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인, 제인 허시필드(Jane Hirshfield) “붓다의 감성적인 삶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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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 제인 허시필드(Jane Hirshfield) “붓다의 감성적인 삶은 무엇일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3.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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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여성불자 ④
주현 _ 스토니부룩대학 불교학 교수

제인 허시필드는 시인이고, 여성을 주제로 한 여러 시집을 출간했다. 그녀는 1974년부터 1982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를 포함해서 몇 군데 조동종 젠 센터(Soto Zen monastery)에서 선(禪)수행을 했고 1979년에는 재가 불자의 계를 받았다.
붓다의 감성적인 삶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은 제인 허시필드에게 밀려오는 화두와 같은 궁금증이었다. 불단 위에 앉아계신 전통적 부처의 고요하고 빛나는 모습은 한동안 제인을 망상 없이 선에 몰두시키기에 충분하였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그러한 적멸의 상태만을 유지하는 것은, 15세기 일본 임제종의 일휴 선사(一休宗純 Ikkyū Sōjun)의 표현처럼, “귀굴에 빠지는 길(a path of intimacy with demons)”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평정함에 감정이 제외되어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나왔을까? 물론, 불상의 고요함으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다. 불교 가르침은 모든 생각과 감정을 망상의 상징인, 마야(maya)의 출현이라고 말한다. 여러 불교 전통들은 감정에 관하여 쓰인 이야기와 시를 통해서 각각의 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허시필드는, 중국의 한 출가 수행승에게 육체적인 접근을 통해 그의 깨달음의 정도를 시험해 보려는 재가 여성 수행자 사이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예로 들어, 그 출가 수행승이 보여준 목석과 같은 감정 상태와 반응에 대하여 몇몇 선사들과 서양 학자들이 언급한 몇 가지 다른 시각을 조명하였다; Paul Reps는 그의 책, Zen flesh, Zen Bones에서 “사랑과 자비행이 결여된 수행승”이라고 표현했고, 조동종 선사, 스즈키(Suzuki)는 “진정한 선사는 참선 수행을 할지라도, 목석이나 벽이 아니라 인간이어야 한다”라고 설명하며, 또 한편으로는, “그 출가 수행승도, 여성 재가자도 모두 훌륭한 스승들이다.”라고 그들의 수행을 칭찬한 13세기 일본의 대선사, 도겐의 언급도 덧붙였다.
요약하면, 깨달음이란, “욕망이나 분노, 또는 어떤 종류의 감정이라도 완전히 소멸한 상태가 아니라, 깨달은 의식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에너지가 일시적이고, 자성(自性)이 없다는 것이지, 그 에너지의 힘과 유용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선(禪)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감정으로부터 분리된 감성적인 삶이 따로 없다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허시필드는 “붓다의 감성적인 삶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은 “참 본성 안에 있는 나 자신의 감성의 삶은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이 된다는 것이다. 붓다의 의식에는 모든 전반적인 감정이 폭넓게 일어나지만, 그것들은 붓다 자신만을 위하여 일어난 느낌이 아니라, 모든 다른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자비심을 수반한 감정이며, 그것은 관세음(觀世音)보살 명칭 그대로 “세상의 모든 괴로움을 듣고 응답하는” 자비의 감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만일 보살행이 모든 자갈돌과 풀 조각들이 깨우칠 때까지 계속된다면, 그러한 서원(vow) 안에는 당연히 그 열정과 어려움, 또는 기쁨의 감정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깨달음이 이미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다면, 어찌 그 감정이 모든 유정(有情), 무정(無情)의 각각의 삶의 일부가 아닐 수 있겠는가? 제인 허시필드는 수행의 경험은 우리에게 깨달은 존재에 대한 어떠한 이상적인 개념도 오직 방해가 될 뿐이라는 것을 가르친다고 결론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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