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두려움 이겨내기
상태바
칼럼 - 두려움 이겨내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3.25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_ 고영철(흥제출판사 대표)

『대학』에 보면 ‘공구(恐懼)’라는 말이 나온다. 이때의 뜻은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두려움[恐懼]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판단력이 흐려져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중용』에서는 “도(道)를 떠나지 않으려면 남이 보고 듣지 않는 곳에서도 늘 두려움[恐懼]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다른 입장을 취한다.『대학』에서 말하는 ‘두려움’이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두려움’이라면,『중용』의 두려움은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는 두려움’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제까지 인류가 알지 못하던 존재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얼마나 갈지 알수 없다. 그리고 이 사태가 불러올 후폭풍, 즉 그 뒤에 놓인 사회적, 경제적 난관으로 가득 찬 길을 우리는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곳곳에서 불만으로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패닉에 빠져서 마냥 두려움을 확산시킬 수만은 없는 일이다. 중세 페스트 창궐시기와 비교하면 우리의 의학 보건 지식은 매우 발달하고, 그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매체 역시 신속하고 다양하다. 다만 아직 이 코로나19를 대응할만한 시간을 벌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의 지식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아직 오지 않은 현실을 신중하게 준비하되,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 다시금 마음을 바로잡아야 한다. 두려움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에 굴복되어서도 잠식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전 지구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는데 불과 2-3개월밖에 걸리지 않는 과학기술의 시대를 목도했다. 사회경제적 연결망이 촘촘해질수록 모든 인류는 공동의 사태를 한꺼번에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두려움을 해결하는 길은 두려움을 바라보는 자세에 있음을 상기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위기상황에서 볼 때 우리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그 어느때보다도 크게 느끼고 있다. 개인적인 조심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방법은 국가가 재난에 공적으로 대처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그 파장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도 어렵지만, 언제 이 사태가 정리될지도 미지수다. 두려움에 빠져있는 것도 문제지만, 두려움을 모르는 맹목적 종교인들의 부주의로 다시금 집단감염이 번지지 않을까 사회 전체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두려움 극복이 아니라 공동체를 두려움에 빠트리면서 자신들은 두렵지 않다고 하는 이율배반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함께 겪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공동체 정신이 필요한 시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