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세이 - 만트라(mantra)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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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세이 - 만트라(mantra) 명상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0.04.2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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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현
유 현

곡우 절기에 맞춰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렸다. 이때 쯤 농촌엔 못자리를 내려는 일손이 바빠지고, 감귤나무의 줄기에도 물이 가장 많이 오르면서 새싹과 꽃눈이 움튼다. 겨울 내내 돌보지 않은 내 집의 앞뜰에도 온갖 잡풀들이 쑥쑥 자라나 잡초들을 뽑아줘야 한다. 
절기로는 봄이지만 뜬금없는 차가운 날씨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어디 이뿐인가. 지구촌의 곳곳에서 코로나 19 역병으로 생긴 앓는 소리가 애처롭다. 불만족의 마그마가 분출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우리 모두가 앞날에 대한 불안과 걱정, 실직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우리의 뇌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먼저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돌이키고 반응한다. 마치 코팅된 프라이팬처럼 긍정적인 생각은 밀러나고 접착식 테이프처럼 부정적인 생각이 달라붙어 우리의 마음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만약 실직하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걱정을 한다. 이런 벅찬 생각이 들면, 뇌는 곧 ‘어떡하지, 어떡하지.’라며 생각을 부풀리게 한다. 이런 정서상태가 오래가면 면역체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우리의 몸을 감염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뇌신경학자들의 통설이다.  
마음의 정원에서 부정적인 생각의 잡초를 뽑아내고 꽃을 심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상황이 결코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절망에 빠지는 것 보다는 ‘일시적인 위기를 겪고 있지만 반드시 극복할 것이다.’라는 긍정적 사고를 갖고 사회적 연대감을 확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이고 해로운 생각을 긍정적이고 유익한 생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은 생각의 숲으로부터 완전한 이탈이 아니다. 아무리 해도 실직의 걱정이 떠나지 않을 때는 ‘될 대로 되라.’를 떠올리면서 긴장감을 이완시킬 수도 있겠지만 이 방법 역시 생각의 늪에 빠진 것과 같다.
후회나 걱정, 분노, 질투 따위의 벅찬 생각은 ‘정리하기 쉬운 고상한 생각’으로 바꿔 놓지 않을 때 생각의 노예가 되고, 이런 스트레스에 몸은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짜증과 화가 나면 얼굴의 안면 근육이 찌그러지고, 두 손과 어깨가 잔뜩 힘이 들어가는 것과 같다.  
몸과 심리적인 긴장을 이완시키는 방법은 명상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 오늘날 서양의 선지식들이 명상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종류의 명상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원류는 초기불교의 명상인 ‘자나(jhāna)’이다. 그 참뜻은 정서적인 안정[止]과 내면을 관찰하는 지혜[觀]가 함께함이다. 중국에 전해져서 ‘정(定)’ 또는 ‘선(禪)’이라 부르고 있다.
‘잠깐 동안이라도 나는 생각에서 사라지겠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면, 호흡을 닻으로 여겨 호흡에 집중하거나 잡념을 떨치는 만트라 (眞言: 참된 말) 명상을 하거나, 이 둘을 함께함이 매우 효과적이다. 
만트라 명상은 몸과 마음에 이완 반응과 평화를 가져오는 집중 명상법으로, 티베트 불교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다. ‘옴마니밧메훔’(om mani padme hūm)을 암송하면서 마음을 만트라와 하나로 결합시킨다. 
이것만이 유일한 만트라가 아니므로 명상가의 선택에 따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도 괜찮다. 나는 명상의 초입에 들숨·날숨의 호흡에 맞춰 부처님의 10대 명호를 부르면서 정신을 한곳에 모으고, 반야심경 260자를 46음절로 나누어 5분 정도 계속 반복해서 읊조린다.  
명상의 순서는 이렇다. 만트라를 선택한다. →편안한 자세로 조용히 앉는다. 반드시 가부좌, 반가부좌를 할 필요는 없다. →눈을 감는다. →근육을 이완시킨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날숨마다 자신이 선택한 만트라를 읊조린다. 시간은 20분 정도가 적당하다. 하루 두 번 정도 실천하면 족하다.
만트라 암송 중 잡념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그 일어남과 사라짐을 관찰하는 ‘내 마음의 관찰자’란 입장이 되어 보자. 이것만으로도 일상이 차분하고 편안하게 변한다. 만트라를 읊조리는 것은 흔들리는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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