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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종국 기자
  • 승인 2020.02.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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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 추사 김정희

한 점 찬 마음처럼 늘어진 둥근 꽃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냉철하고 준수하구나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진정 그 모양 해탈한 신선일세.

푸른 바다 파란 하늘 아래서 반가이 너를 보니
신선같은 인연이 가는 곳마다 반색하는구나
호미 끝에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캐버린 것을
깨끗한 책상 앞에 고이 옮겨 심었네. 

 코로나-19로 유배아닌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수선화가 곳곳에 그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제주도에 유배 온 추사는 길가에 야생화처럼 피는 수선화에서 해탈한 신선의 모습을 보았다고 시를 읊고 있다. 
수선화는 매화에 앞서 추운 겨울에 피는 꽃으로 조선시대 때만 해도 중국에 다녀오는 사람들에게 알뿌리를 겨우 얻어 키울 만큼 귀했다. 하지만 추사가 유배를 온 제주에서는 수선화가 지천에 가득해서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대로 뽑히는 신세였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꽃보다 양식을 구할 땅이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유배생활에 갇힌 추사는 그 고독한 답답함 속에서도 맑은 마음을 수선화를 보면서 달랬을성 싶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선화는 ‘자존심’과 ‘자아도취’, ‘고결함’과 ‘자애’라는 꽃말을 두루 갖고 있다. 서양에서는 ‘조건 없는 사랑’, 그리고 ‘부활’이 꽃말이다. 이슬람의 지도자 마호메트도 “빵이 두 조각이 있는 자는 그 한조각은 수선화와 맞바꿔라. 몸은 빵이 필요하지만, 마음에는 수선화가 필요하다.”라고 극찬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수선화로 집안 곳곳을 장식하면서 그 향기와 맑은 자태를 사랑했다. 중국사람들은 수선화가 뜻하는 의미가 ‘소원성취’와 ‘축복’이라고 한다. 
추사가 제주 유배 생활에서도 모든 어려운 상황을 헤치고 학문과 예술의 혼을 꽃피웠듯이 비록 코로나-19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불안과 공포심이 가득해도, 제주도 수선화의 그 청초한 생명력으로 우리는 품위 있게 이 어려움을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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