 지켜볼 뿐이다.
부처님은 형성된 모든 것들은 항상하지 않다고 가르쳤다. 한자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한다. 어느 것도 가만 있지 않다. 바이러스도 가만 있지 않는다. 복제되는 과정에서 변종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돌연변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돌연변이에 띠른 것이다. 이런 것도 제행무상의 법칙에 해당될 것이다. 바이러스는 신이 내린 형벌이 아니다.
대구와 청도에서 발생한 코로나 집단발병은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의 특이한 전도방법에 기인한바가 크다. 그렇다고 청와대 청원으로 해체를 하자고 나서는 것도 이를 악마화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정부의 방역실패를 구실삼아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야당도 일종의 타자화전략이다.  
만리장성을 쌓으면 중화가 지켜질줄 알았다. 그러나 상대방을 타자화 하면 반드시 타고 넘어온다. 중국은 만리장성 때문에, 아니 오랑캐라고 무시하는 분리정책 때문에 계속해서 패망햇다. 철옹성을 쌓으면 쌓을 수록 더욱더 타고 넘어온다. 담을 쌓기 보다는 자애와 연민으로 대해야 한다. “죽어가는 자의 얼굴에서 네 얼굴을 보라.”라는 말이 있듯이, 상대방의 얼굴에서 내 얼굴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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