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법정스님 유고집 "낡은 옷을 벗어라"
상태바
서평 - 법정스님 유고집 "낡은 옷을 벗어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3.11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소유’의 가르침으로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려 했던 우리시대의 큰 스승이었던 법정스님(1932∼2010)의 원고 68편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원적 10주기 추모집으로 소개되었다. 이 책은 법정스님이 1963년부터 1977년까지 불교신문에 게재한 원고를 모은 것으로 그동안 스님 명의로 출간된 바가 없어 사상적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법정스님은 이 당시 불교신문 주필과 논설위원을 맡으며 불교포교를 위해 다양한 글들을 실어왔었다. 스님은 법정스님이라는 이름 이외에도 ‘소소산인’ ‘청안’이라는 필명으로도 다양한 글들을 실어왔다. 법정스님의 유명한 저서 [무소유]를 비롯해 [영혼의 모음] [서있는 사람들] 등 초기 저작에도 불교신문에 게재했던 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낡은 옷을 벗어라>에는 법정스님이 출가한 후 사상적 흐름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주옥같은 글들이 가득하다. 출가 초기 시절 역경사업을 하며 쓴 설화를 비롯해 문학적 감수성이 넘치는 시,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으로 불교의 낡고, 해묵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칼날같이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논단과 칼럼이 수두룩하다.
총 11개 영역으로 분류해 엮어 낸 <낡은 옷을 벗어라>에는 스님이 출가한 초기인 1960년대 초기에는 역경사업에 매진했던 글들이 13편의 설화형태로 나타나 있다. ‘어진 사슴’, ‘조용한 사람들’, ‘겁쟁이들’, ‘저승의 선물’ 등으로 쓰여진 설화에는 경전에 근거한 비유를 인용해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글들이 들어 있다. ‘구도자’라는 설화는 스님이 창작한 설화로 중국 선종사 초조인 달마스님과 혜가스님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연둣빛 미소’라는 설화는 죽은 물고기를 통해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우는 법정스님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1960년대 중반부터는 법정스님의 시 12편이 등장한다. 법정스님은 산문뿐만 아니라 시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는 사실이 이번 원고를 통해 알 수 있다. ‘병상에서’라는 시는 수행자가 몸져누워 있으면서 겪는 인간적인 외로운 마음을 노래하고 있고 ‘내 그림자는’라는 시는 법정스님이 서울에서 생활하며 산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을 보이며 자신을 안스러워 하는 감정을 엿보게 한다.
스님은 역경과 문학에 관심을 두면서도 논리정연하고 불교의 발전을 염원하는 다양한 칼럼과 논문과 서평 등이 게재돼 있다.
불교신문사 사장 정호스님은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맑고 향기롭게’의 승인 하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며 “책에 대한 수익금은 불교포교와 (사)맑고 향기롭게의 장학기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