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역병을 물리친 보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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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역병을 물리친 보배경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3.1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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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변호사)

부처님과 전염병에 대한 일화로는 바이살리에서의 활동을 꼽을 수 있다. 
부처님이 500명의 비구들과 함께 라자가하의 가란타죽원에 머물며 마가다국의 아자따삿뚜 왕의 후원으로 하안거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왓지국의 수도 바이살리에 전염병이 돌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때의 상황을 묘사한 경전에 의하면, 바이살리에 귀신이 일어나 하루 동안에도 죽는 사람이 100여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귀신 나찰에 걸려 얼굴과 눈이 누렇게 되어 3~4일 만에 죽는 자도 있어, 사람들은 매우 두려워해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당시 사람들은 전염병의 원인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귀신의 소행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살리 주민들은 부처님이 이곳을 방문해 주시면 귀신들이 무서워서 달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붓다께 이곳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부처님은 하안거중이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상황이 급박하여 500명의 비구들과 함께 바이살리로 향했다. 이 여정은 꼬박 8일이 걸렸는데, 제자들과 함께 갠지스 강을 건너서 뜨거운 모래바람을 맞으며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해 ‘재난의 땅’ 바이살리에 도착한다. 경전에서는 이 장면을 “바이살리에 이르러 성문에 서서 보배경을 암송했다. 그러자 나찰 귀신들은 제 자리에 있을 수 없어 제각기 달아났다. 그래서 다시는 바이살리에 들어오지 못했으므로 모든 병자들은 병이 낫게 되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부처님이 하신 일은 이 일만이 아니다. 제자들과 함께 발우에 물을 담아와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런 다음에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은 삼보에 귀의하라고 가르쳤다. 이레 동안 이렇게 행하자 전염병이 사라졌다. 때 마침 비도 내려서 가뭄도 사라지고 바이살리는 다시 정상을 되찾게 된다.
인간으로서는 두렵고 귀신의 소행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전염병 같은 재앙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때 부처님은 병자들의 손을 잡고 연민의 마음으로 그 두려움과 공포를 걷어내셨다. 당시 성을 돌며 ‘보배경’을 암송해서 귀신을 내쫓았다고 하지만, 바이러스나 세균보다 사람들의 두려움이 사실은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부처님은 그들 속으로 들어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중생들의 고통의 현장에 직접 뛰어 들어가 그들을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지도한 탁월한 실천속에서 부처님의 참다운 사랑의 정신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렇듯 부처님의 가르침은 개개인의 수행뿐만 아니라 중생을 위한 실천도 중요한 수행으로 삼는다. 의학과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도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병 그 자체보다 전파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유령처럼 우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그럴수록 불자들은 다음과 같은 보배경의 말씀을 새기면서 자비와 봉사를 실천하여 결국 병마의 조복을 받아낸 부처님의 행적을 되짚어보면 좋겠다. 

자애의 마음을 아낌없이 베풀면 반드시 밤낮으로 보답을 받으니 다른 이를 정성껏 돌보고 보호하기를! 
부처님 가르침 실천하고 수행하여 감각적 쾌락 대신 마음의 안정을 얻고 굴레에서 벗어나 죽음을 초월하고 지극한 평화를 누리는 성인들, 승가는 이 세상 으뜸가는 보배, 이러한 진리로 그대들 행복하기를! 
과거는 소멸되고 새로운 업 쌓지 않아 마음은 고요하니 내생에 집착 없다. 번뇌의 근원이 소멸된 분들은 갈애가 사라져 흔적 없이 떠난다. 승가는 이 세상 으뜸가는 보배, 이러한 진리로 그대들 행복하기를! 
여기 모인 우리, 천인이든 사람이든 완전하신 승가에 존경을 표하니 이로써 저희에게 축복이 있기를! 
<보배경〉(Ratana Sutta)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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