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필 거사의 제주사찰사경 - 신풍리 자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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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필 거사의 제주사찰사경 - 신풍리 자성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2.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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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 스님의 자취 어린 염불선 정진도량 ‘신풍리 자성원’

 

자성원

자성원은 남조로를 따라가다 성읍쪽으로 빠져 신풍리 표지판과 만나면 좌회전해서 다시 한참을 농로를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옛길에서 느껴지는 푸근한 정감이 남아 있는 이 길을 따라 함께 걸었을 수행자들의 선기가 함께 배었음인지 길은 고요하고 맑다. 
목우자의 길을 가던 수행자가 이젠 스스로 그 본성을 알았음인가 자성원의 뜰은 아름답다. 청매화와 흰매화 꽃이 꽃봉오리를 터뜨려 오가는 나그네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부처님을 모신 법보전과 차방으로 쓰는 수선화실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나면 자연스레 차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수선화실은 마당을 내다보는 앞쪽이 모두 유리로 되어있어 자성원 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시선을 멀리두면 아미타부처님의 자비한 옆얼굴이 꽃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비추며 자비광명의 빛을 드리운다. 오래된 팽나무는 자성원의 경계를 허물고 마당 안으로 깊숙이 들어앉아 오가는 이들의 쉼터가 되었으며 요사채 앞에 서 있는 녹나무와 계피나무에서도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마당에 무리지어 핀 수선화가 말차의 빗깔 같이 고운데다 그 위에 점점이 박힌 꽃봉우리는 별처럼 빛난다. 오래된 길, 부처님은 이미 나 있는 오래된 길을 찾아냈다.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그렇게 알려주셨다. 그래서 그 수선화의 꽃처럼 그렇게 빛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특별히 만날 수 있는 곳은 청정함을 그대로 간직한 청화 스님 토굴이다. 청화큰스님의 선기가 여전히 흐르고 있는 듯 토굴은 청량감이 감돈다. 일종식과 장좌불와를 하시면 당신 스스로에게는 누구보다 엄격하시면서도 대중들을 위하는 끝없는 자비심으로 발했던 도인 스님이다. 대나무숲과 수선화밭, 차밭이 이제는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넉넉함으로 바뀌었으니 가장 열악한 땅에 둥지를 튼 큰 스님이 뜻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자성(自性)이란 본래 모든 중생이 갖고 있는 광대무변하고 청정한 마음을 말하는 것이고,  원(苑)이란 옛날 어른께서 선원이라 쓸 적에 지금은 ‘禪院’이라 쓰지만 옛날에는 ‘禪苑’이라 하였다. 한문으로 ‘苑’자는 채소 과일 등을 가꾸는 곳을 말하는데 선(禪)농(農)일치에 어울리는 말이다. 자성원이란 이름은 청화큰스님께서 자성원에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육조단경(六祖壇經)을 번역하시면서 중생제도의 원력으로 지은 이름이다. 자성원은 큰스님 뜻에 따라 매일 “나무아미타불”염불이 끊어지지 않는 염불선 도량이며, 정진도 하고 밭도 일구는 선농일치 정진도량이다. 
그래서 자성원에는 사천여평 도량에 5천여주의 차나무밭과 흰 동백, 제주도 토종 수선화(금잔옥대), 녹나무ㆍ개피나무ㆍ왕대ㆍ나비목련 등 2백여 종의 희귀한 각종 꽃나무가 일년 내내 꽃을 피우는 극락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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