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에세이 - 연민이 함께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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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에세이 - 연민이 함께한 마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4.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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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유 현
유 현

4월 22일은 50번째 ‘지구의 날’이다. 생태위기, 온난화, 미세먼지 등으로 지구가 시름시름 앓고 있어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은 지구촌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생산과 소비가 멈추고 세계적 이동 제한으로 오고감이 감소하자 지구가 깨끗해졌다. CNN 뉴스에 따르면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대기 오염도가 가장 높은 인도의 펀잡 지방에서 30년 만에 육안으로 약 150㎞ 떨어진 히말라야 설산을 육안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강 건너 불 보듯 타인의 고통으로 여기며 그 진원지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멸시하고, 인종차별을 하던 서양 사회도 이젠 우리의 고통, 나의 고통으로 느끼고 있다. 부활절(4월 12일)을 맞아 미국이 이탈리아를 제치고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세계 1위에 올라섰다.
AI와 우주 탐사로 미래를 준비하던 선진국들이 바이러스 공격에 우왕좌왕하며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애처롭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인식하지 않고, 또 사람을 가리진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회적 약자에겐 코로나19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청도대남병원의 사례가 그렇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글로벌 코로나19 사태에서 진정한 영웅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각국의 전문가들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어디 그뿐인가? 마스크 기부와 재난 기금 등으로 사회적 기여를 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또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는 대한민국의 역동성은 선실은 달라도 풍랑에 흔들리는 한배를 탄 것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1940년 이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에볼라(Ebola) 바이러스, 지카(Zika) 바이러스 등의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인류는 백신(vaccine) 개발로 자기를 보호하면서 그 근본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권위 있는 전문가들은 신종 전염병의 급격한 증가는 병원체의 자연적 진화도 원인이지만, 생태환경의 파괴와 야생동물의 서식지 훼손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의 60% 이상이 야생동물을 숙주로 하여 영양소를 공급받되, 그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은 야생동물들은 그 서식지를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옮기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병원균이 사람의 몸속까지 전파됐다는 게 에볼라바이러스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주는 깨달음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의해 인과가 계속된다는 것. 마치 수레바퀴가 소의 뒷발굽을 따르듯 생태환경 파괴의 업(Kamma)을 우리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인과관계를 깨달을 때 우리는 자비심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사랑과 우호와 호감과 같이 타인에 대한 능동적인 관심의 뜻을 가지기 때문에 자애(mettā)라 한다. 중생에게 일어난 고통을 완화를 바란다는 뜻에서 연민(悲, karuņā)이다. 이는 신神의 은총과 같은 자애가 아니라, 불제자라면 누구나 닦고 개발해야 하는 ‘모든 존재들이 다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그런 거룩하고 고결한 마음가짐이다. 
자비명상은 사랑과 연민이라는 특정한 마음상태를 외부세계로 방사하는 독특한 수행법이다. 지난 17년 동안 농가 주택이 딸린 감귤과수원에 살면서 ‘흙 살리기’한다고 단 한 번도 맹독성 농약이나 살충제를 뿌리지 않음은 자비명상을 지금 여기 내 삶에서 적용하려고 함이다. 
그 결과 흙속의 유익한 미생물들이 활성화되고, 지렁이들과 거미와 개미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고, 여름밤의 진객 반딧불이가 찾아 올 정도로 생태 환경이 보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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