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의 향기 - 사대는 나의 존재가 아니며- 승조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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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의 향기 - 사대는 나의 존재가 아니며- 승조법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3.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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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大非我有  사대는 나의 존재가 아니며
五蘊本來空  오온도 본래 공이라
以首臨白刃  흰 칼을 목에 대니
猶如斬春風  봄바람 베는 것 같네

승조(僧肇, 338~414)법사는 동진(東晋) 때의 스님이었다. 장안 출신으로 집안이 가난하였으나 학문을 좋아하여 널리 경사(經史)를 익혔다. 처음에는 노장(老莊)을 좋아하여 심취해 있다가 지겸(支謙)이 번역한 유마경을 읽고 불교에 귀의하였다. 당시 유명한 역경가로 알려진 구마라습의 문하에 들어가 지도를 받아 으뜸가는 수제자가 되었다.
그가 지은 유명한 논서에 <조론(肇論)>이 있다. 이 론은 반야부 경전에서 설하는 공의 이치를 논한 책이다.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물불천론(物不遷論)〉,〈부진공론(不眞空論)〉,〈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으로 되어 있는데 승조가 논한 책이라 하여 보통 <조론>이라 부른다. 물론 이는 뒤에 사람들이 승조의 논서를 모아 편찬해 부른 것이다.
삼론종 등에서 말하는 만유제법이 자성이 없어서 모두가 공한 것이나 그러나 그것은 상대적 공이 아니라 언어사려(言語思慮)가 끊어진 절대적인 묘공(妙空)이라 주장하여 공을 논한 내용이다. 이렇게 공에 대하여 철저한 이론을 세우기도 한 승조법사는 부처님의 십대제자 가운데 수보리처럼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 불리었다.
어느날 황제가 불러 벼슬을 주어 나라의 기둥으로 쓸 작정이었으나 가지 않아 어명을 어긴 죄로 참살을 당하였다. 그 때 죽음을 일주일만 보류해 달라고 하여 보장록(寶藏錄)을 지었다. 그리고 위의 게송을 지었다. 스님의 저서는 보장록 외에 반야무지론, 열반무명론, 물불천론이 있으며 스님의 나이 서른 한살에 세상을 떠났다.
다음은 승조법사의 조론中에서 한 소절 소개한다. 
본무(本無)와 실상(實相)과 법성(法性), 성공(性空)과 연회(緣會)는 하나의 뜻이다. 무엇 때문인가. 일체 제법이 인연으로 회합(會合)한 연회(緣會)로써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연으로 회합하여 발생하였다면 모든 법이 인연으로 회합해서 발생하기 이전에는 없었으리니, 인연으로 회합한 것은 인연을 여윈 즉, 멸한다. 만약 만법이 진실로 실제해 있다면, 있은 즉 인연의 분리를 따라서 멸할 수 없다. 이로써 유추하건대, 연생(緣生-인연화합으로 생긴 것)의 모든 법은 지금 현재 존재해 있기는  하나, 존재해 있어도 성품은 항상 스스로 공하고, 성품이 항상 스스로 공하기 때문에 이를 성공(性空)이라 이름이라. 성공인 고로 진여성공(眞如性空)이 법성(法性)이라고 말한다. 법성은 이와 같다. 그러므로 실상(實相)이라고 한다.
제법자성인 진여성공의 실상은 원래 없는 본무(本無)이지, 인식으로 추리를 하여 없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를 본무라고 부른다. 
모든 법이 존재해 있지도 않고, 단멸로서 없지도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범부와 외도들이 제법은 진실하게 존재해 있다고 집착하는 견해(有見)인 상견(常見)의 ‘有’와 사견(邪見)인 제법은 단멸하여 없다는 단견(斷見)의 ‘無’와는 같지 않다.
모든 법이 존재해 있다하여 이를 진실하게 존재해 있다라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모든 법의 인연이 분리하여 없는 것은 확실히 없다 하리라.
대저 마음에 ‘有.無’를 두지 않고 제법을 관하는 자라면 제법의 실제 모습인 실상을 안다고 말할 만하리라. (實無, 實有의 전도된 견해를 간직하지 않고 제법을 관(觀)한다면) 제법의 ‘有’를 관하다 해도 취할 바의 상은 없다. 그러한 즉 제법의 차별적인 모습은 무상(無相)의 성공(性空)에서 나타난 모습이며, 성인의 마음은 주할 바 없음에 주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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