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린다 루스 컷츠 (Ji Ko Linda Ruth Cutts) “어두운 실마리”(The Dark C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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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린다 루스 컷츠 (Ji Ko Linda Ruth Cutts) “어두운 실마리”(The Dark Clue)”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4.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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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현 _ 스토니부룩대학 불교학 교수
지코 린다 루스 컷츠
지코 린다 루스 컷츠

지코는 197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에서 수행하는 선사이다. 현재 그린 걸치 농장(Green Gulch Farm)에서 수련 책임자로 선을 지도하는 전담 선사이며, 남편과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지코는 우리의 일상이나 불교 수행 중에 가끔 느끼는 바를 미로(maze or labyrinth)에 비유한다. 미로란 진로 안에서 길 잃기 쉬운 복잡한 연결망을 의미하는데, 이에 덧붙여, 놀랍다는 의미를 지니는 “amaze”도 역시 어리둥절, 망연자실, 몽롱함의 뜻을 가지고 있다. 지코는 낮과 밤, 그리고 계절의 시간에 따라서 땅 위와 땅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동식물의 생명 현상들을 볼 때, 비록 땅 위에서는 잠시 생명이 없어진 것처럼 보여도, 어두운 땅속에서는 생명이 진행됨을 보고, 이처럼 어두운 땅속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과정을 미로에 비유한다.
미로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전통에서 발견되는 다면적 가치를 지닌 상징이다. 이 미로의 상징은 영적인 길, 특히 여성의 영적인 길에 가득 차 있다. 미로의 가장 오래된 의미는 우주적인 바다, 그리고 생사의 신비한 근원인 자궁과 관계가 있다. 몇 천 년 된 옛 유럽 유적 발굴지에서 나오는 화병, 정제, 자궁 모양의 제단, 특히 위대한 여신상에서 미로와 같은 형태의 장식이 발견된다. 특히 미로(Labyrinth)라는 말은 그리스어 양날의 도끼(double ax)를 의미하는 labrus 와 비슷하고 그러한 양날 도끼의 신성한 상징은 지중해의 크레타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에서 두루 발견된다. 그 자체가 미로로 불리는 크노소스 궁전은 왕비가 거주하는 곳이었고, 황소가 뛰는 종교의식의 장소였다. 황소는 위대한 여신을 위한 으뜸가는 신성한 동물로, 머리와 뿔은 놀랄만하게 여성의 자궁과 나팔관의 모양이고, 뿔은 초승달과 비슷하여 인생의 주기적인 모습을 기념하는 상징이었다.(Marija Gimbutas, The Language of the Goddes, 1989).
지코는 미로의 이미지가 잘 서술된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rus, 미노스의 황소)를 퇴치한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Theseus)를 소개하면서 이해를 돕는다. 미로의 궁 안에 갇혀있는 과격한 미노타우로스를 찾아 처형하기 위하여, 테세우스는 자신에게 반한 미노타우로스의 이복 여동생, 아리아드네(Ariadne)의 도움을 받는데,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의 미로를 만든 아덴스(Athens)의 장인에게서 미로를 탈출할 수 있는 실타래(clew/clue)를 얻어 테세우스에게 주고, 테세우스는 결국 미로 안에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찾아 죽이고, 실타래 덕분으로, 성공적으로 미로에서 탈출한다는 신화이다. 

그리스신화에서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의 미로에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덕분에 탈출에 성공한다.  그림은‘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미로’, 에드워즈번스 作. 1861년.
그리스신화에서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의 미로에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덕분에 탈출에 성공한다. 그림은‘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미로’, 에드워즈번스 作. 1861년.

 

이 신화의 메시지는 많은 역경과 좌절에 빠질 수 있는 어두운 지하 미로에서도 아리아드네의 지혜로운 실타래 덕분으로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도 벗어나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비유이다. 위대한 여신의 옛 가르침과 기능을 상징하는 자궁과 양날 도끼의 장소로서의 미궁은 지코에게 강력하게 작용하여 여성상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많은 영적 전통의 여성 선조들의 지혜와 자비의 연계를 맺게 한다. 위대한 여신의 기능은 생명을 부여하고 죽음으로 인도하며, 또한 재생으로 이끈다. 이러한 상징에 공명하는 여신, 특히 티베트불교에서 숭배하는 자비심의 화신인 타라(Tara)와 흔히 선 법당에서 모시는 지혜의 문수보살이다.
문수보살은 무명을 베어내는 양날 도끼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바로 우리 삶의 내면적이고 외형적인, 태어나서 죽고 재생하는 완전한 주기를 의미한다. 두 삼각형이 맞대어진 양날 도끼는 또한 나비와 비슷하여, 이 나비는 오랫동안 덧없이 발현하는 삶 그리고 벗어남의 상징으로 알려져 왔다. 지코는 정원사 친구를 통하여 나비야말로 무상, 덧없는 생, 생사의 불가지한 변형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은 변형과 재생은 인간의 혼이나 마음에서도 심리학적으로 반향을 일으킨다. 융 분석심리학자인 버지니아 빈 러터(Virginia Beane Rutter)는 그녀의 저서, “여성을 변화시키는 여성(Woman Changing Woman)”에서, 여성의 입회식(Initiation ceremony)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유형을 기술한다: 억제(containment), 변형(metamorphosis), 그리고 출현(emergence)이다. 지코는 이 세 유형이 불교 수행의 여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본다.
첫 단계인 억제는, 용맹정진을 시작하기 전 자신을 자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매일의 일정, 육체적인 한계, 묵언 등, 음식은 간단히, 주의는 산만하지 않도록 줄인다. 어려운 일, 미로에 들어가기 전에 이처럼 시간을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나비의 생애도 비슷하여, 스스로 지은 번데기 혹은 고치(cocoon)라고 불리는 단단한 껍질 속에서 봉쇄의 기간을 갖는다. 변형을 위한 일종의 자궁이다. 용맹정진도 일종의 고치처럼 틀어박힌 생활, 또는 탈출(cocooning)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고치 생활의 진정한 의미는 탈출이 아니고 우리에게 필요한 성장과 변형을 위한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억제는 주의를 가지런히 하여 수행해야 하는 일을 하려는 황금(khrusos) 같은 시간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정은 변형으로, 고치 안에서는 밖에서 보는 것처럼 조용히 매달려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미로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전통에서 발견되는 다면적 가치를 지닌 상징이다. 이 미로의 상징은 영적인 길, 특히 여성의 영적인 길에 가득 차 있다. 미로의 가장 오래된 의미는 우주적인 바다, 그리고 생사의 신비한 근원인 자궁과 관계가 있다.
미로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전통에서 발견되는 다면적 가치를 지닌 상징이다. 이 미로의 상징은 영적인 길, 특히 여성의 영적인 길에 가득 차 있다. 미로의 가장 오래된 의미는 우주적인 바다, 그리고 생사의 신비한 근원인 자궁과 관계가 있다.

 

좌선할 때 흔히 땅속의 감자처럼 조용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감자는 땅속에서 계속 자라고, 고치속의 애벌레도 계속 변형하고 있다. 그렇게 나비는 전혀 새로운 생명체로 출현 되는 것이다.
세 번째 과정은 출현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그의 억제, 변형, 보리수나무 밑에서 깨친 후 출현하여, 세상을 위하여 가르치고 법륜을 굴릴 것을 요청받았을 때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당신이 출현할 때가 되면 세상을 위하여 그리고 당신 삶의 요구에 부응하여, 중생을 위하여 간호, 교직, 경제, 건축, 예술 등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지코가 이야기하는 네 번째 과정인, “재능을 가지고 남을 베풀 수 있도록 시장으로 돌아감”이다 [필자주: 이 내용은 종교적 탐구의 체계를 그림으로 설명하는 십우도(Ten Ox-herding Pictures)의 열 번째 부분으로, 이 과정은 구도자가 결국 한 바퀴 돌아서 성취의 흔적 없이 일상으
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비는 짧은 생의 요구에 부응한다. 일상생활로 돌아가, 꽃에서 꽃으로, 준다거나 받는다는 생각 없이 자신의 재능인 수분(受粉, pollinate)을 하며 돌아다닌다. 바로 “보시의 완성”(Perfection of Giving; 보시바라밀)이다. 온 세상은, 우리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가르침을 전하고, 본래부터 부여받은 온화한 말과 행동의 재능을, 바라는 바 없이 수분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로에서 그리고 고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에서와 같은 실마리(clue)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이에게는 어느 때의 말 한마디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지코는 처음에 들었던 어느 법사의 법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직장에서 연필을 슬쩍 집어 왔다면 좌선할 수가 없다.” 지코는 삶의 모든 면이 다 중요하고, 있는 그대로 깨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놀란다. 이처럼, 실마리들은 매우 단순한 것들이지만 그 끄트머리를 쥐고 있기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것은 하루 24시간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놓지 않고 인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마리들은 우리를 삶의 모든 부분과 완전하게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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