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아르마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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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아르마 선장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3.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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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창 준- 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임 창 준- 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세계인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확산의 상징으로 기억될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가장 마지막에 내린 사람은 이 배의 선장 젠나로 아르마(45세)였다. 세계인들은 아르마가 승객과 승무원들을 모두 내보낸 후 마스크를 쓰고 정장한 채 가방을 들고 홀로 하선하는 장면을 보고 열광했다. 세월호 침몰 때 자기 먼저 살겠다고 구조객들 틈에 끼어 황급히 구조선으로 달아난 우리나라의 선장과는 너무나도 딴 판이다. 
이보다 앞서 57개 나라, 3700여명의 관광객을 싣고 운항하던 다이아몬드호는 향해중인 지난 2월초 승객 700여명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 한때는 중국 본토 이외에 가장 많은 코로나19 감염지로 오명을 받았다. 다이아몬드호의 악몽은 지난달 초 시작됐다. 홍콩에서 내린 탑승객이 코로나 감염이 확인되면서 승객들은 일본 요코하마 항에 다다르고서도 일본정부의 하선금지 명령으로 승객들은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선내 격리됐다. 
이 과정에서 어설픈 일본 정부의 대응으로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달 초 기준 706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다이아몬드호는 공포의 코로나 요새지로 불리며 고립된 승객들의 분노와 불안이 커져갔다. 승객들은 바이러스가 자신에게 감염될까봐 두려워 24시간을 주로 선내 자기 숙소에서 머물러야 했다. 하루에 20분 정도 선실 밖을 나와 간단한 운동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비좁은 선내에서 한 달 정도 갇힌 채 생활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더구나 승무원 20여명도 바이러스에 걸려 제 몸을 스스로 가누기조차 어려운 상황까지 연출됐다. 하지만 선장과 승무원들은 자기 업무를 평소처럼 소화하고, 승객들에겐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승객들을 도닥거렸다.
이같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아르마 선장은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선내 격리 당시 아르마 선장은 “우리가  가족으로 단결한다면 이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힘을 발휘할 추가적인 이유”라며 승객과 승무원들을 늘 격려했다고 한다. 아르마 선장은 밸런타인데이엔 승객들에게 초콜릿과 선물을 나눠주는가 하면 선내 방송시스템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시를 자주 낭송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고립된 이 선박이 세상에 띄운 메시지는 최악의 상황에서 희망을 만드는 법을 보여줬다.
 아르마 선장의 이런 행동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철두철미한 직업윤리에서 나온 것이다. 직업윤리의 기본원칙으로 천직, 소명 의식, 사회적 책임, 각종 행동강령이나 규범의 준수, 전문성, 인간애와 연대의식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직업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직업윤리에는 다음과 같은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첫째로 소명의식이다. 자신이 맡은 일은 하늘의 부름을 받아 맡겨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다. 둘째로 천직의식이다. 자신의 일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잘 맞는다 여기고 그 일에 열성을 갖고 임하는 것이다. 셋째로 책임의식이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이 어떤 사람이든지 아무런 교육이나 지식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풍부한 지식과 교육을 밑바탕으로 임해야만 해 이뤄낼 수 있는 일이라 믿으며 직업을 수행하는 전문가 의식이다.
아르마 선장은 바이러스가 아닌, 고결함과 휴머니즘을 세상에 선사했다. 그의 명성은 크루즈 선(船) 이름처럼 다이아몬드 같이 빛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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