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제와 팔정도의 향기품은 초전법륜성지-녹야원 사르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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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제와 팔정도의 향기품은 초전법륜성지-녹야원 사르나트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2.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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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여행작가)
초전법륜을 기념하기 위해 아소카왕 재위시 건립된 다멕스투파. 연화문과 비운문 형태의 당초문양이 반복적인 패턴으로 장식되어 장엄한 조화를 이룬다.
초전법륜을 기념하기 위해 아소카왕 재위시 건립된 다멕스투파. 연화문과 비운문 형태의 당초문양이 반복적인 패턴으로 장식되어 장엄한 조화를 이룬다.

 

싯다르타는 35세에 보드가야 보리수나무아래에서 대오(大悟)하여 붓다라는 호칭을 얻었다. 대각을 성취한 붓다는 사르나트로 가서 예전에 함께 수행했던 다섯 비구에게 사성제와 팔정도에 대해 첫 설법을 하였다. 첫 제자가 된 다섯 비구는 꼰단냐, 왑빠, 빳디야, 마하나마, 앗사지로 알려져 있다. 

 

사르나트 지명은 본래 사슴왕(Saranganath)에서 유래된 것이다. 불교 4대성지중 하나이며, 본생경과 바르후트 부조에 묘사된 사슴왕의 고사가 발생된 곳이다. 루루사슴이야기는 바라나시의 막대한 재산가 상인의 외아들 마하다나카가 재산을 탕진하고 빛쟁이들앞에서 항하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으나 그를 루루사슴이 구해준 이야기다. 죽림정사에서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제바달다에게 들려주었는데, 왕은 사리불이고 상인의 아들은 제바달다이며, 루루사슴은 부처님 자신이라고 했다.   
사르나트의 백미는 단연 다멕스투파이다. 다멕스투파는 붓다가 다섯 수행자에게 처음으로 행한 설법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지름이 28.5cm, 높이가 34m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탑이다. 벽돌을 쌓아 만들었으며 외관을 사암으로 마감하여 장엄하고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 연화문과 비운문 형태의 당초문양이 반복적인 패턴으로 조각되어 연결되고 있는 모습이 남아 있다. 굽타양식으로 보이는 뇌문형태의 기하학적 문양이 반복적으로 벽돌에 새겨져 조화와 장엄한 신앙심을 불러 일으킨다. 기단부는 잘 다듬어진 돌을 사용하였고, 그 위로 벽돌을 쌓아올려 밖으로 무늬를 만들었다. 지금은 절반 이상이 훼손된 모습이고, 윗부분은 흙으로 쌓았다. 이 거대한 탑의 하단부는 마우리아 양식인데, 상부는 굽타양식에 가까운 것으로 보아 아소카왕 재위시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녹야원에서 설법하는 붓다. 사르나트박물관. 사성제와 팔정도의 초전법륜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녹야원에서 설법하는 붓다. 사르나트박물관. 사성제와 팔정도의 초전법륜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사르나트는 바르후트를 서방에 알린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알렉산더 커닝햄이 처음 발굴을 했다. 승원은 다섯 개의 수도원이 중앙에서 북서부지역으로 분포한 모습이었는데, 승려들의 유골을 안치한 감실은 북서지역 중앙에 위치한다. 이 감실과 사원의 중심에서 북서쪽 끝부분에 아소카왕의 석주가 우뚝 솟아있었다. 지금은 밑부분만 부러진채 남아 있고 사자상은 박물관에 보관중이다. 이 석주는 12.25m로 마우리아양식의 전형이다. 
마우리아왕조는 찬드라굽타 왕에 의해 기원전 4세기말에 형성되어 기원전 3세기 아소카시대에 번성하였다. 이 시기가 불교미술의 기틀이 확립되어가는 시기로 이당시 불교미술은 기존의 하라파와 모헨조다로의 전통적인 문화와 그리스, 페르시아의 문화가 결합되어 형성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불교미술에서는 붓다의 성스러움을 보존하기 위해 석가세존상을 제작하는 것을 엄격히 금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불상을 제외한 불교양식이 고대불교문화의 전형을 이루게 된다. 

▲만쿠와르불좌상. 전형적인 사르나트의 불좌상이다. 옷을 거의 걸치지 않은듯한 육체미를 부각했다.
▲만쿠와르불좌상. 전형적인 사르나트의 불좌상이다. 옷을 거의 걸치지 않은듯한 육체미를 부각했다.

 

당나라시기 현장의 ‘대당서역기’에 따르면 녹야원 안에는 법도를 따라 화려한 층으로 이루어진 높은 건물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은 잘 정리된 담장이 있었고, 긴 담장 안에는 높이가 200여척이 되는 황금정사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돌로 기단의 층계를 조성하고 벽돌로 층층마다 감실을 만들었고, 층계는 백개 이상인데, 그 계단에는 황금불상이 조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 철로 만든 불상도 있었다고 한다. 현장법사가 방문했던 당시에는 30여개의 사찰과 3000여명의 승려가 있었다고 한다. 

▲사르나트 불두상. 단아하고 흐트러짐 없는 아름다운 인상이 불교미술의 수작으로 손색이 없다.
▲사르나트 불두상. 단아하고 흐트러짐 없는 아름다운 인상이 불교미술의 수작으로 손색이 없다.

 

사르나트에서 발굴된 불상조각은 사르나트고고학박물관에 일부 보존되어 있다. 사르나트불상의 걸작은 <녹야원에서 설법하는 붓다>상이다. 전법륜 수인을 하고 있는 이 불상은 470년 전후에 제작되었고, 높이는 161cm이다. 이 불상은 이 지역의 전형적 양식인 나체형식으로 뒤를 받치고 있는 화려한 광배 중앙에는 만개문 연화문이 보이지 않는다. 붓다의 머리 뒤로는 아우라가 있는 광배로 처리했다. 당초문(唐草文)과 화열문(花烈文)이 혼용된 전지화만(纏枝花蔓)으로 정숙함과 장엄함을 더했다. 그리고 그 경계부분을 연주문(連珠文)으로 돌리고 마지막을 연호문(連弧文)으로 마감했다. 붓다가 입은 옷은 입은 것인지 벗은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보이며 어깨골격은 크고 넓다. 허리는 가늘고 역삼각형 구도인 삼도가 뚜렷하고 두광의 양쪽 끝부분은 비천상이 날고 있다. 대좌의 부조상은 두 손을 모아 경배를 올리고 있다. 다섯 비구와 모자는 녹야원의 초전법륜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르나트는 부처님 본생담에 등장하는 루루사슴왕의 전승을 간직한 곳이다. 이 부조는 바르후트에서 발굴된 것으로 부처님 본생담의 루루사슴왕 이야기를 소재로 조각하였다. (콜카타박물관)
▲사르나트는 부처님 본생담에 등장하는 루루사슴왕의 전승을 간직한 곳이다. 이 부조는 바르후트에서 발굴된 것으로 부처님 본생담의 루루사슴왕 이야기를 소재로 조각하였다. (콜카타박물관)

 

럭나우주립미술관에 전시중인 만쿠와르 불좌상(Seated Buddha from Mankuwar)은 사르나트 인근에서 출토되어 녹야원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르나트 불상의 원형에 가까운 이 불상은 옷을 투명하게 처리해 거의 옷을 걸치지 않은 모습처럼 보인다. 대좌에 새겨진 명문에는 449년(굽타 기원 129년)에 조성된 것으로 적혀있다. 육계나 나발이 없는 매끈한 육체미가 돋보이는데, 당시 사회가 성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낮아 당시 사원들마다 성적 자극을 주는 미투라상들이 많이 조성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사원건립에 노동력이 크게 부족했던 당시 대부분의 사원건립을 승려들이 역사를 맡게 되는데, 이 때문에 불법전파를 통해 승려들을 역동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소카석주 사자상
▲아소카석주 사자상

 

사르나트 출토 추나르사암불상은 474년에 제작되었고 높이가 193cm이다. 형태나 수인 등은 거의 비슷한데 얇은 옷 주름이 조각되지 않아 몸 자체가 전라(全裸)의 모습에 가깝다. 
뉴델리박물관에 소장된 사르나트 불두상은 5세기의 불상의 전형이다. 단아하고 흐트러짐이 없으며 아름다운 인상은 불교미술의 수작으로 꼽힌다. 반개한 눈과 사각 형태로 내려 뻗은 귓불은 전형적인 미투라부처상으로 굽타양식의 특징이 여실하다. 다소곳이 솟아오른 육계는 둥근형태의 얼굴과 조화를 잘 이룬다. 얼굴의 윤곽은 매우 부드러운 곡선을 취하고 있고, 아랫입술이 두툼한 것과 八자를 뒤집어놓은 모양은 형태도 이 지역의 굽타양식의 전형이다. 고운 형태로 조성된 이 불상은 초전법륜의 의미를 표현하기에 매우 적합해 보이는 모습이다. 

▲추나르사암불상
▲추나르사암불상

 

다멕스투파를 천천히 돌면서 마우리아시대 사람들의 초기불교의 붓다에 대한 경외심과 사원 회랑과 사르나트 박물관의 불상을 보면서 굽타시대의 흥성했던 대승불교로서의 신앙심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신심증장의 불교성지를 음미해본다. 붓다의 진리를 처음 전하여 불교의 첫걸음이 된 사르나트의 회랑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윽고 인간의 고뇌를 해방시킨 한 스승의 원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잔잔한 상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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